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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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 이종구 수필가
  • 승인 2020.06.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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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covid19로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방송에서도 마스크 하기와 손 씻기가 방역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한다. 건강용 마스크인 k94 외에도 거리에는 각종 수제 마스크가 눈에 띈다. 어린이들의 얼굴에는 알록달록 꽃무늬 마스크까지 등장했다. 어쨌든 간 마스크는 이제 일상 중요 생활품이 되었고, 덴탈마스크라는 좀 수월한 것도 나왔다.


학생들이 있는 집은 마스크 구매가 주부들의 주요 장보기 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예년보다 앞당겨 찾아온 더위와 장마에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한다는 것은 이중고의 더위와의 싸움이 됐다. 숨이 탁탁 막히는 k94 마스크 대신 덴탈마스크를 쓰니 숨쉬기가 좀 수월하다. 그러면서 방역복을 입고 긴 시간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길을 걷다 좀 답답하면 잠시 마스크를 벗어 보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온몸을 감싼 방역복을 입고 이 더위에 물도 마시지 못하며 근무한다는 의료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사와 존경과 위로를 보낸다.


설이 지나며 봄기운과 함께 보름이 온다. 1년 열두 번의 보름 중 추석을 빼곤 으뜸 명절이 된 정월대보름은 또 그 이름만큼의 재미가 있다. 정월대보름에는 부럼 깨기, 귀밝이술 먹기, 달맞이, 더위팔기, 쥐불놀이, 지신밟기, 기세배, 다섯 집에서 다섯가지 잡곡밥 먹기, 농악, 윷놀이, 액땜 연날리기 한 해 운수 보기(토정비결)등 여러 가지 풍속과 놀이를 한다. 그런데 요즘 잊혀져 가는 풍속 중 하나가 더위팔기이다. 오래전에는 더위팔기가 전국적으로 널리 행해지던 풍속이었다.


정월 대보름날 아침 해뜨기 전, 만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 상대방이 대답하면 “내 더위 사라”고 한다. 그러면 그해 여름의 더위를 팔았기에 더위를 타지 않고(먹지 않아) 여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상대방은 대답 대신 먼저 “내 더위 사라”고 하면 이름을 부른 사람이 더위를 사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웃어른에게는 하지 않는 것이 예의였다.


퍽 오래전, 아마도 초등학교 5학년쯤이었다. 정월대보름이 3월 1일이었다. 더위팔기는 깜박 잊은 채 대문에 나가 태극기를 다는 데 옆집 친구가 이름을 부르기에 무심코 대답을 하고 더위를 산 적이 있었다. 얼마나 약이 오르는지 이듬해 그 값을 갚은 적이 있다.


더위팔기는 겨울을 나면서 봄을 맞이하는 길목에서 상대적으로 한여름의 더위를 피해 건강하게 지내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설날부터 계속된 명절 분위기에 나태해진 몸을 바로 세우는 근면의 의미도 있는 듯하다. 일찍 일어나 일할 거리를 찾아보라는 의미이기도 싶다.


지난 정월 대보름날 더위팔기를 하지 못했다. 벌서 34-5°를 오르내리는 올여름 더위를 먹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위라도 팔 걸 하는 우스꽝스러운 생각도 든다.


정월 대보름날 더위를 팔았다고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결국,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정성으로 빌면(기원) 쇠도 녹인다‘는 속담이 있다. 어려운 시기, 어려움에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들에게 전 국민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제 겨우 글을 깨우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코로니19와 싸우는 의사 선생님, 간호사 누나 힘내세요‘라는 편지글을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하나로 뭉쳐진 전 국민의 정성이 covid19의 조기 종식이라는 기쁜 소식으로 보답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covid19와 싸우는 의료진, 방역진,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일을 감당하는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마음 깊이 응원의 함성과 두 손을 모아 박수를 보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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