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직장인이 농부로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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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직장인이 농부로 사는 길
  • 도복희기자
  • 승인 2020.03.12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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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원농원 정용훈 씨의 농부역정
귀농인 정용훈 씨가 토마토 모종을 들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귀농인 정용훈 씨가 토마토 모종을 들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정용훈(희원농원 대표·49) 씨는 귀농 6년 차다. 토마토를 심느라 바쁘게 움직이며 쉽지 않은 길이라고 했다. 그는 경기도 일산에서 IT업계 직장생활을 했다. 아내(엄민정·44)는 공무원이었다. 도시에서 일에 파묻혀 살다보니 가족이 함께할 시간이 없었다. 일산에서 우연히 친환경 공동텃밭체험을 하면서 농사에 재미를 느꼈다. 부부는 두 딸과 귀농을 결정했다. 아내도 시골로 내려오는 것을 좋아했다. 둘이 열심히 하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도시에서 막연히 생각했던 귀농과 현실에서 부딪쳤을 때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만만치가 않았다. 귀농 후 농지구입과 시설 투자비용이 많은 데 비해 수익 창출이 너무 적었다. 규모가 크지 않은 땅에서 수익성 있는 농작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시설투자가 기본이다 보니, 생각보다 시설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군의 지원이 있긴 하지만 한번 받으면 5년간은 지원받기가 어려워 현실적으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6년 동안 매년 마이너스가 되었다. 아내도 농촌생활을 좋아했지만 경제적 여건상 다시 도시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직장 생활을 다시 시작한 아내와는 주말부부로 생활하고 있다. 군남초등학교에 다니는 12살, 9살 두 딸을 돌보며 둘이 짓던 농사를 혼자 하려니 용훈 씨의 하루는 바쁘기만 하다.

그는 “6년이 되었어도 농사는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라며 “특히 하우스는 기계가 아닌 손으로 일일이 하는 일이라 익숙치 않다”고 했다.

이어 “텃밭농사를 지을 때와는 달리 생계를 위한 것으로 농사를 짓다보니 재미가 안 느껴진다”며 “시설재배는 예상치 못한 병충해에 취약해서 걱정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용훈 씨는 청포도와 토마토를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 생산은 현재 그의 자부심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느 정도 경제적 뒷받침이 되어야 농촌생활이 가능하다.

그는 “포도든 토마토가 되었든 생산제품의 유통에 따라 수익 차이가 천차만별”이라며 “직거래를 활성화해서 수익 창출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생산품은 로컬푸드에 주로 나가고 남은 것을 도매시장에 내고 있다. 그는 “로컬푸드에는 익은 것을 가지고 바로 가니까 맛이 월등하다. 소비자들이 신선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로컬푸드가 좀 더 확대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사지으면서 개인적으로 판로 개척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판로 면에서 군의 지원이 뒷받침되어 준다면 귀농인으로 정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사짓는 것이 좋아 옥천을 택해 내려온 정용훈 씨의 6년은 새로운 도전 그 자체였다. 최선을 다해 농작물을 생산해내는 그의 가족이 농사만으로도 한 지붕 아래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가족이 같은 지붕 아래 뿌리내리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지역의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는 길이자 옥천의 유일한 희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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