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밥상으로 승부한다 ‘산아래 염소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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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밥상으로 승부한다 ‘산아래 염소고을’
  • 박금자기자
  • 승인 2020.07.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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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먹여 직접 방목해 키운 염소만 고집
20가지 한약재로 만든 염소중탕의 효능
‘산아래 염소고을’
‘산아래 염소고을’

 

사계절 중 여름은 외식을 하려는 가족들이 가장 많은 계절이라고 한다. 덥고 습한 날씨 탓에 집에서 밥하기 싫다고 말하는 주부들도 점점 늘어 주말이면 외식 소비문화가 점점 정착을 해 가는 추세다. 가볍게 집 근처 맛집을 찾기도 하지만 드라이브와 맛집,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산천 좋고 공기 좋은 곳으로 잠시 다녀오는 것을 선호한다. 곧 장마가 끝난다. 이어 닥쳐올 혹서기를 현명하게 나기 위해 보양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맛집으로 소문나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꽉 들어찬 산아래 염소고을을 찾았다.

 

가난이 나를 단단하게 했다

시골 마을 가난한 집에서 변변한 농사도 없이 8남매를 키워낸 부모님께 배운 것은 근면이었다. 이형구(충북 옥천군 청산면·63)씨는 충남 부여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다. ‘농사라고는 집 앞 텃밭이 전부였던 부모님은 8남매를 어떻게 키워 냈을까?’라는 의문의 정답은 자신이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배움이 많지 않은 청년에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막노동판과 허드렛일, 공장 직공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당시 사회는 성실한 사람을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던 시절이었다. 묵묵하게 일만 하는 청년을 눈독 들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내(장미자·62)를 그렇게 만나 3남을 낳았다. 도시 여자로 고생을 모르고 자란 아내가 신혼부터 힘든 생활을 하는 것이 늘 마음이 아팠다. 대전에 살던 부부는 농사를 지어 보기 위해 1981년 충북 옥천군 청산면 대성리 산골로 이주해 왔다. 부부는 새벽 4시면 일어나 밤이슬이 내릴 때까지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관절이 아프도록 밭을 일구고 물을 주며 지은 농사로는 아이들 교육시키기도 버거웠다. 장사를 해 볼까하여 다시 도시로 나가 횟집을 차렸다. 운대가 맞았던지 장사가 너무 잘 돼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그렇게 십 년을 일만 하던 부부가 쉬고 싶어 청산으로 다시 왔다.

 

일하던 사람이 쉬면 병이 난다더니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싶어 대전의 식당을 아들에게 맡기고 소소하게 농사일이나 하며 쉬겠다고 돌아왔건만 새벽 4시면 여지없이 눈이 떠졌다. 무슨 일이든 찾아 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자신들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고 한다. 둘은 재미 삼아 염소를 키워 보기로 했다. 지금은 염소가 늘어 500마리가 넘지만 처음엔 25마리로 염소농장(충북 옥천군 청산면·즐거운 염소농장)을 시작했다. 염소를 키우는 재미도 잠시, 아내가 이씨 몰래 산아래 염소고을(충북 보은군 안내보은로)’저질러 놓고 보자식으로 건물을 매입했다. 그렇게 둘은 옥천의 끝자락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염소고기 전문점을 운영해 보자는 제안도 아내가 했다.

 

경험이 레시피가 되었다

장미자씨는 허약한 체질의 유전자를 타고났다. 대전에서 돌아와 시골에 살며 타고난 부지런함으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일을 해 한때는 몸의 일부에 마비가 왔다. 아이를 낳을 때마다 친정엄마가 한약방에서 지어온 용을 먹으면 기력이 회복되는 것을 경험했기에 기력이 소진됐다 싶을 때마다 키우던 염소를 중탕해서 먹었다. 염소중탕은 한약방의 용과 같은 효과를 보았다. 아파보니 먹거리에 욕심내게 되더라, 그래서 보양식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말한다. 2017산아래 염소고을을 개업했다. 산에서 풀 먹여 잘 키운 염소를 삶아 살을 발라낸 다음 염소 사골을 고와 탕과 전골의 육수로 썼다. 부추와 깻잎을 넉넉히 넣은 전골이나 탕은 담백하고 잡내가 없었다. 음식 장사를 오래 했지만 염소고기 전문점이 처음인 6개월은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입소문이 빠르게 나기 시작하며 손님들이 줄을 이어 찾았다. 부부를 아는 사람들은 장씨의 올바른 먹거리를 위한 고집과 이씨의 일밖에 모르는 성실함이 빚어낸 결과라고 말한다.

 

온가족이 매달려도 바쁘다.

부부에게는 아들만 셋이 있다. 막내는 딸이길 바랐지만 또 아들을 낳고 보니 자신들에게 딸은 팔자에 없나보다라며 웃는다. 대전 횟집을 정리하고 충남 금산의 복수에 염소숯불구이집을 내 둘째가 맡고 있고, 막내가 산아래 염소고을일을 돕고 있다. 큰 아들이 돕다가 외국으로 직장을 옮겨 갔으니 가족 모두가 이 일에 종사하는 셈이다. 아들들에게 웬만한 직장인보다 수고비를 더 준다는 장씨는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대신 월급을 많이 줘 자신의 앞날을 스스로 개척하게 한다고 말한다. 주말이면 60~80테이블을 소화하며 염소 두 마리 반의 고기를 소진할 정도로 바쁘다. 지난 4월부터는 손님이 더 많아져 여동생이 와서 돕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없다는 가게에 비하면 우리 가게는 코로나 여파가 전혀 없어 놀랍다. 회계 사무소에서도 매출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혜택의 대상에서 제외 됐다고 말 하더라며 신나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염소의 효능전국 각지서 손님 온다

전국 각지에서 산아래 염소고을을 찾는 손님들 중 상당수에 의사나 연예인도 있다고 한다. 피부 미용에 좋고 지방과 열량은 낮아 여자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고 태아에게 좋은 식품이라고 알려져 임산부도 종종 찾는다. 염소의 효능은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을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듯이 염소고기는 허약체질을 개선하고 오장을 따뜻하게 다스려 기력을 끌어 올린다는 것이다. 여름 보양식으로 탁월한 효능 때문일까? ‘산아래 염소고을에서 직접 키운 염소에 20여 가지의 한약재를 넣어 달인 염소중탕도 하루 5~6박스를 판매한다. 자신이 아플 때 염소중탕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장씨는 염소중탕의 효과는 자신이 입증할 만큼 효과가 좋다고 말한다.

 

손님이 늘어 갈수록 겸손해 진다.

부부는 내 집을 찾는 손님들은 음식의 맛 때문에 오지만 그보다 정성을 보고 찾아오는 분들도 있다고 생각돼요. 서비스 좋고 맛좋은 식당들이 얼마나 많은데 적당히 얼버무리듯 장사하면 살아남지 못해요. 우리집 같은 경우 중심가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드나드는 길목 장사라 소문이 빠르거든요. 내 가족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이 장사 못해요라며 산아래 염소고을에 다녀간 후 다른 손님을 소개해 주는 분들께 고맙고 건강이 허락한다면 언제까지나 이 일을 하려고 한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이곳을 찾는 손님들께 더 잘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에 겸손해 진다고 한다. 앞으로도 마진 따지지 않고 정성스레 차린 밥상으로 승부하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웃는 부부가 오누이처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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