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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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봄
  • 동탄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0.04.0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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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이흥주 수필가
동탄 이흥주 수필가

 

오늘은 봄비가 온단 예보가 있다. 가을비는 사람을 쓸쓸하게 하는 게 있지만 봄비는 만물의 활력소처럼 생동감을 준다. 요즘은 화사한 봄볕과 함께 춘색이 한껏 익을 때건만 코로나 사태로 하여 우리 곁에서 봄이 사라졌다. 각종 축제가 자취를 감추고 사람들은 내 몸 사리기에 봄을 즐길 여유가 없다. 맘과 몸이 황폐해져 도저히 밝은 웃음을 웃을 수가 없다.


우리고장의 두 개의 대표축제인 이원 묘목축제는 취소되었고 5월 예정인 지용제의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이대로라면 지용제도 못할 것이다. 이 두 개를 못 함으로서 우리에게 오는 피해는 막대하다. 지용제도 그렇지만 묘목축제는 경제적 손실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즐기며 돈 버는 묘목축제, 정지용의 고향에서 하는 문학인과 일반대중이 어우러져 즐기는 지용제가 올핸 사라지게 되어 너무 안타깝다.


벚꽃이 만발하고 우리 지역에도 개나리, 매화, 진달래가 흐드러져도 사람들이 모여 그걸 즐기지 못하고 있다. 초목도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화려한 꽃을 피움에는 나 좀 봐 주세요 하는 소망을 담고 있을 텐데 올핸 그저 홀로 피어 있을 뿐이다. 지난겨울 코로나가 출현하기 전에는 이런 사태가 오리라고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지금 코로나로 전 세계가 난리인데 봄꽃 즐기는 게 문제가 아니다. 경제가 주저앉고 우선 호구지책이 발등에 불이다. 평소 하찮게 여기던 마스크 한 장 구하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서글픈 현실에 처해있는 게 우리들 모습이다. 지금 이렇게 모든 게 위기이지만 이 코로나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창 발생할 때보단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두 자릿수에서 세 자릿수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좀체 한 자릿수로 떨어지질 않는다. 방심하면 솟아오르고, 숨 돌릴 만하면 발생률이 오른다. 이제 섣부른 낙관론은 접고 전 국민이 정신 바짝 차리고 이 난관을 헤쳐야 한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 이런 게 오기 전엔 독감이 무서웠다. 그래도 독감은 예방접종을 매년 하며 걱정을 덜하고 살았는데 이런 것들은 약도 없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나타나니 전 세계가 공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예고도 없이 오니 속수무책이긴 하지만 이젠 조용할 때, 편안할 때 이런 걸 예상해서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야 되겠다. 초기에 잘 대응하여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고 포클레인을 들이대도 힘든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지금 각자가 자가 격리를 한다는 심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역행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나가서 식당에서 밥도 먹고 국내 관광도 열심히 다니며 소비를 해주어야 경제가 잘 돌아가겠지만 좀 더 참아야 할 것 같다. 개구리가 더 멀리 뛰기 위하여 더 많이 웅크려야 하듯이 잠깐만 전 국민이 웅크려야 되겠다. 올봄은 잠시 홀로 두자 아깝지만. 기왕 여까지 온 거 더 철저하게 개인위생이나 거리두기를 실천하여 이 사태의 종식을 앞당기자. 방심하면 파고든다. 섣부른 낙관도 금물이다. 사태의 종식을 앞당기기 위해서 잠시 괴롭고 힘들어야 한다.


우리국민들은 깨어있고 성숙하다. 민도가 높다. 우리보다 선진국이라고 여기던 다른 나라에선 사재기로 난리를 치는데 그런 것도 없다. 하는 말들이 우리나라는 정치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국민만은 다르다고 말한다. 국민이 깨어있으면 언젠가는 정치도 급이 올라갈 것이다. 틀림없이 그것도 이룰 것이다.


매일 한적한 공원에 나가 한 시간 가까이 걸으며 봄이 곁에 있음을 실감한다. 어제는 모처럼 농사일로 시골을 갔더니 정말 세상이 봄볕으로 딴 세상이 되어있었다. 집에서만, 동네에만 갇혀있으니 봄이 내 곁에 바짝 다가와 있음을 느끼지 못한다.


농부들은 지금 농사일에 바쁘다. 한가할 때 모여서 쉬고 놀던 회관이나 경로당이 전부 폐쇄돼 자물쇠가 채워지자 갈 곳 없던 노인들이 이젠 논밭으로 나가 농사일에 땀을 흘리고 있다. 빨리 이 사태가 사라져 꽃구경에 사람들이 바글대고 음식점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광경을 보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책가방 메고 조잘대며 학교를 오가고 마트와 시장거리마다 사람사태가 나며 관광지가 미어터지는 날이 분명 곧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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