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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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 이종구수필가
  • 승인 2020.07.0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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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기후 이상의 탓인지 7월도 되기 전에 무궁화꽃을 보았다. 예년의 경우 빠르면 7월 상순 후반에 보통은 7월 중순이면 무궁화꽃이 피었다. 초등학생 시절 여름 방학을 할 무렵이면 동네 어르신들이 무궁화꽃이 핀 걸 보니 여름 방학을 하겠구나라는 말과 무궁화꽃이 피었으니 100일만 지나면 서리가 오겠다. 이제 며칠만 참으면 더위도 가실게야하는 말을 듣곤 했었다.

신기하게도 무궁화꽃이 피기 시작한 7월 중순에서 100일이 지난 1023, 24일이 상강이고 정말 서리가 내렸다. 어른들의 말대로라면 9월 하순에서 10월 초순에 서리가 와야 한다. 그러나 기상대의 장기 일기예보는 9월에도 예년보다 기온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날씨가 식물의 성장 리듬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활짝 핀 무궁화꽃을 보면 정말 예쁘고 아름답다. 자줏빛이 감도는 연분홍의 꽃잎과 중심부로 갈수록 빨간색, 노랗게 솟은 암술대와 수술은 가까이 보면 볼수록 멋진 꽃이다.

꽤 오래전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을 따라 운동장을 돌면서 부르는 윤석중 선생님 작사, 손대업 선생님 작곡의 무궁화 행진곡 무궁 무궁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 꽃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라는 노래를 들은 적이 있었다. 적어도 석달 이상은 계속 피는 꽃이기에 우리 민족의 끈질김과 맥을 같이 하는 꽃이라고 들었다. 요즘에도 초등학교 1학년 입학을 하면 태극기, 무궁화, 애국가를 배운다. 나라를 소중히 하는 마음을 기르기 위해서이다.

, 무궁화도 천연기념물임을 아는지? 강릉시 사천면 가마골길 22-8(방동리)에는 천연기념물 520호로 지정된 무궁화가 있다. 수령이 110여 년을 넘었다고 한다. 원래 두 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는데, 521호 천연기념물 무궁화(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중화동교회 소재)는 몇 차례의 태풍 피해로 고사되어 해제됐단다. 마음 아픈 일이다.

유례없는 covid19의 전염과 꺾일 줄 모르는 더위 속에 한껏 제모습을 드러낸 무궁화꽃을 보며 무궁화꽃처럼 인내와 끈기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각 지자체마다 시꽃, 군꽃, 시나무, 군나무 등 특색을 나타내는 꽃과 나무를 홍보하는 사진을 많이 본다. 그런데 과연, 나라 꽃이라고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며 가꾸어 왔나? 무궁화는 학교 울타리에나 피어있는 꽃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나? 애국가에도, 국기봉에도 있는 무궁화가 너무 홀대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1980년대 중반,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정원이나 뒷동산에 무궁화동산을 조성하는 붐이 일었었다.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마을 진입로 등에 무궁화를 심는 운동도 활발히 전개되었었다. 물론 당시 권력자의 강력한 지시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무궁화는 하나, 둘 베어지고 뽑혀지고 사라졌다. 요즘 학교에도 당시 심었던 무궁화들은 담장으로 밀려난 서글픈 신세가 됐고, 그 많던 무궁화동산은 사라졌다. 물론 몇몇 마을이나 지자체에선 잘 가꾸고 돌보는 곳도 있지만. 모 교육청은 나라 사랑 정신교육의 하나로 무궁화를 다시 가꾸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행이다.

더위에 지치지 않고 피는 무궁화를 보면서 10여 년 전 어린이들에 의해 제정된 88무궁화의 날이 법정 기념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8자를 뉘면 (무한대)가 되는데 무궁화의 끈기와 어울리는 날이다.

covid19와 더위와 장마로 상한 우리들 마음이 광복절을 맞아 회복의 기쁨으로, 무궁화꽃과 같이 끈기와 인내로 다시금 희망을 갖는 올여름 더위 나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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