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詩)에 쉽게 다가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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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詩)에 쉽게 다가가기
  • 옥천향수신문
  • 승인 2016.05.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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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시를 호주머니 속에 넣고 온 종일 옹알거리고 싶을 때가 있다. 지용을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옥천 사람들은 지용의 시 옆에서 나고 자라고 늙는다. 그러나 그의 시 몇 편을 제외하고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좋은 글은 쉽게 읽힌다’와 ‘어려운시가 좋은 시’라는 입장이 공교롭게 서로 상치하면서 독자들로부터 시를 멀어지게 했다. 아마도 중·고등학교의 과도한 읽어 넣기식 시해석이 시에 대한 과잉반응을 낳게 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영향으로 모호한 시들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차츰 순수하고 맑은 시들에 대해 홀대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게 됐다. 독자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용이 일본 동지사대학으로 떠나기 전에 썼다는 대표작 「향수」는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구절만 입에 맴돈다고도 한다.

이것은 다양한 시들을 급히 이해하려 했거나 다량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감상하려 했던 성급함이 가져온 오류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별똥」, 「할아버지」, 「홍시」, 「해바라기씨」 등 동시와 지용의 장남 구관씨가 가장 좋아했다던 「호수」는 우리들 마음을 가득 채운다.

비교적 우리가 다가가기에 거부감이 덜한 이러한 시들부터 가까이 두도록 해보자. 그리고 감상해 보기를 바란다.

별똥

별똥 떠러진 곳,
마음해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인젠 다 자랐오.

동시는 어린이다운 심리와 정서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어른이 쓴 시이다. 즉, 동시는 어린이의 공감을 얻어야 하고 내용과 형식에서 특수성을 지녀야 한다. 지용은 유년의 순수성을 동시에 담았다.

그는 1930년 􀀀학생􀀀 2권 9호에 발표했던 「별똥」에 미련과 기약의 장치를 견고히 한다. 그 기약은 지용을 유년의 뜰에 앉힌다. 그러나 그 미련은 ‘벼르다 벼르다’ 안타까움만 자아내고 만다. 30음절의 짧은 「별똥」은 산골에서 ‘별똥’을 그리던 나의 추억과 매우 흡사하다. 그래서 내가 꽤나 좋아하는 시 중 하나다.

보통사람이면 가지게 되는 유년의 순수성. 지용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유년시절을 건너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한약상을 하며 타지로 돌고 지용은 그런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 했던가. 사랑한 사람과 소중한 기억을 지용도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어 했을 것이다.

옥천공립보통학교(현 죽향초)를 졸업하고 14살부터 고향을 떠나 서울살이를 했던 지용은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긴 꼬리를 달고 떨어지던 별똥에 담아냈다. 그랬다. 그 시절 ‘별똥이 떨어졌다’는 신비로운 이야기와 ‘오빠들만 주워 먹었다’는 약 오르는 놀림은 어른이 된 지금도 꿈만 같은 안타까움이다.

화자는 집을 떠나 고향과 가족과의 끈이 끊어져 버렸음을 ‘별똥 떠러진 곳’으로 명명한다. 그곳을 잊지 못하고 마음 가득 부려놓았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한다. 어리기만 했던 화자는 그곳에 그리움을 묻었다. 그러나 그 기약은, 끝내 도달할 수 없는 그리움에 도착하고 만다.

이제는 더 이상 마음에 담아둘 수도 없는 상실감과 헛헛함으로 자리 잡는다. 그렇다. 시는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아리송한 묘미를 남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가가기에 어렵고 거북스러운것만은 아니다.

시를 많이 읽다보면 시를 보는 안목이 형성된다. 보편적으로 남들이 훌륭하다고 인정하는 시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좀 서투르다고 생각되거나 쉬운 시부터 읽어야 한다. 이는 좋은 시를 알아보는 능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고 시에게 다가가는 지름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시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세계, 즉 창의적인 발견과 친근한 정서를 마련해 준다. 좋아하는 시, 마음이 가리키는 시부터 읽자. 그리고 내가 그 시의 화자라고 생각해보자. 그리하면 시가 나에게로 걸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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