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도 무사태평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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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도 무사태평 비나이다
  • 도복희기자
  • 승인 2020.02.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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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평리 청산교평다리밟기 열려
교평리 청산교평다리밟기 마을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교평리 청산교평다리밟기 마을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줄어들며 고령화 되어가는 농촌지역에 옛 풍습을 지키며 공동체적 삶을 이어가려는 마을이 있다. 청산면 교평리가 바로 그곳. 지난 8일 교평리(이장 장철수)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마을행사로 떠들썩했다. 교평마을회가 주최하고 주관한 보름행사(청산교평다리밟기)를 위해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하며 음식과 서로 간의 덕담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침 9시 30분부터 5시까지 각반별 윷놀이 및 풍물놀이가 마을회관 앞마당 및 노인정에서 각각 진행됐다. 저녁 식사를 마친 6시부터는 향교기원제가 시작됐다. 향교 앞에 제상이 차려지고 절을 올리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덕담이 이어졌다. 이어 아랫마을과 윗마을이 나눠서 강줄당기기가 시작됐다. 마을주민들이 모두 함께하는 자리였다. 이기고 지는 승자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라 하나의 함성으로 힘을 쓰며 화합을 다지는 자리였다. 크게 웃으며 한해를 맞이하는 주민 화합의 장이 펼쳐졌다. 강줄당기기를 마친 후 주민들은 청산민속보존회(회장 김기화)의 풍악소리에 맞춰 강줄을 멨다. 저녁이 되자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을주민들은 강줄을 메고 다리를 함께 건넜다. 다리 가운데 다다르자 제상을 차리고 제를 지내며 한해 주민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다. 같은 마음으로 다리밟기를 하는 자리였다. 주민 모두가 어떤 액운 없이 한해를 지내기를 바랐다. 검은 밤하늘로 퍼지는 풍물 소리가 강줄을 메고 가는 주민들의 발걸음에 힘을 보탰다. 보청천 한가운데 하늘 위로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라 있었다. 다리를 건너 강가 옆에 강줄을 모은 후 다시 한 번 제를 지내고 강줄을 태웠다. 강줄이 환하게 타오르며 모든 액운도 타오르기를 빌었다. 일시에 환한 불이 타올랐고 풍악소리가 퍼지자 자리에 모인 주민들은 한해의 소원을 빌었다. 청산교평다리밟기 행사를 모두 마치고 다리를 건너 돌아오는 길, 검은 하늘에 수를 놓듯 폭죽이 터졌다. 형형색색 펼쳐지는 불꽃향연이 돌아오는 주민들의 마음에 한 해의 희망으로 쏟아져 내렸다.

교평마을회 장철수 이장과 교평청년회 박삼현 회장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풍습을 이어가기 위해 몇 명 남지 않은 청장년들이 힘을 모았다”며 “행사를 통해 주민들이 화합하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짚을 꽈서 강줄을 만든 설용목(70) 어르신은 “28세부터 마을 어르신들이 하는 모습을 뒷전에서 보고 그분들이 돌아가신 후에는 다음 세대인 자신이 이어받아 재현하게 되었다”며 “예전에는 향교 입구 홍살문에 걸치고 했는데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마을회관에 기구를 설치해 강줄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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