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운동, 자율신경과 근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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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 운동, 자율신경과 근막 이야기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학과 교수
  • 승인 2020.07.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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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교수
정일규 교수

 

우리는 거의 의식하지 않고 숨을 쉰다. 그 이유는 호흡활동이 주로 자율신경계의 조절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역으로 자율신경계는 호흡에 의해 영향을 쉽게 받는다. 예를 들면 정서적으로 흥분된 상태가 되면 호흡이 거칠어진다. 교감신경이 흥분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의식적으로 심호흡을 하면 흥분상태가 진정되는데 이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호흡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심호흡을 할 때처럼 운동신경을 이용해서 의식적으로 호흡을 조절할 수도 있다. 호흡이 잘못되면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여러 정서적, 신체적 증세가 나타난다. 이때 의식적인 호흡훈련은 부정적인 증세를 경감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현대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호흡패턴이 무너져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컴퓨터 앞에서 허리를 앞으로 숙이거나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를 취할 때 횡격막의 움직임은 제한되기 마련이다. 그 뿐만 아니라 구부정한 자세는 갈비뼈를 전하방으로 내려가게 하고 갈비연골의 움직임도 제한하므로 흉곽이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인체는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 흉쇄유돌근이나 사각근과 같은 흉곽의 위쪽에 위치한 근육들을 더 사용하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교감신경의 전체적인 톤(tone)이 높아진다.

호흡은 심장운동에도 영향을 미쳐서 교감신경의 긴장도를 높일 수 있다. 해부학적으로 심장 밑 부분의 외막과 횡격막은 붙어있어서 횡격막이 아래위로 움직일 때마다 심장은 마치 엘리베이터를 탄 것처럼 함께 움직이게 된다. 이 때 숨을 들이쉬면서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갈 때 상부구조에 연결되어 있는 심장은 당겨지듯이 전체적으로 약간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복부 쪽의 대정맥에 몰려있던 혈액이 심장의 확장기에 맞추어 더욱 순조롭게 심장 안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심장으로 유입되는 혈액을 정맥환류량이라고 한다. 만일 구부정한 자세로 인해서 횡격막의 움직임이 제한되면 정맥환류량도 감소하게 된다. 그럴수록 인체는 혈류속도를 높여서 그것을 보상하려고 하는데, 그 결과 교감신경 흥분도를 높여서 심장박동수를 증가시킨다.

호흡은 24시간 동안의 복벽운동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우리 복부는 가장 안쪽의 복횡근에서부터 내복사근, 외복사근 그리고 복직근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우리가 숨을 들여 마실 때 가장 안쪽의 복횡근이 긴장을 유지한 채 늘어나게 되며,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각각의 근육들을 연결하는 근막이 함께 슬라이딩운동을 한다.

이 슬라이딩 운동을 하는 동안 전체적으로 연결된 근막조직의 수분이 골고루 잘 분포되는 작용이 이루어진다. 근막은 점탄성의 수분을 간직한 결체조직으로 근육 안쪽의 미세구조로부터 바깥쪽까지 그물망처럼 펼쳐져 있다. 그러한 구조로 인해 호흡에 의한 복벽의 움직임은 복벽을 이루는 근육 등의 조직을 미끄러지듯 함께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해부학적 발견은 이 근막이 근육에만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라 복강 안의 내장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그 안의 혈관, 신경 등 모든 인체구조와 연속체를 이루는 결합조직이라는 점이다.

횡격막이 아래로 움직이는 동안 위나 작은창자와 같은 장기들은 아래로, 앞으로, 옆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복강 안의 내장을 마사지하면서 전체 근막시스템에서 점탄성 수분의 유입과 유출을 활발하게 자극하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과거에 생명력이 없는 조직으로 생각했던 이 근막이 신체부위의 공간적 위치나 장력과 스트레스감각, 온도, 통증 등 신체내부의 다양한 감각을 감지하는 고유수용기, 내수용감각기(interoceptor)가 풍부한 신체의 가장 큰 감각기관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섬유근육통이나 만성피로증후군, 과민성대장과 같은 문제가 근막의 비정상적인 기능이나 유착과도 관련이 있음을 시사해준다.

현재는 호흡과 자세가 비특이적인 통증이나 피로와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가 과학적으로 규명되어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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