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자녀 운영 사업체…7년 간 버젓이 불법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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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 자녀 운영 사업체…7년 간 버젓이 불법 광고
  • 임요준기자
  • 승인 2020.02.13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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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리 도로변 지주광고판 ‘명가’
3년마다 신고의무규정 무시하고
2013년 이후 7년 간 불법 홍보
지면에서 8m 높이 지주광고판
양면에 불법 LED광고판 부착

군, 사용만료 30일 전 통보의무

무시 불법 방조…면책 어려울 듯

옥천의 유일한 웨딩홀. 여기에 카페, 모텔, 펜션, 식당까지 한곳에 모여 있는 그야말로 종합사업세트장 ‘명가’. 유명세와 달리 수년간 불법 광고물이 설치, 운영되고 있었다.

당초 김재종 군수가 운영했지만 2018년 군수에 당선되면서 공무원 겸직 금지(지방자치법 96조, 지방공무원법 56조)에 따라 현재는 자녀가 운영하고 있다. 명의를 바꿨다한들 김 군수의 실질적 사업체라는 인식은 주민과 공무원들 사이 매우 강하다. 실제 기자가 명가와 관련 불법 광고물 취재를 시작됐을 때 김 군수에게 보고됐고 김 군수의 지시에 따라 일부 불법 간판이 철거되기도 했다.

기자가 명가에서 불법 광고물이 운영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날은 이달 초. 군수의 업체였으며, 지금은 그의 자녀가 주인인 업체가 수년간 불법 간판이 버젓이 서 있는데도 누구 하나 조치하지 않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게 제보 이유였다.

먼저 향수오거리에서 구읍 방향으로 200m 쯤. 명가를 알리는 불법 간판이 세워져 있다. 취재가 시작되자 군 담당직원은 현장을 확인했다. 다음 날 김 군수에게 보고하고 철거에 들어가 지금은 설치돼 있지 않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불법 간판은 시내 곳곳에 아직도 버젓이 세워져 있다. 기자가 확인한 곳만 2군데에 이른다. 하지만 현 명가 대표 A씨(군수 자녀)는 철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불법이라면 철거해야죠”라고 짧게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명가 입구에 수십 년 간 세워진 대형 지주대 간판. 지면에서부터 총 높이가 8m에 이른다. ‘옥천군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이 광고물은 매 3년 마다 안전도검사를 실시해야 하고 계속 사용하겠다는 연장신청을 해야 한다. 군은 이 신청서를 토대로 연장 허가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부적격 판정을 받을 경우 즉각 철거하거나 시정조치 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광고물은 지난 2013년 3월 연장신청 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법대로라면 2016년과 작년, 두 차례 진행됐어야 한다.

A씨는 “안전도검사와 연장신청해야 하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이 대형 광고물에는 LED전광판을 부착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양면에 각 1개씩 2개가 부착돼 있다. 전광판 내용도 위에 부착된 광고 내용물대로 업소를 그대로 안내하고 있다. 2013년 안전도검사 당시에도 이 전광판은 부착돼 있었으나 아무런 문제없이 통과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의 업무태만 및 과실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불법 광고물 운영에는 행정이 한몫하고 있다. 이 조례 제3조 3항 ‘군수는 허가를 하거나 신고를 수리한 광고물등의 표시기간 종료일 30일전까지 그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한 자에게 표시기간 종료를 미리 알려야 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단 한 차례도 광고주에게 알린 사실이 없다.

최근 해당 업무를 담당하게 된 군 관계자는 “해당 광고물에 대해 광고주에게 알린 공문을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이는 행정의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전수조사해서 광고주에게 통보하겠다”며 전광판에 대해서도 “검토 후 철거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명가 측은 해당 광고물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위치나 옮겨질 위치가 모두 타인 명의의 사유지여서 소유자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최초 설치시 서류에는 승낙서가 존재하지 않았다. 무단 사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새 위치로 옮길 상황에 승낙서를 받았냐는 질문에 구두로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또한 본 조례 제18조에 따르면 옥외광고심의위원회를 구성, 운영해야 한다. 임기는 2년으로 군은 지난해 5월 새로운 12명 위원들로 심의위를 구성했다. 부군수를 위원장으로, 부위원장은 민간위원 중 부군수가 지명하게 돼있지만 현재까지 공석이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위원회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2017년부터 위원회 개최사유가 발생하지 않아 열리지 않았다. 부위원장 선정도 심의위가 열리지 않아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취재차 세 번째 찾은 지난 11일 오전 11시 40분경 명가 입구, 이곳으로 들어가는 차량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같은 시각 계속되는 경기침체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직격탄을 맞은 시내 식당들은 텅 비었다. 군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공무원 당직비를 옥천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군은 연 3억 원의 경제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이 상품권을 들고 어디로 향할지, 시내 식당, 아니면 군수 자녀가 운영하는 명가? 침몰하는 옥천 경제에 소상공인들의 복창 터지는 소리가 하늘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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