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봉사에 보람 느끼며 사는 ‘동네 맥가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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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봉사에 보람 느끼며 사는 ‘동네 맥가이버’
  • 천성남기자
  • 승인 2016.03.31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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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사들과 함께 정담을 나누고 있다.

 

 

 

 

 

 

 

 

 

 

 ■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

“그분은 우리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정말 못하는 것이 없는 완전 맥가이버예요. 그런 사람 없습니다. 추운 겨울 밤 인데도 우리 집 보일러가 고장 났다고 했더니 한걸음에 달려와 밤에 추운 것을 무릅쓰고 고쳐주고 간 사람이에요.”

동네이웃이며 옥천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사업인 '9988행복지키미'로 함께 일하고 있는 한순식(72) 할머니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화장실 변기부터 떨어진 문짝 수선까지”

“착하고 진실하고 사람이 좋아요. 자식없이 홀로 살며 잘 걷지도 못하는 김모(84) 할머니를 위해 군에 쫓아다니며 기초수급자로 만들어준 것은 물론 혼자 살아가는 할머니를 위해 깨어진 화장실 변기를 사다가 말없이 고쳐주기도 하고 떨어진 문짝의 경첩을 내색 없이 고쳐주는것이 꼭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아요.

아까 얘기했다시피 퇴비를 동네사람에게 다섯 포대를 팔았는데 그걸 꼭 집까지 실어다 달라고 부탁하나 봐요. 그러면 말없이 ‘그러마’고 대답을 합니다.” 동네 할머니의 칭찬에 이희우 씨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눈웃음을 쳤다.

이외에도 이원면 백지리 흔업경로당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작년에 유모차를 끌고 가다 넘어져서 몸을 다쳐 119로 연락해 성모병원에 입원시킨 적도 있다”며 “몸이 완쾌되지 않고 손을 못 쓰니 누구라도 도움을 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위급했던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이희우(68) 옥천시니어클럽 '9988행복지키미'

■ 30년 전 이원에서 백지리에 정착

“저의 원 고향은 이원이에요. 30년 전에 이곳 백지리에 정착했어요. 살다보니 이곳 백지리흔업경로당의 회장을 맡았어요. 한집 살림을 하는 것처럼 여기도 똑같이 살림을 하는 것이지요.

1년에 상·하반기로 나오는 260만원의 경비를 지원받아 연료비와 반찬 등을 사와 살림을 합니다. 노인들을 위한 쌀 여섯 포대는 그대로 나오지요. 그 경비로 5월 8일이 되면 어버이날 잔치도 해주고, 가끔 고기도 사다주고 하지요.”

경로당의 짭짤한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는 그는 영락없는 살림꾼이다. “병원에 갈 때도 만나면 실어다주고 병원에서 만나면 또 마을 집까지 태워다주고...이런 것이 바로 사는 것이지요. 시니어클럽에서 하는 일은 2인 1조가 되어 함께 돕는 일을 합니다.”

■ 마을사투리로 ‘쫑구레기’ 별칭 얻어

같은 마을의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오룡골에 사는 장정자(77) · 진명자(73) 할머니는 “자연부락이다 보니 대상자를 만나기 위해 산 저 너머까지 활동을 다녀야하는 어려움도 있어요. 독거노인을 위해 감자도 갖다 주고 농사일도 돕고... 오늘도 일을 많이 도와주고 왔어요. 삶의 보람이 남을 돕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니 행복 합니다”라고 설명한다.

마을사람들이 하나같이 “솔선수범으로 무엇이든지 잘하고 남을 도와주고 고장 난 것 고쳐주고... 식구가 지껄이거나 말거나 한 귀로 흘리고. 남을 돕는 저 사람은 이 동네서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지요.”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한 할머니는 “저 사람은 쫑구레기(다 잘하는 사람을 일컫는 사투리)다”라며 “남의 일을 봐 주러 다니면서도 한 번도 화내는 것을 본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요? 노는 날은 비오는 날이 공휴일이지요. 그렇지 않고선 노는 시간이 없어요. 물론 복숭아 농사를 3천 평 정도 짓다보니 풀매랴, 거름하랴, 약 치랴 무척 바쁘기도 하지만 짬짬이 동네 분들을 돕는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정말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 변기를 수리하고 있는 모습

■ 옥천시니어클럽 홍미영복지사 백지리 마을 방문

옥천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사업의 홍미영 사회복지사가 김모(84)할머니 집을 찾았다. 이희우 씨가 이날 집을 수리해주러 온 곳에 다함께 모인 것이다. 영락없는 할머니들의 친구처럼 모든 것을 받아주며 이해해 주는 시니어클럽의 사회복지사는 '9988행복지키미' 노인일자리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조그만 상 위에는 이곳에 오기 전에 미리 사놓은 이희우씨가 토마토와 딸기 등이 수북이 놓이고 4명의 행복지키미들과 사회복지사들이 둘러 앉아 할머니의 건강을 기원하기도 했다.

■ “작년까지는 혼자였는데 올해는 모두 함께 해 행복”

행복한 꿈을 꾸며 사는 이원면 백지리 마을사람들은 이들 지킴이들의 봉사활동으로 늘 행복한 생활을 하며 남을 돕는일을 내 일처럼 하며 살아들가고 있다.

“작년까지 저 양반(이희우씨) 혼자서 동네방네 다니면서 이 일을 다 해 왔어요. 올해부터는 행복지키미가 되어 일자리 사업을 맡다보니 여럿이 함께 이 일을 하게 되어 너무 좋아요.” 김모(84) 할머니는 이들의 손을 맞잡으며 연신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독거노인의 집문을 수리하고 있는 모습

■ 행복지키미 1주일에 30시간씩 남을 위해 봉사

'9988행복지키미'는 옥천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1주일에 30시간씩 남을 위해 봉사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이다. 마을에서 놀고 있는 65~75세의 어르신들이 '9988행복지키미'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보람도 느끼고 행복을 찾으며 돈도 버는 일거양득의 일이다.

‘돌봄이 필요한 가정은 9988행복나눔이와 함께’란 캐치프레이즈로 마을을 따뜻하게 하고 훈훈한 정을 나누는 활동으로 인기가 높다.

■ 또 다른 봉사를 약속하며 내일을 계획 한다.

옥천시니어클럽의 홍미영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이 다함께 건강하게 오래도록 하시길 바라며 언제나 모여서 남을 돕는 지킴이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작년에도 왔고 올해도 왔지만 늘 새로운 마음이 들어 어르신들에게 수건 하나씩을 선물로 가져왔다”고 환하게 웃었다.

가족으로는 평생 옆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아내 조남연(68)씨와 1남6녀를 둔 이희우씨는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감 속에 또 다른 봉사를 위한 계획에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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