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성 서맥, 심장펌프 업그레이드하기
상태바
운동성 서맥, 심장펌프 업그레이드하기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0.06.25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일규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정일규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우리 몸의 기관들 중에서 삶과 죽음을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기관이 무엇일까? 그것은 심장이다. 심장이 멈추는 순간 죽음이 선언된다. 심장이 뛰지 않으면 심장에 의존해서 살던 30조나 되는 온몸의 세포들이 죽게 된다. 이들에게 혈액을 통해 보내지는 산소와 영양소의 공급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이 펌프에게는 특별한 점이 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기계펌프와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즉 기계펌프는 쓸수록 닳아져서 사용연한이 줄어들지만, 심장펌프는 쓰면 쓸수록 기능이 개선되고 사용연한도 늘어난다.


그러면 어떤 기능이 좋아질까?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변화는 안정 상태에서 심장이 뛰는 횟수가 감소한다. 예를 들어 안정시 심박수가 분당 75회였다면, 이 횟수가 70회나 그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평소 운동의 경험이 없던 사람의 경우 이런 현상은 주당 120분 정도의 달리기 같은 심폐기능 운동에 의해서 몇 주 만에 흔히 나타난다.


심박수가 감소하는 현상은 심장이 한 번에 더 많은 혈액을 펌핑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구성형태의 운동을 하는 선수들에게서는 이 현상이 더욱 뚜렷이 나타나서, 세계적으로는 마라톤 선수에게서 안정 시 심박수가 36회/분인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이 현상을 “운동성 서맥”이라고 하는데, 부교감신경의 톤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능적으로는 심장의 용적도 커지고 펌프의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렇게 운동에 의해 용적이 커지고 기능이 개선된 심장을 스포츠심장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일반 남자는 매번 60~70cc 정도의 혈액을 품어내지만, 스포츠심장은 90cc까지도 품어낸다.


운동성 서맥에 의해서 심장의 주기는 길어진다. 심장주기란 심장이 한 번 수축하고 한 번 이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심장이 1분에 75회를 뛴다면 심장주기는 0.8초가 된다. 만일 1분에 60회를 뛴다면 심장주기는 1초인 셈이다. 이 심장주기가 연장되는 원인은 주로 심장의 이완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장이 이완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매우 좋은 점이 있다. 이완기 때 온몸을 순환하고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을 받아들이는데, 이완기 시간이 늘어나면 심장은 더욱 충분한 혈액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완기가 늘어나면서 심장근육 자체의 급유장치, 즉 심장혈관도 혈액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늘어난다. 이 급유장치를 통해서 충분한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어야만 심장근육도 힘차게 수축하여 혈액을 품어낼 수 있다.


평소에 자주 펌프질을 하지 않고 최소수준의 펌프질만 하도록 나둔다면, 이 펌프의 급유장치는 막힐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 급유장치(심장혈관)가 부분적으로 막히는 것을 협심증이라 하고, 한 개나 그 이상의 혈관이 완전히 막히는 것을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이 펌프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 40세의 연령대라면 적어도 분당 110회는 넘는 운동을 주당 3회 정도 행하는 것이 좋다. 60세의 연령이라면 최소 100회 이상의 운동이 바람직하다. 물론 심장에 문제가 없다면 그보다 더 높은 강도의 운동을 통해 심폐순환계에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아령을 들거나 스쿼트를 하면 팔ㆍ다리의 근육이 발달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심장은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역시 혈액을 담고 있는 근육주머니이다. 가슴우리 안에 있는 이 특수한 근육을 강하게 만드는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우리 몸 전체에 있는 커다란 근육들을 동시에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운동은 달리기, 사이클, 수영, 구기운동, 에어로빅댄스 등이 있다. 이러한 운동은 심장을 더 자주, 강하게 펌프질하도록 해준다.


심장은 생명의 근원임을 잊지 말자. “심장이 뛴다”라는 말은 단지 생명을 유지한다는 뜻을 넘어서 미래를 향한 건강한 의지와 설렘을 의미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