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보세요”…장수사진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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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보세요”…장수사진 찰칵
  • 도복희기자
  • 승인 2020.02.20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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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째 재능기부 ‘고운영혼봉사단’
각 마을을 돌며 장수사진을 선물하고 있는 고운영혼봉사단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각 마을을 돌며 장수사진을 선물하고 있는 고운영혼봉사단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하는 영정사진은 가족들에게 큰 의미일 것이다. 그날 함께할 사진을 선물해주는 모임이 있다. 고운영혼봉사단(회장 홍기엽‧67)에서 13년째 옥천 9개 읍·면 마을을 돌며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촬영해 주고 있어 화제다.

홍기엽 회장은 어르신들의 영정사진을 찍어드리고 싶어 자원봉사센터에 찾아가 이 같은 뜻을 전했다. 2007년 일이다. 그동안 자원봉사를 통해 영정사진을 찍어 드린 분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한 달에 한 번 각 마을을 찾아갔으니 선뜻 계산이 되지 않는다.

장수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팀을 이뤄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메이크업, 헤어, 옷 입혀 드리기, 보조 조명 등 5~6명이 한 조를 이뤄야 가능한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모인 모임이 고운영혼봉사단이다. 김기석, 김춘호, 이원자, 정효숙, 진순장, 최양묵, 송경자, 최현묵, 김신애 회원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홍 회장은 “농촌에는 대부분 어르신들인데 자식들이 와서 영정사진 찍으러 가자는 말을 차마 못한다. 이것이 큰 불효인 줄 안다”며 “막상 사진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당황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마지막 가시는 길에 좀 더 화사한 모습으로 자식들과 인사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주면 뜻 깊은 선물이 될 것 같아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댓가 없이 하는 일에 주변의 반응이 냉담할 때도 있다. 자기 돈 들여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냐며 부정적 비아냥거림도 있었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홍 회장은 “아무 바람 없이 봉사를 하다 보면 기쁨이 크다. 내 대에 공을 받지 못하면 후대에 공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공을 쌓는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장수사진 뿐 아니라 일반 사진도 찍어 나눠주고 싶어 했다. 올해에는 시장에서 일하는 주민 200여 명의 사진을 찍어 액자에 넣어 드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013년 고운영혼봉사단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정효숙 회원은 “10여 년 전 친정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그때 영정사진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며 “이 계기로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봉사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게 되었다”고 참여 계기를 전했다. 이어 “세 아이의 엄마인 제가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산교육이 되는 것 아니겠냐”며 “엄마가 봉사하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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