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자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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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자생력
  • 옥천향수신문
  • 승인 2016.05.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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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원 옥천증약초 교장

꽃을 가꾸고 식물을 기르는 취미가 있다. 사랑을 주는 만큼 잘 자라는 것이 식물이다. 동양란은 겨울에 베란다에서 죽지 않을 만큼의 추위 속에서 키워야 다음 해에 꽃을 피울 수 있다.열매를 맺는 식물들은 물과 양분을 많이 주면 꽃을 피우지 않고 가지를 치고 잎만 무성하다.

그들에게 가뭄을 일부러 줘보면 바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추를 많이 열리게 하려면 염소를 대추나무에 끈으로 묶어 놓아서 나무를 흔드는 고통을 주면 대추열매를 많이 맺는다.

길가에 핀 민들레를 보라. 짓밟히고도 노오란 꽃을 피워낸다. 추운 겨울도 스스로 이겨내고 봄이 되면 저 혼자 고개를 들고 피는 꽃, 그 꽃이 진 자리마다 누가 퍼트려주지 않아도 바람 따라 자손을 퍼트리기 쉽게 하얀 낙하산 모양의 가벼운 깃털로 되어있다. 바람 불면 멀리멀리 날아가 자리를 잡는다.

엉겅퀴는 어떤가? 뾰족한 가시를 달고 자기를 보호하며 스스로 세상에 맞닥뜨려 방어하며 꽃을 피운다. 그들은 누가 물주지 않아도 벌레를 잡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몸에서 방어 하는 구조로 무장하고 있다. 그러나 온실 속에서 곱게 자란 꽃들은 온도가 맞지 않아도 꽃을 피워내지 못하고 꽃봉오리마저 내밀지를 못하는 꽃이 많다.

자생력은 ‘스스로 살길을 찾아 살아나가는 능력이나 힘’이다. 들꽃들이 온실 속에서 크는 꽃보다 자생력이 강한것은 그만큼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어내었기 때문이리라. 우리네 인생도 그렇다. 성공의 비결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험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냈는가? 삶에서 얼마나 많은 경험을 겪었는가? 그래서 내린 뿌리가 얼마나 튼튼한가? 등등이 성공으로 가는 공식이 될 수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우리 아버지는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7남1녀를 두셨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내가 할 일은 내가 스스로 해야 했다. 부모님이 공부하라는 소리를 해 본 적이 없다. 공부를 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라도 가르치겠다는 말씀 밖에는 하지 않았다. 공부하는 길이 내가 살 길이라는 것을 어려서부터 알아차리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금은 8남매가 다 자기 일을 알아서 선택했고, 큰돈은 없어도 돈을 꾸러 다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것만 해도 아버지의 교육은 성공을 한 셈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현실은 어떠한가? 부모님이 일일이 챙겨주셔야 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언제까지 챙겨주실 것인가? 분명히 자기가 결정해야 할 일에도 선생님이 물어보면 엄마한테 물어보아야 한다는 아이들이 많다. 온실 속의 화초로 곱게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조금만 고통과 시련이 오면 금방 쓰러져 일어날 수 없는 꽃으로 키우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슬픔도 절망도 모두 기쁨으로 녹일 수 있는 자생력이 있는 아이로 키워야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어려움, 시련, 고통 등이 얼마나 삶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아름다운 말인지 모른다. 그들을 몸소 겪어야만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니 말이다.

우리 학교 어린이들은 날마다 체력을 다져가고 있다. 1, 2학년은 등산을 하고, 3,4,5,6학년은 날마다 축구대회를 하여 끈기와 인내를 배워가며 체력을 튼튼하게 하고 있다. 자생력도 길러주고 뇌도 활성화되어 학습력도 높여주자는 취지로 실시하는데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즐거워하는 모습이 얼굴에 봄에 핀 진달래꽃처럼 환하게 느껴진다. 학부모님도 운동화를 자주 빨아 귀찮기는 한데 눈만 뜨면 학교에 빨리 가고 싶어 해서 행복하다고 하신다. 얼굴에 그늘이 있고 우울해 하던 한 학생은 축구를 날마다 하니 정말 학교생활이 신이 난다며 너무너무 좋다고 한다. 몸이 좀 아파도 학교는 얼른 가고 싶다고 하는 아이도 있다.

지난달에 전교생이 등산과 산책을 한 시간 가량 걷는 데도 1학년 어린이들까지도 거뜬히 걷고 힘들다고 하는 아이가 없다. 도시에서 보기 힘든 일이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가다가 넘어져도 금방 뼈가 부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아이가 부지기수인데 우리 학교 아이들은 운동으로 다져져 웬만큼 넘어져도 끄떡없고 튼튼한 몸에 건전한 정신까지 깃들일 수 있으니 삶의 자생력이 길러지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흐뭇하다.

아카시아의 달콤한 꿀 향기로 번지고 이팝나무 가로수가 흐드러지게 핀 하얀 길을 거닐며 우리 증약초의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이 삶의 자생력을 길러 먼 훗날 모두가 아름답게 성공하는 아이들이 되어주길 꿈꾸어본다.

약력
증약초등학교 교장
수필가(2003년 문예사조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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