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내가 가꾸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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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내가 가꾸어 만든다
  • 황법명 백운사주지 수필가
  • 승인 2020.04.02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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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법명 백운사주지 수필가
황법명 백운사주지 수필가

청명한 가을을 사노라면 삶이 풋풋하고 감사해집니다. 도심도 그러하지만, 산중생활도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날씨가 우중충하고 비바람이 불면 공연히 짜증이 나지요. 오늘 같은 날은 마음도 활짝 열려서 매우 즐겁습니다. 연일 맑게 갠 가을 날씨 덕에 나 자신도 여러 가지로 일상을 흥겹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부자리를 햇빛에 널면서 서정주 시인의 시 ‘푸르른 날’을 외워봅니다.
 
눈이 부시게 푸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이렇게 두런두런 시를 외우다 보면 이 마음이 흥겨워지고 사는 일에 새삼 즐거워집니다. 시는 언어의 결정체입니다. 그 안에 우리말의 넋이 살아 있습니다.

시를 외우면 그 안에 아름다운 우리말 속 얼굴이 투명하게 드러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시를 읽어 보십시오. 지난날 소년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세월이 흘러 까맣게 잊은 잊힌 그 무엇이 있지요. 시를 읽으면 삶을 새롭게 가꿀 필요가 있습니다.

시를 읽으면 피가 맑아집니다. 험한 세상에 무뎌진 감성의 녹이 벗겨집니다.

나는 요즘 밤마다 왕유나 백난천의 시를 읽다 보면 세상 사는 일이 고마워져요. 우리는 요즘 눈을 뜨기 무섭게 지겹고 짜증스러운 뉴스에 크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경제를 살린다고 하는 분들이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널뛰는 경제에 갈팡질팡 쫓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가진 것만큼 행복한가? 스스로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많이 가진 자들이 과연 행복한가요? 그렇다고 해서 많이 가지지 못한 이들은 불행한가요? 우리는 행·불행의 평가를 다시 해야 합니다.

많이 가졌으면서도 베풀 줄 모른다면 불행한 것이고, 적게 지녔지만 많이 베푼다면 행복한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과 행복은 외부 상황이나 여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적 수용 여부의 받아들이는 삶의 자세에 달려 있습니다.

요즘처럼 들려오는 소식에 휩쓸리다 보면 자신이 너무 왜소해지고 무력해집니다. 삶에 자신을 잃고 끊임없이 방황하게 됩니다.

이런 외부 현상만이 삶의 전부가 아닙니다. 눈을 안으로 돌리면 향기로운 영역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밤낮 귀 기울이는 뉴스에 얽매이면 삶이 시들어 갑니다. 그런 외압에 눌러 내 안의 힘을 일깨우려 하지 않게 되고 삶이 지겹고 시들해지죠.

옛 성현들의 삶으로부터 배울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250여 년 전 선비 장훈의 글, 평생의 소망에 따르면 인왕산 골짜기 아래 허름한 집 한 채에 매혹되어 그 집을 꾸미고 싶은 소망에 부풀어 있는 바람과 만납니다.

엽전 500냥의 시가를 지닌 집을 사서 집 둘레에 꽃을 가꾸는 꿈에 마음이 들뜨죠. 그는 평생의 소망인 주거 공간을 제시합니다.

내가 누리는 행복, 일상에 쓰는 도구, 늘 하는 일, 귀중히 여기는 책, 즐기는 경치, 조심할 것 등을 차례로 나열합니다. 그중 맑은 복 여덟 가지를 들어 봅니다. 당시는 영·정조시대로 문예 부흥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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