허리를 아프게 하는 C자 허리와 민자엉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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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아프게 하는 C자 허리와 민자엉덩이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0.01.2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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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요즘 좋은 몸매의 기준으로 힙업(hip-up)이 강조되고 있다. 아래로 처지지 않고 위로 볼록한 둔부의 모습이 건강한 미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 힙업이란 엉덩이근육, 특히 대둔근이라고 하는 커다란 근육이 발달하여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힙업을 엉덩이 근육이 발달한 것이 아니라 골반을 중심으로 하여 근육의 불균형이 심해진 상태에서 억지로 자세를 만들면 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즉 대둔근이 매우 약화된 상태이고, 그 반대쪽에서 길항작용을 하는 근육은 경직되어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 진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힘을 주는 것을 힙업으로 착각하는 경우이다.

인류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을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골반을 중심으로 하는 근육들의 불균형은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앉아 있는 동안 엉덩이를 이루는 큰 근육인 대둔근은 늘어난 상태로 약화된다. 반면에 엉덩관절을 굽히는 작용을 하는 장요근이나 허벅지 앞부분의 대퇴직근 등은 짧아진 상태로 그 자세에 적응되고 경직된다.

이렇게 되면 골반이 앞으로 당겨져서 전방으로 기울어지는 ‘골반의 전방경사’라고 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처럼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짐에 따라 척추도 앞으로 넘어지려는 힘에 대항하여 인체는 본능적으로 척추를 세우려고 한다. 한편 오랜 시간 앉아 있는 동안 복부에 있는 근육들은 매우 비활성화되어 점점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척추를 뒤에서 붙잡아 주는 척추기립근은 매우 무리를 하고 경직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특히 허리 부위에 있는 척추기립근이 과도하게 긴장하면서 요추 부위의 만곡이 정상범위를 벗어나 심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서 있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허리가 마치 알파벳의 C자처럼 휘어진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요추만곡이 심해져서 C자형 자세가 되면 상체의 무게가 분산되지 않고 주로 요추 3-4번에 집중되어 요통이나 추간원판 탈출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즉 요추전만이 심해진 상태가 되면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추간판에 과도한 압박이 가해지게 되고, 척추자체의 변성도 초래할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자세가 잘못되면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지기도 하지만 뒤로 기울어지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소파나 의자에 몸을 뒤로 눕혀서 비스듬하게 앉아있는 자세 등은 골반이 뒤로 기울어진 골반의 후방경사를 초래할 수 있다. 골반이 뒤로 기울어져도 대둔근은 마찬가지로 매우 약해지게 된다. 대신 허벅지 뒤쪽에 있는 근육인 햄스트링스는 매우 경직되고 과활성화된 상태가 된다. 이렇게 되면 엉덩이가 아래로 처지는 소위 ‘민짜엉덩이’가 된다. 민짜엉덩이는 외관상의 문제도 있지만 C자형 허리와는 반대로 요추만곡이 사라지게 하여도 허리의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골반의 후방경사도 역시 대부분 자세 이상과 그로 인한 근력의 불균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대둔근의 약화가 그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장시간 앉아있는 생활과 잘못된 자세가 결합하면 골반의 전방경사로 인해서 C자형 허리가 되거나 후방경사로 인해 민자엉덩이를 갖게 한다. 이미 이렇게 잘못된 체형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자세를 세우거나 인위적으로 힙업자세를 만든다고 해서 체형이 교정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위험이 높다. 또한 이미 골반의 불균형이 심한 상태에서 하이힐과 같은 신발을 착용하는 것은 더욱 문제를 일으킬 위험을 높여준다. 또 피트니스센터 등에서 혼자 운동할 때 어느 한쪽의 근육만을 운동하여 오히려 근육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자세의 불균형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앉아서 무릎을 펴서 중량을 들어 올리면서 허벅지에 자극을 주는 운동을 레그익스텐션, 반대로 엎드린 자세로 무릎을 굽히고 중량을 올리면서 허벅지 뒤쪽에 자극을 주는 운동을 레그컬이라고 하는데, 레그익스텐션만 열심히 한다면 이런 불균형의 문제를 더 악화시키게 된다. 

그러므로 먼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전문가의 정확한 판단에 따라 지나치게 경직된 근육은 이완시켜주고, 반대로 약화된 근육은 강화시키는 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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