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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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
  •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 승인 2020.04.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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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옛날에 제(齊) 나라 임금이 그림을 매우 좋아하였습니다. 그의 궁전에는 이 사람 저 사람이 그린 그림으로 가득하였으며 화가들도 많이 출입하였습니다. 다음 내용은 궁전에서 그림을 그리던 어떤 화가와 임금의 대화 내용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그리기 어려운 그림이 무엇인가.”


화가가 대답했다.


“개나 말을 그리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임금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가장 그리기 쉬운 그림은 무엇인가.”


화가가 다시 대답했다.


“가장 쉬운 것은 귀신과 도깨비 그림입니다.”


임금은 화가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그런가 물었다. 화가가 설명했다.


“개나 말은 사람들이 자주 보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그리지 않으면 곧바로 알아차리고 맙니다. 반면 귀신과 도깨비는 형체가 없습니다.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아무렇게나 그려도 지적당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래서 귀신과 도깨비 그림이 가장 쉽다고 말한 것입니다.”


누구나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은 꼬투리를 잡힐 수 있습니다. 알아보기 힘들도록 모호하고 두리뭉실하게 추상화처럼 그려야 별 잡음 없이 넘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도 이런 게 아닐까요. 인류를 사랑하기는 쉽지만 한 인간을 사랑하기는 어려우니 말입니다. 70억 인류는 추상적이고 실체가 모호한 반면 인간은 실존적 존재입니다. 인류는 말로 사랑할 수 있으나 인간은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하므로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온갖 모순과 부조리로 얼룩진 한 인간을 사랑으로 감싸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 매일 사랑을 외치는 성직자들이 정작 자기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래서 일찍이 예수도 주변 사람들에게 인류를 사랑하라고 외치지 않았습니다. 단지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했을 뿐입니다.


2500년 전 공자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시 초나라에선 백성들이 날마다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떠나는 바람에 인구가 줄고, 세수가 감소하여 국가재정이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섭공이라는 제후가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백성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공자의 대답은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였습니다. 이 말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은 자연히 찾아오게 된다."는 뜻으로 현대사회에서도 딱 들어맞는 말입니다. 그것이 정치의 요체라는 것입니다.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에 따르면, 정치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것인데, 기쁨은 마음을 움직일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나아가 정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행해지는 것이므로, 한 명 두 명이 모이기 시작하면 관계가 형성되고, 이 모든 관계를 가장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기본이치가 되는 셈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정치인의 궁극적 목표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에 닿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근자열 원자래는 비단 정치인뿐만 아니라 누구나가 귀담아 들어야 하는 말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국가와 지역을 다스리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등이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4월 15일은 제21대 총선이 있는 날입니다. 미래통합당이나 더불어민주당 등 각 정당에서는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여 후보자 등록을 마무리 짓고 선거운동에 전념하고 있는 중입니다. 후보자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공약을 내걸고, 지역민을 진심으로 섬기면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정치를 하겠다며 소리 높여 외칩니다. 그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들의 구호가 당선된 이후에도 제대로 실행될지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지역민을 주인으로 모시겠다고 굳게 약속하지만, 막상 당선이 되면 자신들만의 잔치에 눈이 어두워 이권을 좇아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지역민들의 삶은 늘 뒷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디, 이번 총선에서는 공자가 말한 근자열 원자래를 몸소 실천하는 국회의원이 대거 나와 주기를 은근히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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