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내가 가꾸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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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내가 가꾸어 만든다
  • 황법명 백운사주지 수필가
  • 승인 2020.04.09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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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법명 백운사주지 수필가
황법명 백운사주지 수필가

 

태평시대에 태어난 것
서울에 사는 것
다행히 자신이 선비 축에 낀 것
문자를 대충 이해하는 것
산수가 아름다운 산을 차지한 것
꽃과 나무 천 그루를 지닌 것
마음에 맞는 벗을 얻은 것
좋은 책을 소장한 것
 
그럼 우리는 이 가운데 어떠한 맑은 복을 누리고 지녔는지 생각해 보세요. 이 글을 읽으면서 저는 새삼 제 삶의 처지를 생각했습니다.

경전이건 글이건 자기 자신의 삶을 거울에 비춰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책을 읽는 의미가 있습니다. 책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거울로 삼는 것이죠. 나날이 새로워지려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 뒤에서 나 자신을 받쳐주고 있는 까닭입니다.

바로 스승과 말벗이 될 수 있는 몇 권의 책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또한, 출출해지거나 무료해지려 할 때 마시는 차가 있습니다. 산사에 기거하면서 차 맛을 모른다면 무슨 낙으로 살까 문득 생각해 봅니다. 차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삶은 맑은 여백과 같은 것이죠. 더불어 굳어지는 삶에 탄력을 주는 음악이 있고 내 일손을 기다려 주는 많은 것이 있다는 사실이 고맙습니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한적한 삶을 살고 싶은 꿈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가하게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바를 누리고 있습니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적벽부에서 ‘저 강물의 맑은 바람과 산중의 맑은 달이여 귀로 들으니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니 빛이 되는구나. 가지고자 해도 말릴 사람 없고 쓰고자 해도 다 할 날 없으니 이것은 천지자연의 무진장이로다.’라고 했습니다.

모든 자연에는 천지자연의 소산들이 무진장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이러한 자연을 즐길 줄 아는 이는 흔치 않습니다. 남은 평생에 둥근 달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요. 한번 지나가면 다시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때그때 모든 것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강산은 본래 주인이 따로 없습니다. 그것을 보고 느끼면서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바로 강산의 주인입니다.

관심을 안으로 기울이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이 무수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눈을 밖으로만 팔기 때문에 외부 상황의 덫에 걸려 삶을 진실하게 파악하지 못합니다.

우리를 감싸주고 먹여 살려주는 무진장한 자연이 널려 있는데도 정신은 밖으로만 쏠려 그것을 찾아내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이 좋은 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무수히 있는 것입니다. 이 순간에도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은 단 몇 분이라도 생명을 유지하고 싶어 간절히 소망하는 삶인데 말입니다. 존엄한 목숨을 무가치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자기 혼자만을 위해 살거나 이유를 불문하고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인간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시공간적으로 떨어져 지낸다 하여도 수많은 이웃과 함께 삶의 흐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말입니다. 제 기분대로 그 흐름을 이탈하는 것은 그릇된 생각입니다.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닙니다. 또 다른 삶의 시작입니다. 동서고금 선각자들이 체험을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자살은 자해로 인한 업을 짊어지고 다음 생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윤회의 사슬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겪는 막막한 고통은 늘 지속하는 것이 아닙니다. 흐린 날이 있으면 반드시 맑은 날이 옵니다.

삶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쨍하고 해 뜰 날이 온다는 노래가 있지요. 외부상황이 변하듯 내면적인 생각도 시시각각 변화합니다. 자살 충동을 겪는 이들은 당시의 절망감에서 추락해 버리는 것입니다.

막막한 덫에서 벗어나 맑은 정신으로 인간 삶을 살필 수 있었다면 그 한때의 외골수에서 벗어나 더욱 넓은 시야로 새로운 자기 삶을 실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려움이 닥치면 혼자 해결한 생각은 버리십시다.

우리는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합니다. 모든 고마움을 세상과 함께 나누기 위하여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야 합니다.

좋은 결실의 계절에 내일의 희망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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