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만에 돌아온 내 고향 ‘막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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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년 만에 돌아온 내 고향 ‘막지리’
  • 도복희기자
  • 승인 2020.04.0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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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행복한 손옥자 어르신
귀향인 손옥자 어르신이 마당 한쪽에 핀 꽃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귀향인 손옥자 어르신이 마당 한쪽에 핀 꽃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어릴 적 놀던 고향이 늘 그리웠다. 수몰되기 전 강빛이 얼마나 맑았는지 모른다. 물 안이 다 보일 정도로 투명했다. 도시에 살면서도 꼭 고향산천에 돌아가고 싶었다. 유년시절 놀던 산과 들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랐다” 17살에 고향을 떠난 손옥자(80) 어르신은 4년 전 고향 군북면 막지리로 돌아왔다. 고향산천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작은 텃밭 한편에 꽃나무 두 그루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싱싱하게 자란 대파는 탐스러웠다. 작은 마당은 깨끗하고 정갈했다. 손 어르신은 날이 더 따뜻해지면 몇 가지 씨앗을 뿌리고 식물을 키우는 것으로 소일거리를 삼을 거란다. 어린나이 도시로 나간 어르신은 남대문시장에서 일했다. 결혼 후 경기도 과천에서 51년간을 살았다. 2남 1녀 자식들이 독립하고 나니 고향에 와서 조용히 노후 생활을 하길 원했다. 옛날 생각하고 고향이 그리워서 오게 된 것. 막지리는 수몰 전 20가구 750명의 주민이 살았다. 대청호가 들어서며 대부분 물속에 잠기고 산중턱으로 이주하게 됐다.


어르신은 “예전의 고향은 아름다웠다. 4Km 펼쳐진 강변에 자갈과 모래가 깨끗하고 강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며 “그때 생각해서 대청호를 바라보면 아쉽고 마음이 답답하다”고 예전의 모습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고향에 돌아와 마을에서 진행 중이던 꽃가꾸기 사업에 열심히 참여했다. 고향 뒷동산에 꽃을 심고 아름답게 가꾸면서 17살 때 고향을 찾아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손 간 곳마다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마을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웠다.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면서 마을을 같이 가꾸어 나가고 싶단다. 10대 때 보았던 분들도 계셔서 고향에서의 생활이 편안하다는 손 어르신은 시간이 나는 대로 마을 이곳저곳 둘러보며 옛 고향은 아니지만, 마음에 자리 잡은 옛 고향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막지리로 내려오면서 자식들도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며 “막지리는 내 10대 시절을 간직한 동네”라고 고향에 대한 사랑을 내비쳤다. 51년 만에 찾아온 고향 막지리에서 그녀의 남은 생이 편안하고 즐거움으로 가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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