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최일선 마을이장의 일탈…“참 봉사정신 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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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최일선 마을이장의 일탈…“참 봉사정신 새겨야”
  • 임요준기자
  • 승인 2020.04.29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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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옥천읍 한 마을 이장
비닐하우스 축사 가설승인 없이 무단사용에다
슬레이트 섞인 생활쓰레기 구거지에 매립 의혹

또 다른 마을
전임이장들 간 수년 째 법정싸움 비대위 구성
했지만 또 다시 명예훼손 법정싸움 이어가

행정 최일선에서 주민의 눈과 발이 되는 마을이장. 시골로 들어갈수록 주민 대부분은 고령의 어르신들이다. 그러기에 이장의 역할은 행정만이 아닌 집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행여 밤새 안녕하신지 까지 챙기는 그야말로 마을 머슴이기를 자처한다. 봉사와 헌신의 정신이 없으면 감당할 수 없는 일꾼 사명이다. 하지만 관내 몇몇 이장들의 일탈이 마을을 넘어 지역사회 문제로 그 심각성이 도를 넘고 있다. 도시 통·반장과 달리 시골 농촌마을 이장은 무언의 무소불위 권력을 갖고 마을사업을 쥐락펴락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기자가 확인한 결과 일부 이장들의 일탈은 선을 넘고 있었다. 자칫 묵묵히 일하는 대부분 이장들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런 마음도 있었지만 더 이상에 일탈을 막아야한다는 지역민들의 하소연에 향수신문은 그 실태를 담았다.

 
# 옥천군 옥천읍 한 마을. 이곳은 전임 이장들 간 법정싸움이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이장 현직 당시 일어난 사건을 서로 ‘네 잘못’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마을 지도자들의 싸움은 주민들마저 두 패로 갈라놓았다. 마을은 후임 이장을 선출하지도 못한 채 갈등만 계속되고 있어 읍사무소의 권유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 역시 그 중 한 패에 속해 다른 한 쪽을 마을방송을 통해 비난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소송이 진행 중이다. 결국 읍사무소는 비대위가 아닌 직원이 직접 마을 업무를 끌어가기로 했다.  

 

마을이장이 슬레이트가 섞인 폐벽돌을 불법 매립했다는 주장과 절대 매립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맞선 가운데 해당 매립 구거지에는 은행나무와 이장이 식재한 호두나무가 자라고 있다.
마을이장이 슬레이트가 섞인 폐벽돌을 불법 매립했다는 주장과 절대 매립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맞선 가운데 해당 매립 구거지에는 은행나무와 이장이 식재한 호두나무가 자라고 있다.

 

# 옥천군 이원면 한 마을. 이 마을 이장은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설 부지로 자신의 밭 수천 평을 매도했다. 이 부지 바로 옆 과수 농민들은 태양광시설이 들어선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알고 군청에 몰려가 항의하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장이 자신만 살겠다고 시세보다 비싸게 땅을 팔면서 정작 피해를 입게 되는 우리는 지금까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마을의 모범이 되고 주민을 먼저 생각해야 할 이장이 이럴 수 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옥천읍 한 마을이장이 비닐하우스를 가설승인 없이 축사로 이용하고 있다.
옥천읍 한 마을이장이 비닐하우스를 가설승인 없이 축사로 이용하고 있다.

 

# 옥천군 옥천읍 또 다른 마을. 이 마을 이장 A씨는 2013년 과학영농특화지구 육성사업으로 원예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 시설 보조금으로 수천만 원을 받았다. 하우스는 이미 건축된 축사 부지에 함께 설치됐다. A 이장은 보조금 사후관리 5년이 지나자 원예작물 재배를 하지 않고 축사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향수신문이 군에 확인 결과 이 시설은 축사로서 가설승인을 받지 않았다. 가설물을 축사로 사용할 경우 군으로부터 가설승인을 받아야 하고 정식 건축물 축사와 달리 3년마다 재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가축분뇨 처리 등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A 이장은 자신의 주택내 부지에 있는 창고 지붕개량을 하면서 석면 슬레이트 일부를 불법 매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4년 전 그는 슬레이트 처리비용으로 군으로부터 수백만 원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 슬레이트가 공사 중 발생한 폐벽돌과 섞여 이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포도하우스 앞에 야적했다. 피해 농가는 즉시 군에 신고해 A 이장은 50만 원 벌금 처벌을 받았다. 


A 이장은 “슬레이트는 업체에 의뢰해 처리했고 야적한 쓰레기는 폐벽돌”이라며 “슬레이트는 섞여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슬레이트도 섞여 있었다”며 A 이장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후 A 이장은 이 쓰레기를 구거지에 불법 매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민 B씨는 “이장은 자신의 포도밭 바로 옆 구거지에 중장비를 동원해 매립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이에 A 이장은 “내 소막(축사) 옆에 옮긴 후 업체에 의뢰해 치웠다. 지금도 약간 남아있으니 와서 확인해 보라”며 불법 매립을 강력 부인했다.


B씨가 주장하는 매립 구거지는 현재 A 이장에 의해 호두나무가 식재돼 있다. 군은 현장을 확인하고 절차에 따라 땅을 파 직접 확인할 계획이다. 


이처럼 마을 이장들의 일탈이 계속되자 옥천군이장협의회 조규룡 회장이 입을 열었다. 


조 회장은 먼저 “이장의 잘못된 사건들을 종종 듣고 있다. 코라나19로 온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 주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이장 업무는 행정의 뒷받침이 되어야 하고 모범적이고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대부분 열심히 일하는 이장들에겐 안타까울 따름이다. 몇 사람의 문제로 전체 이장에 대한 인식이 실추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협의회 차원에서 읍면회의를 소집해 복무규정을 되새기고 모범적으로 일하는 부끄럽지 않는 이장이 되도록 다짐하는 시간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옥천군 이장 복무규정 제2조에는 ‘이장의 임명을 받은 사람은 읍· 면장을 보좌하며 그 구역에 시행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처리함은 물론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준수하여 주민의 공복으로서 복무하여야 한다’고 했다.


이장 준수사항은 △법규를 준수하고 직무에 성실 △주민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준공무원으로서 그 품위를 유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라도 직무상 비밀 유지. 단, 읍·면장의 허가를 받은 사항에 한하여 진술 △정치운동에 참여하지 못하며 공무 이외의 집단적 행동 금지 △읍·면장이 지정한 출무일에 출무하여야 하고, 읍·면 직원 출장 시 업무처리에 적극 협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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