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들도, 배려만 해준다면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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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인들도, 배려만 해준다면 할 수 있어요"
  • 박하임기자
  • 승인 2016.05.12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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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마비로 오른팔 불편하지만 옥천군청서 공직생활 40년
“장애인의 인권과 삶의 질, 개선에 노력하는 지회장 될 것”
육동일(66) 충북지체장애인협회 옥천지회장

■ 장애를 극복한 ‘면장’으로 알려졌는데.

“제가 소아마비로 오른팔이 불편해요. 2살 때 고쳐보겠다고 어머니, 할머니가 절 업고 대전까지 병원에 다니기도 했어요. 그 시절에는 교통수단이 불편해 옥천에서 대전 가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그렇게까지 고쳐보려고 했는데 치료가 안됐습니다.

제 원래 꿈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팔을 올리기가 힘들다 보니 언젠가부터 그 꿈을 접게 됐죠. 어렸을 때 제일 싫어했던 수업이 체육수업이었어요. 그리고 국민체조 시간이요. 어떻게 하면 빠질까, 어떻게 하면 뒤에 설까 하고 고민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했어요. 선생님은 아니지만 공직생활 40년하고 정년퇴직했으면 꿈은 이룬 것 갖습니다.”

제11기 옥천군 지회장 취임식

 

■ 협회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장애인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요. 개인 혼자 움직이려면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정보 수집도 어렵고요. 그래서 국가시책정보 같은 걸 알려주고 도움을 주는 일을 합니다. 또 불리한 일이 있으면 같이 대항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해당 기관에 요구해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지체장애인 교통약자지원서비스 이용.

 

 

교통약자지원 서비스차량

■ 예산과 사업 운영은?

“청사 운영비와 사무원 인건비 사무용품비로 정부에서 1700만원 정도 예산이 지원됩니다. 하지만 직원 한 명 쓰는데 그인건비만 해도 부족하죠. 그래서 사실상 수익사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시외버스터미널도 운영합니다. 여러 사업이 있지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무래도 후원금이 크죠. 저희를 후원해주는 분들이 있기에 그나마 이렇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 가장 보람됐던 일이 있다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도움을 주게 되면 당연히 좋죠. 보도 블록을 비롯해서 시설개선 사업이 이뤄지면 기분 좋습니다. 장애인회관 같은 장애인들의 숙원사업이 이뤄졌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런 것은 사업을 통해서 눈에 보이는 것들이지만 사람을 통해서 느끼는 보람이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 생겨서 협회로 도움을 요청한 분들의 고민과 문제를 머리 맞대고 같이 방법을 찾아요. 그분들의 힘들어했던 문제가 해결된 후에 다시 찾아와서 고맙다고 할 때가 가장 큰 보람의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옥천군 장애인 생활 체육대회.

 

■ 사업관련 어려운 점과 문제점이 있나요?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리프트 차량 사업입니다. 3월 말로 정부지원이 끝났는데 리프트 차량 사업을 하려면 1년에 2,260만 원정도가 투입됩니다. 보험료만해도 150여만 원이 되고 자동차세에 인건비까지 하면 금액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현재 운영을 못하고 있어요. 정부에서 리프트 차량 사업을 중단한 이유가 뭔지 아세요? 운영수익이 미비하다는 겁니다.

리프트 차량을 매일 몇 번씩 할 수는 없죠. 그런데 눈에 보이는 숫자로 판단을 하니 지금 이 순간에도 리프트 차량이 필요한 분들이 이용할 수가 없게 된거죠. 지원받은 차량은 협회에서 가지고 있지만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중단된 상태라서 다른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고 힘든 일입니다.”

■ 장애인 인권에 대한 생각은?

“평상시에는 장애인이나 아닌 사람이나 문제없이 잘 지냅니다. 그런데 다툼이 일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상대방이 듣기 싫은 말을 자기도 모르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감정이 격해지면 무슨 말을 못할까도 싶지만 비하하는 발언은 삼가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아무래도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 때가 있어요. 자신감이 부족해서 스스로 뒤로 물러서게 될때가 많은데 내 자신은 내가 지켜야 하는 겁니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첫 번째는 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업을 공모할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하고 세 번째는 혜택을 몰라서 못 받는 장애인들을 위해서 다양한 혜택이 있다고 홍보에 힘쓸 생각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혼자서는 정보도, 활동도 한계가있고 힘든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일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장애를 갖고 산다는 건 하루하루가 투쟁이고 고난입니다. 그런 장애를 안 겪어본 사람은 알 수가 없죠. 남들처럼 가고 싶은데 갈 수 없고,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는 우대를 바라지 않아요. 다만 약간의 배려를 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조금 시간이 걸리고, 느리긴 하지만 할 수는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면 되는데 배제를 당하는 일이 은연중에 많아요. 같이 동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습니다.”

육동일 충북지체장애인협회 옥천지회장은 2015년부터 8월에 취임했으며 정해진 임기는 없다. 육회장의 가족으로는 부인과 아들 두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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