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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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속으로
  • 김미정 시인
  • 승인 2020.07.0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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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시인
김미정 시인

 

해안도로를 끼고 그녀를 향해 달린다
법성포에서 따라온 파도가 여든여덟 번의
숨을 고르는 동안
모래미 횟집에서 나온
벌거숭이 갯벌이 길가에 나와 기다리고 있다

시폰 원피스 살랑거릴 때 웃음소리 맞춰
건반을 두드리면
바닐라 바람은 사구를 따라 흘러가고
모래는 소금을 굽는다

섬을 떠나온 사람을 실은 작은 배가 점점 작아지고
절벽이 벽을 보여주기 시작하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기 전의 마음으로
단정해지기 시작하는 구름의 화음

붉어지려고 하는 피아노 소리에
가만히 눈길을 기대면
노을을 두 손에 옮겨 담은 그가

나를 켜기 시작한다
먼 데서 가까운 곳으로 옮겨오기 시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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