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성장호르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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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성장호르몬 이야기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0.07.2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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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우리 몸에는 두 가지 명령계통이 있다. 그 하나는 신경을 통해서 이고, 또 하나는 호르몬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대개는 이 두 시스템이 함께 협력해서 일한다.

예를 들어 걷거나 뛰기 시작할 때를 생각해보자. 이 때 몸이 움직이는 것은 운동신경을 통해 근육에 신경자극이라는 명령이 하달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 움직임은 뇌에 전달되고, 이어서 뇌는 교감신경을 통해서 심장을 더 빠르게 뛰도록 명령한다.

이 때 호르몬을 통해서도 심장에 명령이 전달된다. 교감신경은 콩팥 위의 부신이라는 내분비기관에서 에피네프린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도록 한다. 이 에피네프린은 혈액을 통해 심장으로 가서 심장이 더욱 강하고 빠르게 뛰도록 명령한다. 이처럼 심장은 신경과 호르몬의 명령을 받아서 일을 한다.

몸 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대략 50 가지이다. 그 중에서도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가장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호르몬이다. 아마 성장호르몬이라는 이름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름 때문이 아니더라도 성장호르몬은 매우 광범위하고 중요한 생리적 작용에 관여하고 있어서 중요한 호르몬이다. 사실 호르몬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섣부르게 그 경중을 가릴 수는 없지만, 성장호르몬은 몸 안의 구석구석까지 작용하는 정말 오지랖이 넓은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성장호르몬이 높은 관심을 받는 것은 단백질합성작용 때문이다. 이 작용에 의해 근육과 같은 제지방량의 증가, 특히 뼈의 성장에 관여하기 때문에 성장호르몬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즉 연골세포의 분화와 증식, 그리고 골아세포의 활성화에 작용하여 성장판(골단연골판)이 폐쇄되기 전에는 뼈의 길이 자람에 관여한다.

근단백질합성과 에너지원의 동원을 촉진하는 성장호르몬의 매력적인(?) 작용 때문에 운동선수들은 이 성장호르몬 주사를 몰래 이용하기도 한다. 물론 IOC에 의해 성장호르몬의 이용이 금지되어 있지만, 소변검사로는 도핑여부를 가릴 수 없다는 기술적 한계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처음 혈액검사를 통해서 인공적인 성장호르몬과 자연적으로 분비된 호르몬을 구별하는 방법이 시행되면서, 적어도 올림픽무대에서 성장호르몬을 몰래 사용하는 것은 힘들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성장호르몬의 오지랖이 넓다고 한 이유는 단백질합성 작용 외에도 인체의 에너지원 동원체계에 한 몫을 하기 때문이다. 즉 간에서 당을 새롭게 만들어 서 혈액 중으로 내보내거나, 지방조직에서 지질을 분해하여 운동하는 근육이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도록 도와준다. 또 간에서 자신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IGF-1이라는 이차호르몬을 분비시킨다. 심장에 가서는 혈액 중의 칼슘이 심장근육 세포 안으로 잘 들어가게 해서 심장의 수축력을 높여주는 작용까지 거든다.

성장호르몬의 이러한 작용은 몸의 활력과 관련지어 생각할 수 있다. 즉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나이가 60대에 들어서면서 성장호르몬의 분비량은 20세의 절반이하로 떨어진다. 그래서 심각한 갱년기 증세를 완화시키는 목적에서 뿐만 아니라, 항노화나 비만에 대한 치료목적으로 성장호르몬제재가 처방되기도 한다.

그런데 가장 자연스럽게 성장호르몬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이 바로 운동이다. 이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중정도의 운동으로 20~30분 정도 운동할 때, 특히 근력운동을 병행할 때 더 잘 분비된다. 또 하나는 수면을 잘 취하는 것이다. 성장호르몬은 수면 중, 특히 깊은 무의식 상태의 수면인 논렘수면(non-REM) 상태에서 가장 많이 분비된다. 이와 함께 아르기닌과 같은 아미노산의 섭취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수면부족과 과식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한다. 결국 몸에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항노화제 생산의 삼대 요인은 운동과 적절한 영양, 그리고 질 높은 수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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