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노동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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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노동절?
  • 동탄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0.01.2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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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이흥주 수필가

어느 방송국 아침프로에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명절은 노동절이란 말까지 나온다. 사실 누구에게나 명절이 즐거운 날이 아니라 피하고 싶은 날이다.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돈 들고 귀찮고 도대체 모든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게 이 명절이다. 며칠 있으면 돌아오는 설, 이게 이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나 하기 싫은 일 안 하고 내 맘대로 나 편하게 살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다. 명절은 이런 사람들의 마음과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가기 싫은 고향엘 가야하고, 차례를 올려야하고 적잖은 돈이 지출되어야 한다. 그 시간에 외국여행이나 가고 국내 어디 괜찮은 곳에 가서 하루 이틀 푹 쉬고 싶은데 명절이란 말이 그걸 방해한다. 명절비로 지출되는 돈에 좀만 보태면 국내 어디 한 이틀 정도는 여행이 가능할 것이다.

명절이 많이 간소화 됐는데도 힘들단 소리는 점점 커진다. 요즘 남자들은 설거지도 잘하고 여자의 일도 많이 거든다. 그래서 좀 힘이 덜 든다고 명절을 반길 리가 없다. 아예 싫은 것이다. 또 하나, 명절에 고향집 가서 어른들이 결혼 안 한 노총각이나 노처녀에게 너 왜 결혼을 안 하느냐고 묻는 게 가장 싫단다. 그럼 자식이나 손주가 나이 먹어 결혼을 안 하고 있어도 너 잘 한다 너 잘 한다 해야 듣기가 좋은가. 이래도 흠 저래도 흠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나이 든 사람들로서는 이해가 잘 안 된다.

결혼하면 아이 낳는 게 당연한 일인데도 아이 키우기 힘들다고 아예 아이를 안 낳으려한다. 지금 말고 언제는 아이 키우기가 힘이 안 들었나. 지금은 국가에서 지원금이라도 주고 놀이방, 유아원, 유치원, 뭐 알고 보면 아이 키우는 환경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고등학교까지도 무상교육으로 가고 있다. 귀찮다고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낳기만 하면 국가가 다 키워주고 학비도 다 부담하면 낳으려나. 교육세 받듯 육아세라는 것도 받아서 국가가 다 키워주는 방안을 검토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싶다. 대선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이걸 연구해서 대선공약으로 내놓으면 대통령은 따 놓은 당상일 것이다. 아이 안 낳아서 오는 피해는 당사자들이 고스란히 받을 것이다. 아니 지금 그 피해가 나타난 지가 한참 됐다. 이런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미풍양속이란 말도 요즘엔 거의 맞지 않는 말이다. 나에게 별 도움 되는 게 없으면 그런 말이 귀에 와 닿지를 않는다. 뭔가가 내게 오는 게 있어야 관심을 갖게 된다. 요즘 가장 인기 없는 게 조상들과 관계된 일이다. 젊은 사람 뿐 아니라 나이든 사람도 마찬가지다. 종중 일로 사람 좀 모이게 하려면 보통 힘이 드는 게 아니다. 연락을 받고도 거의 나오질 않는다.

오래되신 할아버지 밑에 자손은 수백 명 돼도 벌초를 하거나 시사(時祀)를 올리려면 잘해야 오, 육 명이 모인다. 그 사람들이 모여 마지못해 하는 식이다. 난 우리 파 중앙 종사에도 관여를 하지만 이게 앞으로 얼마나 존속될지 항상 의문이 든다. 내 지역행사에도 참여를 안 하는데 서울까지 오르내릴 사람들이 나올지 모르겠다. 지금은 장례도 거의 묻지마 화장이다. 지난 해 장모님, 종친과 또 아는 분이 돌아가셨는데 다 화장을 했다. 그래야 장례 모시기도 편할 뿐 아니라 벌초 등 산소관리가 쉽다.

전국토가 전부 장지(葬地)로 변한다고 걱정하던 게 십여 년 전 일이다. 지금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 화장을 해서 나무 밑에 묻거나 산에 뿌리거나 납골당으로 가거나 한다. 산소를 들인다고 해도 땅을 반 평도 차지 안 한다. 삽 한 자루만 달랑 들고 가면 금시 끝난다. 땅을 깊이 파거나 평수를 많이 차지하는 게 전혀 없다.

설이 돌아오는데 나이 먹은 사람이 이것저것 생각이 깊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한다. 문제가 그럼 나이든 사람들은 명절이나 옛 풍습을 지금도 고스란히 답습하려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나이든 사람들도 명절을 귀찮아하기는 마찬가지다. 번거롭고 자식들 고생하며 돈 쓰게 해 미안하고. 가족이 다 모여 손주들과 어우렁더우렁 집안이 꽉 차서 떠들썩하면 좋지만 그러려면 자식들이 힘이 들 테니 싫은 것이다. 그럼 어째야 하는가. 답은 나와 있다. 명절을 단순 연휴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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