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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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夏至)
  •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 승인 2020.06.1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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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봉호옥천군의회 의원
곽봉호옥천군의회 의원

24절기 중 열 번째 날로 망종과 소서 사이에 있는 절기.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인 황도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정해지므로 양력 날짜에 연동된다. 하지는 태양의 황경이 90°인 날로 대개 6월 21~22일이다. 태양이 가장 북쪽인 하지점에 위치하게 되며,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남반구에서는 가장 짧은 날이다. 이 날 지표면에 닿는 태양빛이 가장 많기 때문에 이날부터 점점 기온이 올라가, 삼복 때에 이르러 절정을 이루게 된다.


'하지'라는 말은 여름의 절정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24절기가 중국에서 기원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는 절기의 이름과 실제 기후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중국의 전통의학서인 황제내경에 따르면 하지의 초후(初候)에 사슴의 뿔이 떨어지고, 중후(中候)에는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약초로 쓰는 반하(半夏)의 뿌리에 작은 공처럼 생긴 덩이줄기가 생기기 시작한다.


모내기가 거의 끝날 무렵이며, 더불어 늦보리, 햇감자와 햇마늘을 수확하고 고추밭 김매기, 늦콩 파종 등으로 논밭의 농사가 몰아쳐서 무척 바쁜 시기이다. 농촌에서는 하지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보았고, 반대로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감자의 수확은 하지가 제철이기 때문에 감자를 '하지감자'라고 하기도 하고, 햇감자를 '하지감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감자는 하지가 지나면 싹이 말라 죽기 때문에 하지를 '감자 환갑'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방에서는 하지가 되면 양기가 올라 음양의 기운이 서로 상충하게 되므로, 자칫하면 육신의 균형을 잃기 쉬운 날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격렬한 운동을 금지하고 남녀간의 관계도 피하며 심신을 편안하게 하도록 권했다.


조선시대에는 농사가 나라의 바탕이었기에 비가 오지 않아서 농사짓기가 어려워지면 임금이 직접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지요. 조선왕조실록에 '기우제'란 단어가 무려 3,122건이나 나올 정도입니다.


기우제의 유형은 먼저 산 위에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놓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는 산에서 불을 놓으면 타는 소리가 천둥 치는 소리같이 난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하며, 연기를 통해 하늘에 비손한다는 뜻이라고도 합니다. 또 성물(聖物)이나 성역(聖域)을 더럽히거나 신에게 압력을 넣는 방법도 있지요. 성물이나 성역에 더러운 것을 뿌리거나 넣으면 신이 비를 내려 깨끗하게 해주리라 생각했으며, 신을 모독하거나 화나게 하여 강압적으로 비를 오게 하기도 합니다.

부정물은 개, 돼지의 피나 똥오줌이 주로 쓰이지요. 전라도 지방에서는 마을 여인네들이 모두 산에 올라가 일제히 오줌을 누면서 비를 빌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짚으로 용의 모양을 만들어 두들기거나 끌고 다니면서 비구름을 토하라고 강압하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한 방법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비가 내리는 것과 같이 물이 떨어지도록 하는 유감주술이 있는데 보통 강변이나 우물에서 하지요. 부녀자들이 우물에서 키에 물을 붓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듯 물이 떨어지도록 하거나, 아들을 못 낳는 여자들이 키에 강물을 담아 새어나오는 물을 뽑고 밤에 황토와 체, 솥뚜껑을 우물가로 가지고 가서 고사를 지냅니다. 이때 한 처녀는 부지깽이로 솥뚜껑을 두드리고 다른 처녀는 샘물을 바가지로 퍼서 솥뚜껑 위의 체에 물을 부으면서 "쳇님은 비가 오는데 하늘님은 왜 비를 내려 주지 않으시나요" 하고 주문을 반복하지요. 또 병에 물을 담은 다음 솜으로 막아 대문 앞에 병을 거꾸로 매달아 두어 물이 똑똑 떨어지도록 해 비가 오기를 기원하기도 했는데 이를 현병(懸甁)이라고 합니다.


농사는 나라의 뿌리였으므로 가뭄이 들면 임금이 나랏일을 잘못해 내리는 천벌이라 여겨 임금 스스로 몸을 정결히 하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으며, 식음을 폐하고 거처를 초가에 옮기고, 죄인을 석방하기도 했지요. 이때 백성은 시장을 오가고, 부채질을 하거나 양산을 받는 일을 하지 않았으며, 양반도 관(冠)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제 기우제 지내는 일이야 없지만 이처럼 귀한 물을 함부로 쓰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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