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산소 이야기, 세포 성장과 죽음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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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산소 이야기, 세포 성장과 죽음의 도구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0.07.0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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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정일규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활성산소라는 용어를 한번쯤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활성산소는 몸에 나쁘다는 막연한 상식을 넘어서 활성산소가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활성산소에 대한 사전적 정의에는 화학적 배경지식을 포함되어 있어서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활성산소를 다른 말로는 반응성 산소종(ROS, reactive oxygen species)라고도 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호흡을 통해 받아들이는 산소가 유해한 상태로 변화된 것이 활성산소이다. 즉 호흡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 산소는 인체를 구성하는 여러 세포에서 필수적으로 이용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라는 곳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용된다. 이렇게 미토콘드리아 내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최종과정에서 산소는 수소와 결합하여 물(H2O)을 형성한다.


그런데 산소 중에서 얌전하게 에너지를 생성하면서 물을 생성하지 않고 독성을 갖게 되는 녀석이 있다. 즉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의 약 2~3%는 활성산소가 된다. 이 활성산소는 세포의 이곳저곳에 손상을 입힌다. 활성산소에 의한 공격은 ‘산화적 스트레스’라고 표현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세포구조나 물질의 피해를 ‘산화적 손상’이라고 한다.


세포가 활성산소에 의해 산화적 손상을 입는 대표적인 위치는 세포막이다. 세포막은 필요한 물질을 받아들이고, 대사물질을 내보내는 기능을 하므로 세포막이 손상되면 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에 문제가 초래된다. 산화적 손상은 세포핵에도 일어날 수 있다. 세포핵 안의 DNA가 손상을 입으면 세포는 괴사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킬 위험성이 높아진다. 또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공장인 미토콘드리아도 활성산소의 공격을 받는 장소이다. 특히 이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산화적인 손상에 취약한데,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은 노화를 비롯한 여러 병리적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당뇨병이나 비만한 사람의 지방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는 기능이 저하되어 있고, 변형된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활성산소는 몸에 필요 없는 해로운 물질인가? 사실 활성산소는 세포 내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생물학적 과정에서 신호전달물질로 작용한다. 활성산소는 세포 내에서 세포의 증식이나 분화, 염증억제, 세포계획사(apoptosis)의 신호경로를 자극하는 메신저로서 역할을 한다. 세포계획사란 예를 들어 DNA 손상에 의한 돌연변이의 위험이 있을 때 세포가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하는 것을 말한다. 만일 손상된 DNA가 제대로 수리되거나, 세포계획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적정량의 활성산소는 꼭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 몸의 방어능력을 초과하는 활성산소가 다량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요인은 오존이나 아황산가스와 같은 공해물질, 과도한 자외선이나 방사선, 흡연, 알코올, 중금속의 축적, 살충제나 심한 스트레스 등을 들 수 있다. 또 과식을 하거나 체력수준에 맞지 않는 과도한 운동도 인체의 항산화방어력을 초과하는 활성산소를 생성시킬 수 있다.


활성산소의 과도한 생성은 세포 내의 지질이나 단백질의 변성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비만, 당뇨, 치매, 동맥경화증과 심장질환, 골다공증, 그리고 암과 같은 병리적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활성산소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 평소의 정기적인 운동은 산화스트레스에 대한 방어능력을 높여주는데, 이는 체내에 존재하는 항산화효소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즉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사람은 활성산소의 공격에 대해 세포를 보호하는 항산화효소들의 활성도가 높다는 것은 잘 밝혀진 사실이다. 


또 한 가지 활성산소에 대한 대처방법은 외부 음식을 통해 항산화작용을 갖는 영양소를 공급받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과칼로리섭취를 피하고, 빨주노초파남보와 같이 색깔이 있는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다.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이 활성산소의 발생과 제거를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하여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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