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나 가라” VS “제대로 일 하자”…향토사연구회 좌초
상태바
“니들이나 가라” VS “제대로 일 하자”…향토사연구회 좌초
  • 임요준기자
  • 승인 2020.02.13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옥천문화원 부설 향토사연구소 설립
회원들 간 찬반 놓고 극한 대립
연구소 설립 부결되자 임원진
전원 사퇴에다 회원 탈퇴 초강수
남은 일부 회원들 비대위 체제 준비
주민들 “건널 수 없는 강 건너” 탄식

옥천의 역사와 인물, 마을 구석구석을 뒤지며 옥천의 뿌리를 찾아온 향토사연구회. 1983년 관성동호회를 그 뿌리로, 1994년 지금의 연구회로 개명한 후 오늘에 이르렀다.

지난해 10월 옥천의 동학을 연구하던 중 사회단체로서 예산 지원 등 한계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이를 계기로 법적 지원금을 받으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연구 활동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그 방안 중 하나가 문화원 부설 연구소로 변경하는 것. 연구소로 변경하게 되면 기존 사단법인 옥천향토사연구회는 옥천문화원 부설 옥천향토사연구소로 개명된다. 여기에 분란의 불씨는 지펴졌다. 민종규 회장을 비롯해 임원진들은 동호회 수준을 넘어 전문적 연구를 위해선 연구소로 전향해야 한다는 것. 반면 전임 회장 A씨를 비롯해 몇몇 회원들은 38년 전통을 이어온 연구회를 버릴 수 없다는 것. 두 의견이 가져온 대립은 지난 5일 임시총회에서 폭발했다. 찬반투표 결과 문화원 부설 연구소안이 부결되자(200호 1면 보도) 책임을 통감한다며 민 회장을 비롯해  임원들이 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게다가 B 부회장을 제외한 전체 임원진은 연구회를 탈퇴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A 전 회장은 “40년을 잘 운영해 오던 것을 왜 없애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전통을 없애려고 한다. 연구소 설립을 원하는 사람은 그쪽으로 가서 해라. 하나 더 생기면 어떠냐. 방해하지도 지장될 일도 아니니 따로 설립해서 일 하면 된다”고 연구소로에 변경을 반대했다.

반면 민종규 회장은 “분명히 밝히지만 38년 전통 연구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연구소 정관에는 관성동호회의 설립취지와 향토사연구회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적시돼 있다. 연구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계승해 새로운 연구소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구회는 품위 유지도구로 사용해선 안 된다. 목적 달성을 위해 일해야 하며, 연구소 설립을 막는 것은 일하겠다고 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연구회는 회원당 월 회비 1만 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서출판비로 년 300만 원 지원받는 게 전부다. 연구회는 친목단체가 아니”라며 “지방분권시대에 지방사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일하는 조직으로 전문가(대학 교수 5명) 참여도 약속받았다. 체계적인 연구가 가능하고 상설 사무실과 공인된 정부지원도 가능하다”라고 연구소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B 부회장은 “사태가 이렇게 된데 책임을 통감하며 사직했다. 원활히 회의를 이끌었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해 군민께 부정적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면서도 연구회 탈퇴는 충북도내 활동을 위해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당분간 추이를 지켜본 후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될 것”이라고 했다.

C 사무국장은 “연구소 설립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회장에 대한 인신공격은 옳지 않다”며 일침을 놓았다. 실제 한 회원은 “회장 자격은 가입 2년이 경과해야 하지만 1년짜리가 회장이 됐다”며 민 회장의 자격을 문제 삼기도 했다.

D 고문은 “전국 234개 지자체에 향토사연구회가 존재한다. 문화원 부설 연구소는 50~60개에 불과하고 유명무실하다. 도내 11개 시군에는 한 곳도 없다”며 “38년 전 관성동호회부터 잘 활동해 왔는데 무슨 바람인지 모르겠다. 군에서도 필요자금 주고 있다”며 연구소 설립을 강력 반대했다.

그러면서 “우린 위대한 단체가 아니다. 일 년에 한번 책 발행해도 성공적”이라며 “모 군의원이 예산 준다고 해서 간다고 하는데 우린 사업하는 단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옥천의 역사와 문화를 담는 향토사연구회. 회원 대부분이 지역의 원로들로 구성된 연구회가 좌충우돌하면서 옥천의 뿌리가 송두리 채 흔들리고 있다.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넜다”며 한 주민의 탄식이 연구회의 현주소를 말하고 있다. 마을사 연구예산 3200만 원(도·군비 포함)이 책정된 상황에 두 동강 난 연구회가 제대로 된 마을사 연구가 이뤄질지 주민들은 저린 가슴을 움켜쥐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