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학부모 학생도 ‘당황’…옥천은 ‘이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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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학부모 학생도 ‘당황’…옥천은 ‘이상무’
  • 임요준기자
  • 승인 2020.04.09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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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고3 대상 9일 온라인 개학
스마트기기 29대 긴급 보급

청산고, 3차례 시범운영 통해 준비 완료
동영상 수강 시간·과제 체크, 단톡방 운영
전교생이래야 76명이 전부인 청산고등학교. 이중 3학년은 26명. 순환교사 5명을 포함 전체 교사도 17명뿐. 진로선택과정과 심화과정은 동영상 수업으로 대체하고 있는 실정. 그럼에도 이 작은 학교는 지난해 전교생 전원이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진학률 100%. 연세대, 부산대, 충남대, 충북대 등 명문대와 국립대도 다수 합격했다.

코로나19 발생으로 개학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 올해도 이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학교는 벌써부터 근심이 앞선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법. 지난 7일 기자가 찾은 이 학교는 이틀 뒤 고3 학생들의 정식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마지막 시범 운영을 하느라 분주했다. 지난 달 30일과 1일에 이어 세 번째 실시한 시범 운영이다. 이 학교는 EBS 온라인 클래스에 각 과목별 방 개설을 마쳐놓은 상태. 학생들도 이미 회원가입을 마쳤다. 컴퓨터 앞에 앉은 교사들은 학생들의 수강여부를 체크하느라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동영상 강의 수강에 필수품인 스마트기기 보급은 어떨까?
옥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전수조사 결과 옥천여중 8대, 옥천중 10대, 옥천고 8대가 부족했다. 청산고는 부족하지 않았다. 교육청은 부족분 26대와 여유분 3대를 추가로 확보해 보급했다.

사회과 이소정 교사의 수업진행을 따라가 봤다. 수업은 미리 짜놓은 시간표대로 진행됐다. 오프라인 교실 현장과 같이 담임교사는 아침조회부터 시작한다. 시간은 대략 20분 정도. 미리 개설한 카카오톡 단톡방(단체로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방)에서 전달사항을 공지한다.
 
자, 이제 본격 1교시 ‘동아시아’ 과목이 시작된다. 첫 수업인 만큼 OT(오리엔테이션)가 열렸다. OT수업도 대략 20분 정도다. 수강을 완료한 학생은 ‘완료’라고 표시된다. OT를 완료한 학생은 본격적으로 학습이 시작되는 두 번째 동영상을 연다. 한 강의당 40~50분 가량 짜있다. 첫 5분대는 출석체크를 한다. 이후 25분간 EBS 강의는 진행된다. 나머지 10분 정도는 과제와 학습체크, 피드백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한 강의는 마무리 된다.

평소 학생들은 심화과정에 있어 동영상 수강을 해온 터라 동영상 수업이 낯설지 않다는 게 교사들의 판단이다. 요일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하루 6~7교시 수업이 이뤄진다. 교사들의 걱정이 여기에 있다. 긴 시간동안 학생들이 각 가정에서 얼마만큼 집중력 있게 수강할 수 있을까 이다.

이 학교 온라인 수업 책임을 맡고 있는 박병주(수학과) 교사. 지난해까지 옥천고에서 근무하다 올해 이 학교로 옮겨왔지만 아직까지 학생들과 한 번도 대면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박 교사는 “처음 있는 일이라 모든 것이 걱정이다. 그동안 학생들은 동영상 강의를 수강해 오긴 했지만 하루 종일 동영상 수업은 처음이라서 얼마만큼 집중력 있게 수업에 임하게 될지 많이 걱정”이라고 우려스런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동시 접속시 서버 문제도 제기됐다. 실제 이 학교에서 시범운영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박 교사는 “학생들이 동시 접속하다보니 버퍼링문제가 생겼다. 풀어야할 숙제”라며 “이럴 경우 야간에라도 수강하면 출결이 인정된다”고 대책안을 설명했다.

민주 시민으로서 생애 첫 국회의원 선거권을 얻게 된 이들을 위해 선거교육 시간도 따로 편성해 뒀다. 집중력이 오르는 2~3교시에 배치했다.

후학양성 33년 세월동안 처음 겪는다는 황인문 교감은 “수강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학생들이 얼마만큼 규칙적으로 할 것인가. 또 흥미가 적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동기유발을 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청산고는 작은 학교인 만큼 장점이 많다. 특히 교사와 학생들이 한 가족 같은 유기적 관계에 있어서 이번 온라인 강의에 대한 문제점도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범 강의를 접한 안하늘(3학년) 학생은 “각 과목별 강의는 무난하게 짜여 있었지만, 고3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온라인 개학을 해야 한다는 게 당황스러워요”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친구들도 황당해 하는 것은 정보전달이 곳곳에 있어 하나로 통일되게 단톡방에 했으면 합니다. 단톡방은 저희들이 이용하기에 쉬운 곳이고 전체 공지를 하는데도 용이한 곳”이라며 미흡한 정보전달 방법을 꼬집었다.

이어 노트북이 고장이라도 나면 어쩌나하고 애지중지 다루고 있다고 말해 낯선 환경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외무공무원이 꿈이라며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진학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밝힌 안하늘 학생. 온라인 개학이 낯설기도 하지만 교사들의 세심한 준비와 지도가 있기에 하늘이는 꿈을 향해 달린다. 작은 학교 청산고의 오늘이 옥천 교육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편 온라인 개학은 중3과 고1은 9일, 중1, 2와 고1, 2, 초4~6학년은 1주일 뒤인 16일, 초1~3학년은 20일에 시작된다.
사회과 이소정 교사가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시범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과 이소정 교사가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시범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안하늘(3학년) 학생이 온라인 개학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안하늘(3학년) 학생이 온라인 개학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청산고 온라인 개학 책임을 맡고 있는 박병주(수학과) 교사가 준비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청산고 온라인 개학 책임을 맡고 있는 박병주(수학과) 교사가 준비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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