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상태바
5월에는
  • 이종구 수필가
  • 승인 2020.05.07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구수필가
이종구수필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접하는 공간이 가정이고 마주치는 사람이 가족이다. 거기에 꿈이 있고 사랑이 있고, 그래서 일을 한다. Immanuel Kant는 그의 이성론에서 일하며, 사랑하고, 꿈을 가꾸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의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보면 일과 사랑과 꿈은 결국 가정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으로 귀착된다.

그러기에 우리는 일찍부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이야기해 왔고 잘 알고 있는 말이 되었다. 그런데 잠시 돌이켜 보면 과연 사회, 문화, 과학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가화만사성이 더 발전되어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요즈음 covid19로 삶이 어렵다고 한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4월 10일 ‘covid19 사태에 대비하는 정신건강 관련 주요 이슈 및 향후 대책’을 주제로 온라인 공동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는 “우리 국민의 covid19로 불안과 우울 수준이 증가했으며, 감염에 대한 낙인으로 차별과 배제에 대한 불안, 실업과 생활고에 따른 자살 등을 예방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요즘 삶은 가화(家和)를 만들기보다는 가화(家禍, 家譁)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가 싶다.

covid19에 의해 삶을 포기하고, 이웃의 삶에 냉정해지는 현대인의 도덕과 교양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수많은 연구와 검증, 실험을 거쳐 체계화되고 구조화된 현대 교육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유치원에서부터 배우고 학교에서 정규 교과목인 ‘도덕’을 10여 년이 넘게 배우는데도 사랑, 봉사, 협동의 덕목은 왜 사그라져 가는 것일까?
 
많은 심리학자들은 사람 인성의 대부분이 5세 이전에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5세 이전이라면 결국 가정생활에서의 인성발달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핵가족화 되고, 부부 맞벌이 세대인 요즘의 대다수 가정에서 이 문제는 심각한 과제이다. 3세 이전의 유아기에 어머니들은 아기 이름을 부르면서 웃고, 옹알거리는 소리에 “그래”, “응”, “옳지” 등의 말로 감정을 주고 받는다. 바로 이런 부분이 인성을 기른다는 것이다. 사람과 가까운 유인원은 아무리 새끼가 옹알거려도 감정을 주고받지 못한다고 한다. 감정을 나누고 서로 호응할 때 사랑이 싹트고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하고 걸음을 뗄 때부터는 호응하고 맞장구를 쳐 주면 신이 나서 더 잘한다. 아이들 뿐이 아니라 사실 어른들도 상대방이 맞장구 쳐주면 좋아하지 않는가? 감정으로 호응하고 맞장구 쳐주는 아량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5월 가정의 달이다. 많은 학부모들의 바램은 하나 같이 ‘우리 아이 공부 잘 해야 된다’이다. “잘해라”라는 요구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며 자녀를 마음속 깊이 사랑으로 호응하는 5월이 됐으면 좋겠다. 작은 일에도 격려하고, 부족한듯함은 채워주면서 그렇잖아도 긴 시간 집안에만 있던 자녀들에게 잠깐의 여유와 잠깐의 틈을 주면서 부모의 사랑이 통하는, 그래서 꿈을 기르는 아이들이 되게 하였으면 좋겠다. 넉 달이 넘는 긴 방학 생활로 나태해지며 스트레스와 피로감에 쌓인 우리 자녀들에게 가슴이 시원하도록 격려와 사랑을 듬뿍 주는 신록의 5월, 가화만사성이 됐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