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 작년 옥천 논밭 축구장 7개 사라졌다…태양광발전시설 급속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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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작년 옥천 논밭 축구장 7개 사라졌다…태양광발전시설 급속 증가
  • 임요준기자
  • 승인 2020.04.23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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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농지전용 개발행위 7천평
2018년 2만5천평으로 3.5배 증가

2019년 5만3500평, 올해만도 1만평
옥천군 안내면 오덕리 9곳 설치, 3곳 추진중
이장 “우린 옥천군민 아니다 소외감”
안내면 오덕리. 보은군과 경계를 이룬 이 마을에 태양광발전시설 9개가 설치돼 있다. 사진은 앞으로 추가 설치될 농지다. 주민들은 작은 시골마을이 온통 태양광에 덮쳐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옥천군 안내면 오덕리. 보은군과 경계를 이룬 이 마을에 태양광발전시설 9개가 설치돼 있다. 사진은 앞으로 추가 설치될 농지다. 주민들은 작은 시골마을이 온통 태양광에 덮쳐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기획보도 태양광에 사라진 식량텃밭>

# 옥천군 안내면 오덕1리. 보은군과 접해있는 마을에 들어서자 이곳저곳에 태양광발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 마을에만 6곳. 추가 2곳이 추진 중이니 마무리 되면 작은 시골마을에 총 8개 시설이 들어서는 꼴이다.

# 바로 옆 옥천군 오덕2리. 역시 이곳에도 3개가 설치돼 있다. 1곳에 추가 추진 중이다. 오덕리 전체로 봤을 땐 총 9개 시설에다 추진 중인 3곳이 마무리 되면 총 12개 시설이 들어선다.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시설은 단 한곳도 없다. 모두 외지인이다.

이처럼 작은 시골마을 논밭에 태양광이 줄기차게 들어오는 이유는 뭘까? 태양광발전시설을 운영하는 A씨의 말을 직접 들었다.

그에 따르면 산지 허가는 어렵게 됐다는 것. 지난해 7월부터 산지의 경우 허가 조건이 크게 강화됐다. 시설을 하더라도 20년 후엔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 수익도 줄어들었다. 주택 옥상의 경우 발전량의 1.5배, 농지의 경우 1.0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과 달리 산지는 0.7밖에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산지보다는 농지쪽으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실제 향수신문이 옥천군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분석해 보니 태양광 시설을 위한 산지 개발행위 허가는 급속히 줄었다. 올해는 단 한건도 없다. 농지는 이와 전혀 반대상황이다. 2015년 농지 전용허가 면적은 3만6404㎡(1만1000평). 2016년에는 약간 줄어 3만4803㎡(1만540평)이다. 2017년에는 더 줄어 2만3191㎡(7000평)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 농지의 전용허가면적은 8만3234㎡(2만5200평)로 전년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산지의 허가조건이 강화된 지난해에는 17만6658㎡(5만3500)으로 전년도 대비 2배 이상, 2017년에 비해 7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에는 3월말 현재 3만3409㎡(1만평)가 전용돼 어느새 2016년 허가면적을 뛰어 넘었다.

작년 농지가 사라진 지역별 현황을 보면, 동이면이 가장 많은 4만4411㎡(1만3400평), 다음은 청산면 4만370㎡(1만2200평), 이원면 2만3494㎡(7100평), 오덕리가 있는 안내면은 2만1092㎡(6400평), 안남면 1만5273㎡(4600평), 청성면 1만2392㎡(3700평), 옥천읍 1만220㎡(3000평) 순이다. 군서·군북면은 전용허가면적이 없다.

태양광이 농지쪽으로 몰리는 것과 동시 동이·청산·이원면 등 인구밀집지역 인근이 아닌 외딴 곳으로 몰리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민원발생이다. 읍이나 면 소재지처럼 인구가 밀집된 인근지역은 민원이 발생해 일처리가 힘겹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구가 적은 외곽지역에 설치하는 것이 손쉽다는 것이다.

실제 태양광 관련 민원이 발생된 지역 대부분은 인구밀집지역 인근이다. 반면 안내면 오덕리는 보은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유선 전화번호도 옥천지역 7이 아닌 보은지역과 동일하게 5로 시작한다. 이 지역에선 태양광 관련 민원이 발생되지 않은 지역이다.

또 다른 이유는 부지매입비다. 안내면 오덕리 토지는 인구밀집지역 인근 부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시세보다 수 배 이상 지불해도 인구밀집지역 인근보다 더 저렴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곳 오덕리의 경우 농지 평당 가격은 8~9만 원 선이다. 하지만 태양광 부지 매매거래가는 17만 원까지 거래됐다. 시세보다 2배 이상을 받고 팔 수 있다는데 마다할 주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마을이장 B씨는 “주민들은 시세보다 몇 배 더 준다고 하니 마다하지 않고 판다. 실제로 한 농민은 태양광 부지로 사용할 땅을 판 돈으로 주택과 가까운 토지를 구입하고도 빚도 갚았다”며 “개인적으로는 잘된 일일 수 있지만 좋은 농지 수천 평이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한 마을에 이렇게 밀집된 태양광은 없을 것”이라며 “행정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합법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허가를 안 해주면 공무원이 다친다고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한 마을에 밀집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만약 여기가 옥천읍과 가까운 곳이라면 행정이 손을 놓고 있겠냐”며 “우린 옥천군민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태양광발전시설이 작은 시골마을에 10여개 넘게 설치되면서 식량의 원천인 소중한 농지들이 사라지고 있다. 부풀린 토지매매가는 주민들간 위화감마저 조성하고 있어 행정과 군의회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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