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지키며 부농을 꿈꾸는 ‘젊은 농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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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지키며 부농을 꿈꾸는 ‘젊은 농군’
  • 이성재기자
  • 승인 2016.06.16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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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는 운동 좋아해 체육교사가 꿈”
스물여덟 살 위암진단 ··· 귀농해 건강관리
“기회 된다면 TV프로 ‘강연 100°C’ 도전”

요즘 농촌에 가면 젊은 사람을 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데 인부 몇 사람 몫을 해내면서 수천만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농사를 짓는 30대 젊은 농군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옥천군 이원면 지정리에서 포도 농사에 매진하고 있는 이정민(30)씨를 만나 포도 이야기를 들어 본다.                                                     <편집자주>

이원면 ‘도담농장’ 이정민(30)씨.

돈이 되는 농사보다는 소비자가 인정해주는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는 정직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농사를 짓는 젊은 농부가 있다. 올해로 농사 3년차인 초보 농업인 이정민(30)씨는 옥천군 이원면 지정리에서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3000평(9917㎡)의 포도밭과 1000평(3306㎡)의 복숭아밭에서 과실을 재배하고 있다. 또 그는 옥천군 4-H연합회 부회장, 이원청년회 감사로 활동하면서 여러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마을 일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처음부터 그의 꿈이 농부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학창시절에는 체육교사가 되고 싶어 중부대학교 사회체육과에 수석으로 입학할 정도로 공부와 운동에 소질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입학하고 보니 강압적인 규율의 학과 분위기와 적성에도 맞지 않아 1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중퇴하게 됐다. 그리고 바로 해병대에 입대했다.

■ 25살에 자동차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시작

이 씨는 원래 자동차 영업사원이었다.
스물다섯 살 때부터 대전에서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큰 걱정이 없었던 그는 직장생활 3년차인 스물여덟살의 나이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배에 십이지장 궤양으로 장에 천공(구멍)이 생겨 수술을 받고 요양 중 위암진단을 받게 됐다. 다행히 암은 초기에 발견해 어려움 없이 수술은 했지만 짧은 시간에 연이은 두 번의 수술로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할 수 없었다.

그는 “전역 후 가진 첫 직장이었기에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열심히 노력했다”며 “판매 실적도 나름 괜찮은 편으로 사내에서 제법 인정도 받았다”고 말했다.

두 번의 수술로 건강에 이상이 생겨 직장을 그만두고 건강을 회복하고 요양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3년 간 열심히 일했고 보람도 느꼈다. 귀향해 농사를 짓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두 번의 수술은 그의 미래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직장생활을 지속하기가 어려워 고향으로 돌아왔다”며 “건강이 회복되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은 건강을 회복하는데 집중하고 직장을 구하는 일은 천천히 생각하기로 하던 중에 어머니가 하는 포도농사를 이어받는 것도 월급쟁이 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포도재배와 관련된 책자.

■ 2014년 2,000만원 매출 지난해 7,000만원까지 늘어

두 살 때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억척스럽게 포도를 재배해 두 형제를 잘 키워내신 모습을 보고 이 씨는 재취업을 포기하고 포도농사를 지을 결심이 생겼다. 우선 그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모두 참여했고, 지난해 제12기 농업인 대학을 졸업하는 등 무작정 농사에 뛰어들기보다 차츰차츰 배워가는 방법으로 농업에 접근했다. 이에 2014년 2,0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7,000만원으로 상승한 것만 봐도 그의 열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 씨는 “과한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4~5년 후에 순수익 1억원을 바라보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단지 돈에 대한 욕심만 가지고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기왕 시작한 일이니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가 처음 포도농사를 시작할 당시 어머니와 송오현 이원농협 조합장의 도움과 조언을 받아 포도농사 짓는 법을 빨리 습득할 수 있었다.

그는 “요즘도 일주일에 조합장이 한두번씩 농장으로 찾아와 격려와 조언을 해주고 있다”며 “더운 여름철 음료수·얼음물 등을 들고 찾아오시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포도왕 선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정민(왼쪽에서 3번째)씨.

■ 제22대 '포도왕 선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

이 씨는 지난해 제12기 농업인대학을 졸업하고 영농후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또 그해 실시한 제22대 '포도왕 선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2년 안에 포도왕 선발대회에서 대상 수상을 노리고 포도재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3년차 새내기 전업농의 포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 씨는 2014년까지만 해도 흔치않은 자옥(거봉)을 재배하고 있다. 자옥은 재배하기가 어려운 품종으로 씨가 없고 육질이 연하며 당도는 16브릭스 정도이다. 또 산미가 적고 향기가 좋아 품질은 조생종으로서는 최상급이다.

그는 “지난해에 자옥 한 상자(2kg)당 1만5,000원에 팔아 매출 7,000만원을 올렸다. 자옥은 키우기가 어려운 품종이지만 당도가 높아 다시 찾는 고객들이 많다”며 “2014년에는 지인을 통해서만 판매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대전, 청주, 서울 등 전국적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처음으로 포도축제에 참여해 포도를 팔았는데, 직접 판매하는 것도 재밌었고 손님들이 포도를 사려고 줄을 섰을 때의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농사를 시작하고 포도 판매는 직거래를 고수하고 있다. 전화나 인터넷 주문을 받아 택배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직접 배달을 가기도 한다.

그는 “포도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과정을 무척 힘이 들지만 고객이 ‘맛있다’고 재주문할 때 가장 보람되고 힘이 된다”고 말했다.

포장된 거봉(자옥).

■ 포도농사 친환경 고수

이 씨는 좋지 않은 건강 때문에라도 포도농사를 꼭 친환경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처음에 화학비료를 줄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는 “직접 만들어도 보고 주위 포도농업인에게 조언을 듣던 중 지인의 소개로 충북도립대학 BI센터에 위치한 ㈜산하에서 생산하는 친환경영양제 ‘미래팜’을 사용한 이후 수확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좋은 땅에서 잘 자란 포도가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 생각을 변함없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그는 “땅이 살아야 농부가 살게 된다. 땅이 병들면 작물도 병들게 되고, 병 해결을 위해 약을 쓰게 되면 농부에게 약이 묻으면서 농부도 병들게 된다”며 “반면에 땅이 살면 그런 걱정 없이 작물, 농민, 소비자 모두 살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좋은 땅에서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한 포도는 일손이 두 배는 더 들지만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 때문에 소득도 높고 포도의 맛도 좋다”고 덧붙였다.

포도손질을 하고 있는 이정민씨.

■ 모범사례 농가로 선정 전국에서 견학

이 씨는 포도농사 강국들과의 FTA 체결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우리 농민들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점점 문제점이 커지고 있고, 몇 명만 벌어서는 우리 포도농가 기반이 사라질 수 있다”며 “농가 전체의 기술 수준을 올려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어 “연중 수입포도와의 가격 경쟁 및 출하시기가 겹치는 등 영향을 받고는 있다”며 “지난해부터 모범사례 농가로 선정돼 전국에서 견학을 오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돼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이 씨는 “우리 소비자도 우리포도가 세계 최고라고 느끼면, 수입산 걱정이 사라지고 국내농가도 번창할 것”이라며 “포도 한 품목만이라도 그런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수입을 하지 못하게 한다고 정말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불평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농민들도 자체적으로 유통망 확보와 생산성 증가를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의 꿈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들과 지역 농업을 발전시키고 싶은 열정도 있고 농사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다. 또 농사를 짓는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주위사람들의 인정과 관심도 성공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는 “앞으로 몸이 따라주는 한 포도밭 규모를 더 늘려 순수익 1억을 목표로 최선을 다 하겠다”며 “꼭 성공해서 TV프로그램 ‘강연 100°C’에 나가 내 노력과 꿈, 미래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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