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의 사랑과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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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의 사랑과 고뇌
  • 이수암 수필가
  • 승인 2020.05.0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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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암수필가
이수암수필가

 

이번의 문학기행은 충무공의 숨결이 느껴지는 통영으로 가기로 하였다. 통영은 산과 바다와 바람과 파도가 잘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다. 산천이 이토록 아름다우니 훌륭한 예술인을 많이 배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소설가 박경리, 극작가 유치진, 시인 유치환, 시인 김춘수, 음악가 윤이상 등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오늘은 청마 유치환 선생의 문학관을 돌아보고, 정지용 선생의 영향을 받아 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선생의 아름다운 삶과 시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느껴보자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청마 유치환 선생에 대한 자료를 책으로 엮어 회원들에게 배포한 것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다는 주최측의 배려였다. 이는 또한 버스 안에서 시 낭송회를 갖겠다는 의지도 깔려 있었다.


이번 여행에는 국악협회 회원들과 화가, 서예가 등의 예총 산하 예술인들이 동참하여 더욱 많은 교감과 유대를 이루게 되어 큰 기쁨을 맛보았다. 차안에서는 유치환 선생의 시 낭송회로 출발하여 민요팀의 타령시리즈, 정성회 국악협회장님의 시조창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정말 진지한 분위기의 소극장을 이루었다.


지리산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하였는데 웃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졌다. 용변 대기를 위해 늘어선 줄이 끝이 보이질 않는다. 급하긴 한데 기다리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참다 지친 여인들이 산언덕으로 달려가는 모습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출발 전 차 안에서는 휴게소 화장실에 대한 토론회가 열을 올렸다.


청마 문학관은 통영시가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서 바다와 섬들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와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하는데 문학관 아래 바로 앞에 있는 서민 아파트가 카메라 앵글에 옥에 티로 노출된다.


청마 문학관에 들러 기념 촬영을 하고 안내인의 설명을 들었다. ‘행복’이라는 시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는데 그가 사랑했던 정인과의 사랑과 그리움이 시로 승화되어 명작을 탄생시켰다는 설명을 들으며 전통 윤리관의 껍질 속에서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다고 노래한 그의 고뇌와 삶을 엿볼 수 있었다.


통영 예총에 들러 회화전, 시화전 등의 전시물을 돌아보고 청마 애송시집과 시화전 도록을 얻어 가지고 남망산으로 갔다.


조각공원의 조형물들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도 멀리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아득히 먼 곳에 점점이 떠 있는 그림인지 섬인지 알 수 없는 풍경에 그곳에 고향이 있을 것이라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을 주는 그런 곳이었다. 산을 내려와 향토식당에서 굴부침과 굴밥으로 점심을 했다. 내륙에서는 즐겨 먹을 수 없는 음식이기에 모두들 맛있다고 칭찬이 대단했다.


음악협회 회원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재독 음악가였던 윤이상의 생가를 찾았으나 골목길을 물어물어 찾아간 곳에 생가는 흔적이 없고 ‘윤이상생가터’라는 조그만 와비 하나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앞에서 안내하던 내가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으니 참으로 초라한 표식이었다. 실망한 회원들을 달래며 윤이상의 행적을 알아 볼 수 있는 해저터널로 인솔을 했다.


작년 3월에 내가 이곳에 들렀을 때 해저터널 벽면에 윤이상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여러 판 붙어 있는 것을 보았기에 자신 있게 안내를 하였는데 그곳에도 윤이상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어서 회원들에게 미안했다. 시의 홍보 계획에 의해 전시판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하더라도 못내 아쉬웠고, 멀리 타국에서 내 고향 남쪽 바다를 못내 그리워하던 그의 아픔을, 분단의 서러움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해저터널에서 나와 미륵도에 있는 달아산 공원을 찾았다. 이 충무공의 많은 유적지를 제쳐 놓고 이곳을 찾은 것은 오늘 구성원들이 예술인들이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만끽하고 새로운 작품 활동에 값진 영양제가 되리라는 바람에서였다. 청마의 시심을 키웠던 달아공원에서 저 아름다운 해상 풍경을 바라보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라고 그의 가슴을 터뜨렸던 청마를 생각해 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 하더이다.”라고 노래한 그의 고뇌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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