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雨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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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雨水)
  •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 승인 2020.02.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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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중 2번째 날로 봄으로 들어서는 입춘(立春)과 겨울 잠자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驚蟄) 사이에 있는 절기. 우수는 태양의 황경이 330°인 날로 금년(2020년)은 2월 19일 이며, 대개 음력 정월에 든다. 입춘으로부터 15일 후가 되는 날로 봄의 기운이 좀 더 짙어져서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어 흐르며 날씨가 많이 풀리고 나뭇가지에 싹이 돋기 시작하고 기러기가 북쪽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우수’라는 말은 눈 대신 비가 내리고 강의 얼음이 녹아 물이 되어 흐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중국의 전통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기원전 475~221)에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삶에 대해 언급된 이래, 당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945),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1281) 등 여러 문헌에 우수 기간을 5일 단위로 3후로 구분하고, 초후(初候)에는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 늘어놓고, 중후(中候)에는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말후(末候)에는 나뭇가지에 싹이 돋고 풀이 자라기 시작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 늘어놓는다는 것은 그동안 얼어 있던 강과 냇물이 녹아 수달의 물고기 사냥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옛말에는 “우수 경칩이 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고 하여 겨울 찬 바람이 물러나는 시기라고 보았다.

흔히 양력 3월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예부터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고 할 만큼 이맘때는 날씨가 많이 풀리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때로, 새싹이 파릇파릇 나기 시작하지요. 마치 갓난아기에게 귀여운 이가 나듯 말입니다.

봄에 잎과 꽃이 필 무렵 겨울 대감추위(동장군)는 선뜻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여 꽤 쌀쌀하게 추운 바람을 불어냅니다. “꽃샘, 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계절에 나누는 전래인사에도 “꽃샘 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것도 있지요. 이 꽃샘추위를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피운다는 뜻을 담은 한자로 화투연(花妬姸)이라 합니다. 그러나 꽃을 시샘하는 추위도 서서히 한풀 꺾이고 대지엔 바야흐로 봄기운이 서서히 오르는 때가 우수지요.

우수가 되면 새해 농사 계획을 세우고 한 해 농사에 쓸 좋은 씨앗을 고른 다음 논둑과 밭두렁을 태워 풀숲에서 겨울을 지낸 해충을 없애고, 농사에 필요한 거름을 준비하고, 장(醬)담그기, 보리밭 거름주기, 유실수의 수확이 많기를 빌며 나뭇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넣는 나무시집보내기 가수(稼樹) 풍속이 있다.

장은 담가서 먹는데 까지 보통 6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그 출발점은 입동이며 본격적으로 담그기 시작하는 때는 우수이다. 우수에 장을 담가야 맛과 색이 변하지 않기에, 추위에도 불구하고 장 담그기가 행해졌다.

논두렁을 태운 이유는 농약이 없던 시절 겨우내 죽지 않고 살아있는 병충해를 박멸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오히려 병충해 천적을 없애 병충해가 더 확산될 우려가 있다.

보통 봄의 상징을 꽃이나 푸른 새싹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는 것이 있다. 얼어붙은 동토(凍土)가 녹아야 꽃이든 싹이든 돋아날 수 있다. 그러니 봄의 첫 징조는 얼음이 녹는 것에서 실감할 수 있으며, 그것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때가 바로 우수이다. 우수는 말 그대로 비와 물이다. 얼음을 녹이는 봄비인 동시에, 지열이 상승해 얼음이 녹은 물이기도 하다. 그걸 뭉뚱그려 우수라 한다. 둘 다 ‘녹이는 데’ 한 몫 한다. 우수에 숨어 있는 의미는 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24절기 중 ‘빗물’이라는 절기가 있다는 건 얼마나 우리를 감성적으로 일깨우는가. 녹고 풀려야 할 것은 얼음 강만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의 언 손이 녹고 마음이 풀려야 하지 않겠는가.

가난과 열등감, 두려움과 소외, 우리를 춥게 했던 모든 사슬들이 빗물처럼 풀려 흐르기 시작할 때 비로소 삼라(森羅)는 훈훈해진다. 얼어붙고 응어리진 것들이 누그러진다는 것, 푼다는 것은 새로운 만남을 뜻한다. 그래서 봄은 언제나 하나의 푸른 문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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