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바라본 할머니에게 무용지물 카드(문화누리카드)···공무원은 특정업체 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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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바라본 할머니에게 무용지물 카드(문화누리카드)···공무원은 특정업체 지목
  • 임요준기자
  • 승인 2020.07.23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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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문구 구입 등에 쓰라지만
86세 할머니 “어디 가서 영화보나”

문화누리카드 올 예산액 2억4831만원
암암리 대리 사용자 늘어 세금만 줄줄
충북 옥천군 동이면 한 직원이 문화누리카드를 발급하며 특정업체를 지목해 써 준 실제 카드. 이로 인해 다른 가맹점들이 특정업체 밀어주기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한 직원이 문화누리카드를 발급하며 특정업체를 지목해 써 준 실제 카드. 이로 인해 다른 가맹점들이 특정업체 밀어주기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90을 바라보는 충북 옥천군 동이면 거주 A할머니(86). 얼마 전 면사무소에서 카드 하나를 건네받았다. 문화 활동에 소외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문화 활동을 돕기 위해 발행된 문화누리카드다. 대게는 영화관람이나 문구를 구입하는데 사용된다. 여기에 필요한 올해 옥천군 예산액은 24831만 원. 수혜자 1가구당 년 9만 원씩 지원된다. 716일 기준 집행금액은 164만 원으로 집행율 40%을 보이고 있다.

이 카드 예산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충북 옥천군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예산액은 16467만 원. 이중 국비가 11694만 원, 도비 954만 원, 군비는 전체 23%3818만 원이 책정됐다. 집행금액은 13918만 원. 이때 수혜자 1가구당 년 6만 원이 지원됐다. 이듬해는 더 늘었다. 예산액 18900만 원 중 군비는 4440만 원. 1가구당 7만 원으로 늘면서 집행액도 16284만 원으로 증가했다. 작년엔 더했다. 예산액 2624만 원 중 군비는 4816만 원. 가구당 8만 원으로 늘면서 집행액은 19625만 원이다.

매년 예산액은 늘고 있지만 실제 수혜를 받는 가구는 70% 수준에 머무른다. 신청자는 많고 예산액은 제한돼 있어서 선착순으로 수혜가구를 선정하고 후반기 사용율이 저조할 경우 5%정도 추가발급을 한다.

옥천에서 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36개에 불과하다. 문화 활동과 문구, 서적으로 제한돼 있어 가맹점이 적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A할머니처럼 고령의 경우 이 카드를 사용할 기회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반찬도 살 수 없고 옷도 살 수 없다. 문구나 책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반찬거리 해먹고 싶다고 애원하듯 말했다.

그러면서 면 직원이 카드에 이리로 가라고 한군데 써줬는데, 읍내 어디 물가 옆에 있다는디 어디에 붙었는 디도 모르고 아무 쓸모가 없다. 처음에 농협마트에 갔는데 못 쓴다고 하고 그릇가게에 보여주니 못쓴다고 하더라. 아무 쓸데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할머니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생필품이다. 영화관도 책도 이 할머니에겐 먼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A할머니에게 문화누리카드가 발급된 이유가 뭘까? 실적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신청하고도 발급받지 못한 B씨는 신청자 순으로 발급해주다보니 정작 필요한 사람에겐 순서가 오지 않는다. 실제 이 할머니처럼 필요 없는 분보다 실사를 통해 필요한 가구 위주로 발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게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또 있다. 이처럼 무분별 발급된 카드는 타인에 의해 불법 사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B씨는 문화누리카드는 사용처가 제한돼 있다 보니 일부 가구에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타인에게 건네줘 불법 사용되기도 한다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무분별 발급보단 꼭 필요한 가구인지 확인한 후 유용하게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가 하면 이번 A할머니가 면 직원으로부터 카드를 건네받을 때 특정업체 한 곳이 지목됐다. 이는 한 업체를 몰아주는 꼴이어서 다른 가맹점으로부터 비난이 일고 있다.

이에 동이면 담당 직원은 할머니가 어디서 사용하는지 잘 몰라서 써 드렸을 뿐이라며 이게 뭐가 문제냐며 따져 물었다.

군 관계자는 특정업체를 써준 것은 다른 가맹점 입장에선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해당 직원은 신규직원으로 잘 몰라서 일어난 사태라며 철저한 교육을 통해 36개 가맹점 리스트를 수혜자에게 제대로 소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매년 예산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수혜자의 70%. 그러기에 무분별 발급보단 꼭 필요한 수혜자에게 발급돼야 한다고 수혜자들은 말한다. 또한 옥천 36개 가맹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특정업체만을 지목하는 행정 공무원. 소외계층의 문화 향유를 위한 문화누리카드가 또 다른 눈물의 씨앗의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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