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공존하는 ‘야청미술관’
상태바
시와 그림이 공존하는 ‘야청미술관’
  • 도복희기자
  • 승인 2020.03.19 1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규 시인과 박명자 화가의 예술세계
홍성규 시인과 박명자 화가가 야청미술관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홍성규 시인과 박명자 화가가 야청미술관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창으로 내다보면 금강줄기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공간이었다. 계절 따라 다른 종류의 새들이 찾아오는 올목강은 봄빛으로 반짝였다. 돌담 안으로 들어서니 텃밭이 보였다. 주인의 손길이 얼마나 많이 갔는지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동이면 적하리 올목 112-3에 자리잡은 야청미술관은 홍성규(79) 시인과 박명자(74) 화가의 터전이다. 이곳에서 남편은 시를 쓰고 아내는 그림을 그리며 산다.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집 주변을 가꾸고 텃밭을 일군다.

부부는 23년 전 대전에서 옥천으로 이주했다. 풍광이 아름다운 작업 공간을 찾다가 발견한 곳. 7년 동안 전국의 많은 지역을 돌아다녔지만 정착할 장소를 찾지 못하다 올목을 보고 바로 선택했다. 망설임 없이 선택할 만큼 풍광이 빼어났다. 시와 그림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는 느낌이 왔다.

처음 이곳으로 들어왔을 때 강 주변으로 버드나무가 지천이었다. 겨울이면 청둥오리와 고니떼가 날아와 장관을 이뤘다. 주변의 풍광은 고스란히 예술의 소재가 되었다. 20여 점의 버드나무 작품이 동아미전에 출품됐다. 금강에서 노는 오리들은 10폭 병풍 안에 새롭게 탄생되기도 했다. 뒤편 철봉산 소나무 역시 박 작가의 붓끝에서 예술로 승화됐다. 바람과 풀잎 자연에 기대어 사는 올목의 풍경은 지금도 그림과 시로 그려지고 있다.

홍 시인은 “예술가의 삶이 결코 녹록치 않다”며 “대부분 자급자족을 하고 있어서 바깥 일이 끝이 없지만 일이 곧 재미”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 지천이던 버드나무가 많이 잘려나가고 고사됐다”며 “살리고 지켜야 할 자연이 훼손되는 일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남편의 응원과 지지에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어 감사하다는 박명자 화가는 “그림은 일상이고 생활로 자신과 떼어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십 년 그림을 그렸지만 그리면 그릴수록 무섭고 어렵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렵다”는 말로 예술가로서의 고뇌를 드러내기도 했다.

적하리 올목에 깃들인 시인과 화가,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부부는 다시 삶을 선택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생활을 선택할 거라고 했다. 이곳에선 풀잎 하나하나에서도 자연의 의미를 더 선명하게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