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에게도 강한 운동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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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에게도 강한 운동이 좋다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0.05.2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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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정일규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과거에는 암에 걸렸다고 하면 거의 사형선고처럼 받아들여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암 소식이 과거처럼 치명적인 사건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암 발생은 꾸준히 증가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네 명 중 한 명꼴(26.5%)로 암에 의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암의 조기발견과 의학의 발달로 5년 생존율(2011~2015)은 70.7%로서 십년 전에 비해서 16.7%나 높아졌다. 5년 생존율도 높아졌지만 사망률(2018년)도 인구 10만 명 당 154.3명으로 십년 전에 비해 14.8명이 증가하였다.


세계적으로도 운동의 암 예방 효과, 또 암치료 과정에서 운동을 적용한 효과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부터였다. 우리나라는 다른 질병에 대한 연구와 비교할 때 비교적 늦은 시기인 2,000년대 후반 이후부터 암과 운동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지난 십 수년간 운동과 암의 관계를 연구한 역학적 연구들은 운동이 암에 걸릴 위험, 특히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폐암의 발병률을 현저히 낮춘다는 것을 밝혀냈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그동안의 연구들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암 예방뿐만 아니라 치료의 과정에서 운동의 효용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아지고 있으며, 실제 임상에 적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암환자가 암 자체로 인해, 또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 면역요법 등의 과정에서 느끼는 가장 큰 증세는 심한 피로감을 들 수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환자들이 치료 중 피로를 느끼면 일반적으로 일을 줄이고 휴식을 취할 것을 권유하였다. 그러나 그로 인해 근육의 기능은 더욱 약화되고, 전반적인 체력이 감퇴하여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것조차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암치료 과정에서 전반적인 컨디션과 근력을 유지하고 질병과 치료에 대한 영향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운동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또 과거에는 걷기와 같은 가벼운 운동만을 권장하였으나 요즘에는 환자의 상태와 암의 진전 여부에 따라 보다 다양한 운동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까지 축적된 연구 성과로부터 암환자들도 가능하다면 강도 높은 운동을 통해서 더 큰 항암 및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6MET(휴식할 때보다 에너지소비량이 6배)나 그 이상의 강한 운동에 의해서 암의 재발률과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것이 여러 연구들을 통해서 보고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질병상태나 체력수준에 따라서는 그 이하의 운동(3~5MET)을 통해서도 항암치료에 따른 부작용을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 후 상태의 호전에 따라 점진적으로 운동의 강도를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전신지구성 운동과 함께 저항운동(근력운동)을 병행할 때 치료효과가 더욱 뚜렷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근력운동이 종양세포 자체에서 분비되는 물질이나 화학치료나 방사선치료로 인한 산화적 스트레스의 결과로 나타나는 근육 손실을 막아주는 작용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특히 최근 연구들은 운동을 할 때 일어나는 근육과 종양세포 사이의 상호작용(cross-talk)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즉 운동을 할 때 근육세포 내에서 마이오카인(myokine)이라고 하는 물질들의 생산이 촉진되는데, 이들 물질들은 종양세포로 가서 종양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SPARC라는 마이오카인은 종양세포 내에서 산화적 손상을 완화시키고, 항산화제 유전자의 전사를 촉진하는 등의 항암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의사로부터 특별한 다른 안전상의 문제가 없다고 확인되면 항암 치료 중이거나 치료 후에 자신의 체력수준이 허용되는 한, 강도가 높은 전신운동을 하고, 저항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암과 효과적으로 싸우는 방법이 된다. 따라서 암 진단 이후부터 치료의 과정에서 신체운동의 중요성에 대한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하고, 또 실질적으로 운동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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