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부조화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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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부조화 이론
  • 김명순 약사
  • 승인 2020.03.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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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 약사
김명순 약사

 

화사한 봄이 올 것 같지 않은 3월, 우리의 일상이 정지되었다. 어쩌면 파괴되었다고 하는 게 맞을까? 전 세계가 팬데믹에 빠져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으며 어둡고 아주 긴 코로나-19 터널을 위태롭게 통과하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신천지라는 사이비 종교 단체로 인해 대구·경북 지역은 패닉상태인데다 국가적 사회적 불신이 팽배해진 이 시기를, 국민 대다수는 그래도 슬기롭게 잘 버텨내고 있다.


현대인은 감수해야 할 근본적인 불안과 고민, 외로움 등으로 종교를 찾는다. 그런데 하필 타당성이 완전히 결여된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완벽―완벽하다는 낱말은 그저 사전에만 존재할 뿐, 그 어느 것에도 어울리지 않는다―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레온 페스팅거 Leon Festinger의 ‘인지 부조화 이론’―인간은 자신이 합리적이고 정당한 사람이라는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 즉 인지 부조화 해소를 위해 비정상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는 이론―은 꽤나 설득력 있게 접근하고 있다. 사이비 종교는 증삼살인(曾參殺人) ·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그럴싸하게 진실처럼 포장한 논리를 펼치며, 이 이론을 이용해 신도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현혹해 맹목적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이론은 그 외에도 프랭클린 효과, 금연의 어려움 등도 수긍할 수 있게 한다.


그러면 심리학자 로렌 슬레이터가 쓴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를 통해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페스팅거는 1957년 《인지 부조화 이론 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을 발표하며 “인간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양립 불가능한 생각들이 심리적 대립을 일으킬 때, 적절한 조건 하에서 자신의 (…) 행동에 따라 믿음을 조정하는 동인을 형성한다.”고 역설했다. 슐레이터는 이 이론을 세 가지 패러다임으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믿음/불일치 패러다임’은, 한 사이비 종교의 대홍수 예언이 불발됐을 때 오히려 강화된 믿음을 보인 신도들의 어처구니없는 해명(자신들이 빛을 퍼뜨린 덕에 신이 구원하여 홍수가 안 일어남)과 불합리한 행동으로 설명된다. 두 번째 ‘불충분한 보상 패러다임’은, 거짓말을 한 대가로 20달러를 받은 사람과 1달러를 받은 사람의 상이한 행동들로 설명된다. 1달러에 거짓말을 한 사람이 20달러에 거짓말을 한 사람보다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훨씬 강하게 주장했다는 실험 결과는, 한국전쟁 당시 중국인들이 미국인 포로들을 가혹한 고문이나 큰 뇌물 없이 겨우 쌀 조금과 사탕 몇 개를 주고 공산주의로 전향시켰다는, 놀라운 사실을 충분히 이해 가능케 한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에 관여한 보상으로 사소한 것을 받으면 받을수록 (…) 자신이 꾸며낸 거짓말을 돌이킬 수 없다면, 아예 자신의 믿음을 바꾸어 더 이상 부조화를 겪지” 않으려 하고 스스로 바보에서 탈출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유도된 순종 패러다임’은, 친목도모 차원에서 체벌 의식을 강요한 실험으로 설명되는데 체벌을 심하게 당한 사람일수록 반대의 경우보다 더 굳건한 충성심을 맹세했다고 한다. 슐레이터는, 이렇게 인간에 대해 부정적 평가―자신의 위선을 합리화하는 비이성적인 존재―를 내린 이 이론에도, 결점이 있다는 당연한 말로 끝을 맺는다.


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사이비 종교가 사라지길 바라지만 그런 일은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건강한 사회는 요원할까? 사회에 공존하는 상충된 의견의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인지 부조화 해소만을 위해 행동한다면 낙관적이진 않다. 그래도 우린 최전선에서 전염병과 싸우는 많은 분들과 따스한 이웃들을 통해 희망을 본다. 낮과 밤, 빛과 어둠 등으로 자연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조화롭게 살라고 가르친다. 언젠가 위기는 또 온다. 미래 위기에 대비한 방식이 획일적이면 자가당착을 견인할 수 있고 이분법적이면 화합이 불가해 답보상태에 빠질 수 있으므로, 수많은 지혜를 적절히 모아 최선의 해법을 모색하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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