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의 아픔이 자연으로 ‘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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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의 아픔이 자연으로 ‘승화’
  • 도복희기자
  • 승인 2020.04.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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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가볼만한 100곳 ‘마로니에 숲 캠핑장’
서광춘·김선수 부부가 ‘마로니에 숲 캠핑장’ 정원에서 지난 시간을 회상하고 있다.
서광춘·김선수 부부가 ‘마로니에 숲 캠핑장’ 정원에서 지난 시간을 회상하고 있다.

 

옥천군 이원면 장찬리에 가면 고래 모양의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마로니에숲 캠핑장은 주말이면 산과 물, 바람과 나무 자연을 즐기려는 캠핑족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이미 아는 이들은 다 아는 곳이다. 주변 경관도 아름답지만, 마로니에 숲 주인이 직접 가꾼 다양하고 특색 있는 나무와 뻗어 나간 꽃모종의 만개가 봄을 즐기기에 충분한 장소다. 


지난 23일 서광춘(75)·김선수(71) 부부는 캠핑장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정리정돈을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큰 아들(서동민 대표)이 운영해 나가고 있지만, 지금까지 가꿔온 나무와 꽃을 돌보는 일은 손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서광춘 씨의 고향은 장찬저수지로 수몰되었다. 그는 옥천실업고등학교(현 충북도립대학)에 다닐 때 뒷산 줄바위에 올라가 임야 1만5천 평을 가꾸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학교에 다니면서 3366평을 개간해 사과, 배, 복숭아 등 과실나무 350그루를 심었다. 1966년 군입대를 했고 3년 후 제대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니 가꿔온 땅이 저수지가 된다고 했다.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지방공무원 시험에 합격, 33년간 공직생활을 한다. 1977년 고향 땅이 저수지로 수몰되면서 읍내로 이주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접은 꿈을 완전히 놓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장찬저수지 위쪽으로 남은 고향 땅에 나무를 심고 가꿔왔다. 집에서 35년간 기르던 분재도 2000년 퇴직하면서 이곳으로 옮겨 심는다. 35년 전 직접 심은 키위나무 씨앗은 등나무처럼 넝쿨을 뻗어 시원한 그늘을 내주기도 하고 키위 열매가 넘치게 열린다. 정원에 독특한 모양의 주목나무는 30년 전 전지한 가지를 꺾꽂이해 심은 것이다. 이외에도 체리나무, 양앵두, 능수뽕나무, 홍도, 백도, 모감주나무, 층층이나무, 개량모과 등 갖가지 과실나무와 꽃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캠핑장 뒤쪽으로 배, 복숭아 호두 과수원도 서 씨가 오래전부터 가꿔 온 공간이다. 그는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자연과 더불어 사니 마음이 평화롭다”고 했다. 이어 “고향의 어느 일부분을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일은 내가 손수 할 수 있는 국가를 위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아름답게 가꾼 나무 한그루 꽃 한포기를 후손에게 선물하는 것만큼 위대한 유산은 없을 것”이라고 가꾸어 온 나무들을 한 그루씩 소개해 주었다. 얼마나 깊은 정성을 쏟았는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설명이었다. 꽃 가꾸는 것을 맡고 있다는 그의 아내는 “몸이 힘들고 할 일도 많지만, 꽃 가꾸는 일은 재밌다”며 캠핑장 주변 분홍빛으로 물든 꽃잔디를 가리키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마로니에 숲 캠핑장’은 충북에서 가볼만한 100곳으로 선정되었다. 그만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봄날의 휴식 공간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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