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데 유산소운동이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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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는데 유산소운동이 최선일까?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0.04.2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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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오랜 동안 마치 공식처럼 통용되는 말이 있다. 살 빼려면 유산소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유산소운동이란 ‘중간 이하의 낮은 심폐순환계의 전신운동’을 의미한다. 심장순환계, 그리고 호흡계에 자극을 주는 전신운동이 체지방의 연소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유산소운동이 살 빼는데 적합한 운동이라는 이론적 근거는 거슬러 올라가면 60~70년대의 운동생리학적 연구에서 비롯된다. 또 이 때 불어 닥친 조깅 붐도 건강과 체중관리에 유산소운동이 가장 좋다는 확고한 믿음을 심어주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 전달되어 일반 대중에게 어떻게 잘못된 인식이 심어지게 되었는지를 추적해보면 다음과 같다. 운동을 할 때 근육을 위한 주된 연료는 탄수화물과 지방이다. 그런데 운동을 어느 수준 이상의 강도로 수행하게 되면 인체는 지방보다는 탄수화물을 더 높은 비율로 연소시키게 된다. 즉 높은 강도에서 근육은 상대적인 산소결핍을 경험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산소가 있어야만 연소시킬 수 있는 지방보다 산소 없이도 분해할 수 있는 탄수화물을 더 연소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무산소적으로 탄수화물을 연소시켜서 에너지를 만들어낼 때, 최종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 젖산(또는 젖산염)이라는 물질이다. 최근에는 젖산(염)이 직접적인 피로물질이 아니고 에너지생성과정에서 증가하는 수소이온이 직접적인 피로의 원인이라는 점이 밝혀졌지만, 어쨌든 무산소성 대사의 산물로 젖산(염)의 생성은 운동의 강도나 피로의 중요한 지표인 것은 분명하다. 즉 운동의 강도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수행될 때 이 젖산(염)의 생성이 급격하게 증가하는데, 이를 무산소성 역치(또는 젖산역치)라고 한다.


그런데 이 젖산(염)은 지질의 분해와 동원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인체는 달리기를 점점 빨리 달리면 달릴수록 지방보다는 탄수화물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서히 조깅하듯이 달릴 때는 거의 100%를 유산소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내지만, 점차 속도를 높여서 운동장 한바퀴(400m)를 최선을 다해 달린다면 무산소적으로 70~80%의 에너지를 얻고, 유산소적으로는 20~30%만을 얻게 된다. 그리고 무산소적인 대사의 결과 혈액 중에 젖산(염) 농도는 매우 높아지면서 운동을 하는 중에 지질분해는 억제된다. 그렇게 되면 지방의 연소가 상대적으로 탄수화물보다 적어지게 된다. 또 높은 강도의 운동은 피로를 빨리 초래하고, 그로 인해 충분한 운동량을 달성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살을 빼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지방의 연소비율을 높이고, 긴 시간동 안 충분한 운동량을 달성할 수 있는 유산소운동이 좋다는 근거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고령자나 노약자와 같은 고위험군은 유산소운동이 더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젊거나 체력수준이 높은 사람은 살빼기를 위해 굳이 젖산역치 이하의 유산소운동을 고집할 필요가 전혀 없다. 젊거나 운동경험이 있는 사람은 높은 강도의 운동이라도 어느 정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그 운동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에너지소비량도 더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낮은 강도로 운동할 때에 비해서 높은 강도로 운동할 때는 지방의 상대적인 연소비율은 낮아지더라도, 지방연소의 절대량은 더 높게 나타난다.


특히 심혈관계질환 등이 없다면 지방연소에 더 효과적인 운동으로 고강도인터벌운동이 추천되고 있다. 달리기나 체조를 예로 들자면, 30초나 1분간 최대에 가깝게 운동하고 나서 1~2분간 가벼운 속도로 운동하는 것을 10회 정도 반복할 수 있다. 이 때 걸리는 시간은 총 15분에서 30분 정도이다. 이 고강도인터벌운동은 운동 중의 에너지소모량뿐만 아니라 운동 후의 지방연소효과(post-exercise fat burning effect)도 매우 높다. 이 심폐순환계의 전신운동에 더하여 저항운동(근력운동)을 병행하면 지방을 제거하는데 장기적으로 더욱 효과적이다. 근육은 훌륭한 에너지소비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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