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지방과 내장지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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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지방과 내장지방 이야기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0.06.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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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정일규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과거엔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적당히 나온 배와 후덕한 몸은 부유함과 높은 신분의 상징처럼 여겨졌었다. 그러나 체지방은 더 이상 그러한 대접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몸으로부터 한사코 몰아내야할 악당취급을 받는다. 인류의 출발 이래 체지방이 이처럼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적도 없었을 것이다.


사실 생존에 꼭 필요한 남녀 각각 약 4%와 12%정도의 필수지방을 포함해서 적정량의 체지방은 생리적 조절이나 체온보호 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문제는 너무 과도하게 필요 이상의 지방을 몸에 갖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몸무게 중에서 지방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을 체지방율이라고 하는데, 이 체지방율이 남자는 25%, 여자는 30%를 넘을 때 비만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체중이 80kg인 남자가 24kg의 체지방을 갖고 있다면, 체지방율은 30%가 되며 당연히 비만으로 판정된다.


체지방율의 측정은 주로 실험실에서 수중체중을 측정하거나 인체피하지방의 두께를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하였으나, 이제는 생체전기저항측정법을 이용하여 보다 간편하게 측정하는 방법이 보편화되었다. 요즈음은 병원이나 보건소, 그리고 피트니스센타 등 어디에서나 쉽게 이 체지방측정 장비를 볼 수 있다.


이 장비의 측정원리는 몸 안에 여러 주파수를 갖는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미세전류를 흘려보낼 때 근막이나 수분이 많은 근육을 흐를 때와 지방조직을 흐를 때 보이는 전기저항값은 다르게 나타난다. 즉 근육처럼 수분함량이 많은 조직은 저항값이 훨씬 적은 전도체로서 역할을 하지만, 지방조직이 많을수록 저항값은 크게 나타난다. 체지방은 전류에 대해 절연체로서의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체지방의 변화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식사나 음료섭취, 운동여부, 실내온도 등 측정조건을 동일하게 하여야 하며, 가급적 하루 중 동일한 시간대에 측정하여야 하고, 몸에 시계나 반지, 목걸이와 같은 금속제품을 제거하고 측정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지방은 우리 몸 안의 어디에 있을까? 지방은 모든 세포막의 주요 구성물이고 호르몬이나 소화액을 만드는데 쓰여 지므로 우리 몸 구석구석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 몸의 체지방량의 저장규모는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에 의해서 결정된다. 즉 피하지방은 몸 전체에 걸쳐 피부 아래쪽에 있는 지방층에 저장된 지방이다. 내장지방은 주로 복강 안의 위, 간, 작은 창자와 같은 내장을 덮고 있는 그물망조직에 저장되어 있다.


바로 이 내장지방이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내장지방의 그물망조직은 위에서부터 마치 얇은 어망이 늘어진 것처럼 복부 아래쪽으로 걸쳐져 있다. 저장된 지방이 적을 때는 그물무늬가 보이지만 지방이 들어참에 따라 무늬가 사라지게 된다.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당뇨병, 심장질환, 고지혈증,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또 내장지방은 가장 쉽게 먼저 간으로 이동하여 저밀도지단백질 콜레스테롤의 생산을 촉진한다. 혈액 중에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면 동맥경화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


내장지방이 심혈관계 질병과 관계가 깊은 이유는 염증반응을 높이는 종양괴사인자와 같은 물질을 과도하게 분비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건강하고 정상적인 지방조직에서는 아디포넥틴을 많이 분비하는데, 아디포넥틴은 염증을 줄이는 작용을 하며 지방조직에서 함께 분비되어 식욕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렙틴의 작용을 도와준다. 비만을 염증의 질환이라고도 하는데 그 이유는 몸에 지방세포가 과도하게 비대해지면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호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많이 분비하는데, 이로 인해 인슐린저항성이 생기고 혈관벽도 손상되는 원인이 된다.


그래도 희망적인 소식은 우리가 운동을 할 때 이 내장지방이 먼저 에너지원으로 동원된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로 모든 만성질환의 뿌리가 되는 인슐린저항성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다.

즉 한 주 동안 90분 정도의 운동, 다시 말해서 주당 3일, 하루에 30분 정도의 운동을 몇 주만 하는 것으로도 인슐린저항성이 뚜렷이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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