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 깨고 빌린 돈 안 갚고” 잠적…한 금융기관 수장 친동생 사기 의혹
상태바
“계 깨고 빌린 돈 안 갚고” 잠적…한 금융기관 수장 친동생 사기 의혹
  • 임요준기자
  • 승인 2020.05.07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곗날 낮에 계돈 받고 저녁 모임부터 연락두절
피해자만 60~70명, 금액은 25억 이상 추정
농사짓고 식당일하며 모은 전재산 날려 막막

피해자들 “선거자금 쓴다고 해서 믿고 빌려줘”
계주 오빠인 금융기관 수장 “난 모르는 일”
지역 법조계 “사기 가능성, 계의 경우 배임”

 

자그마치 25억 원이 넘는 사기 의혹에 옥천이 발칵 뒤집혔다. 한 푼 두 푼 몇 년 째 부어온 계가 하루아침에 깨졌다. 피 땀 흘려 모은 적금을 한 푼이라도 더 이자 받아보겠다고 빌려준 돈이 사라졌다.

거액의 계가 깨지고 빌려 준 돈마저 받지 못하는 대규모 금전사기가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만도 60~70명, 피해금액만도 25억 원이 넘는다. 계주는 지역 한 금융기관 수장의 친여동생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피해자들에 따르면 계주 A씨는 오빠인 금융기관 수장 B씨 소유의 건물에서 매점을 운영하며 B씨의 친동생임을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돈을 빌리면서 B씨가 군의원에 출마하는데 선거자금이 필요해서, 돈을 갚으라는 독촉에 A씨는 안 갚으면 오빠한테 피해가 가니까 꼭 갚는다, 오빠한테 아직 돈이 나오지 않았다 등 B씨와 깊은 연관성을 밝혔다는 것이다.

한 피해자는 “돈을 달라고 하면 오빠(B씨)가 내일 준다고 했다가 3일 후 준다고 하고 다시 보름 후 준다면서 차일피일 미뤘다”고 B씨와 연루에 의혹을 제기했다.

B씨와 연관성을 제기한 또 다른 피해자는 “B씨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며 “2017년 3월부터 빌려가면서 11개월만 쓰고 준다고 해서 빌려줬는데..돈 빌려 줄 때 마다 잘 갚을 것을 약속했다. 내가 못 갚으면 우리 오빠(B씨) 인생 망칠 일 있냐고 했다”고 연관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에 B씨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난 아무것도 모르니 묻지 말라”고 격한 목소리로 짧게 말하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뒤늦게 계주가 잠적한 것을 알게 된 피해자들은 지난 2일과 3일 시내 모처에서 대응회의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했다.

무엇보다 피해자 대부분이 서민들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공장일과 식당일로 한 푼 두 푼 모아 1억 가까이를 몽땅 잃게 된 한 피해자는 “2년 전 처음 빌려간 돈이 2천만 원이다. 이자를 준다기에 믿고 빌려줬다. 오빠(B씨) 때문에 필요하다, 아들 차 구입하는데 필요하다는 등 여러 이유를 대면서 빌려갔다”며 “적금 부어 모은 돈을 전부다 잃게 됐다. 쓰러지기 직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피해자는 “3년 전부터 계를 부어왔다. 쓰고 싶은 거 안 쓰고,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모은 1억 원을 다 날리게 됐다”며 가슴을 쳤다.

자신을 농부라고 밝힌 한 피해자는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운 때이지만 정말 아끼고 아껴 계돈만큼은 어기지 않고 넣었다. 곗날 낮에 계돈을 주고 저녁에 만나자고 했는데 모임에 나오지 않더니 그 때부터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내 피 같은 돈을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냐”며 하소연했다.
 
이제 두 번만 부으면 곗돈을 탈 수 있었는데 희망마저 잃게 됐다는 한 피해자는 “15번 넣고 두 달 후면 목돈을 쥘 수 있다는 꿈이 있었다. 이젠 그 희망마저 잃었다”고 울분을 삼켰다.

또 다른 피해자는 “계를 시작하는데 돈이 급해서 1번을 요청했지만 앞 번은 모두 정해져서 없다며 5, 6번을 권해 그렇게 진행했었다. 사건이 터지고 보니 나에게 말한 것과 똑같은 말을 다른 사람에게도 해 5, 6번을 받은 사람이 나 말고 더 있다. 또 계돈을 태워줄 때는 평일이 아닌 꼭 은행이 문을 열지 않은 휴일에 하려고 했다”며 “처음부터 계획적이고 의도적이었다”고 강한 사기 의혹을 제기했다.

한 피해자는 “다음 달이 정기예금 만기였지만 해지하고 그 돈을 전부 빌려줬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가정불화까지 발생해 미칠 지경”이라고 원통해 했다.

또 한 피해자는 “아들이 결혼하는데 집 사주려고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한꺼번에 날리게 됐다”고 아들 걱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사건을 접한 지역 법조계는 “다들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며 고통을 감내하는 시기에 발생해 안타까움이 크다. 사연 하나하나를 들어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혀를 찼다.

이어 “이번 사건은 사기의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계의 경우 배임 가능성이 있어 추후 피해자들의 집단 고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농사일로, 식당 종업원으로 피 땀 흘려가며 한 푼 두 푼 모은 재산. 아들 결혼 자금으로 먹을 것 참아가며 모은 소중한 재산. 피 같은 돈을 하루아침에 잃게 된 피해자들. 이들의 눈물겨운 사연은 지면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A씨와 그의 오빠 금융기관 수장 B씨의 연관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연관성은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 추후 조사결과에 따라 그 파장은 예측할 수 없게 돼 지역 경제계와 주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