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조각 예술’ 개척자 이규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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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조각 예술’ 개척자 이규녕 작가
  • 박금자기자
  • 승인 2020.08.06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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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당시 강제퇴직 아픔을 그림으로 승화
기로전, 공예전, 창작전 등 각종 대회 수상
향수
향수

 

봄과 여름을 지나온 숲은 낮이 짧아지고 기온이 내려가며 초록을 멈춘다. 가을이 되면 숲은

겨울 날 준비를 한다. 나무는 수분과 영양분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릴 준비를 한다. 더 이상 영양분을 만들 수 없게 된 숲의 나뭇잎들은 스스로 엽록소를

파괴하며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최후를 맞이한다. 그리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 이듬해 나무

가 잘 자라도록 밑거름을 공급한다. 숲은 우리에게 순환미학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나뭇잎이 스스로 자신을 떨구며 최고의 아름다움을 주듯이 사람도 나이가 들어가며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나뭇잎을 한층 아름답게 하는 나뭇잎아트

매력을 담아내는 이규녕 작가를 소개한다.

 

이규녕 작가는 누구인가

이규녕(서울 서초구·67) 작가는 1949년 충북 옥천군 옥천읍 삼청리에서 태어나 삼양초, 옥천중, 옛 옥천실고를 졸업했다. 1970년대는 우리나라 경공업산업이 중공업으로 바뀌는 전환점의 시기였다. 그는 국내 최초로 건설된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였으며 선진화된 원자력기술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지금도 그 분야에서 평생을 전문 기술자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커다란 자긍심으로 남아 있다고도 말한다. 이 작가는 누구나 그렇듯 어릴 때는 고향이 세상의 전부였지만 고향을 떠나와 살게 되면서 태어나고 자란 정겨운 고향의 모습은 기억 저편의 무지개처럼 아름답기만 하더군요. 문득문득 알싸했던 옛 기억들이 떠오르면 자신은 이미 어린 시절 고향집을 스케치 하고 있다고 한다.

이규녕작가
이규녕작가

 

 

나뭇잎 아트란

이 작가는 나뭇잎 아트에 대해 곱게 물든 낙엽을 주워 반듯하게 말린 다음 나뭇잎 위에 칼

로 섬세한 작업을 거쳐 자연에서 만난 다양한 풍경들을 조각 예술작품화한 것이라고 말한

.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나뭇잎 아트를 취미 활동으로 시작한 것은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우

리의 삶을 표현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었다고 한다. 가을은 우리에게 풍요를 선물하지만 이

면에 다음 생을 위해 스스로 썩어지는 나뭇잎이 주는 교훈을 아름답게 승화해 보는 것이 그가 나뭇잎 아트의 매력에 빠진 이유이기도 하다.

 

조개껍질(마로니에 )
조개껍질(마로니에)

 

사라져가는 그리움들

이 작가에게 향수는 어린 시절의 풍경이었다. 이른 봄 들판의 푸른 보리밭은 비단을 펼친 듯 아름답고 싱그러운 모습이었습니다. 보리를 수확하고 난 논에 물을 받고 쓰레질하고 나면 모내기를 하는 분주한 농번기가 시작되었죠. 그것은 기억 저편의 흙냄새 묻어나는 고향의 봄 풍경이었습니다. 품앗이로 부족한 일손을 보태며 살아가던 그 시절, 어린 나이에 농사일 돕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때의 기억들이 지금은 고향에 대한 한 페이지의 정겨운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문득 고향이 그리워 고향집으로 달려가지만 내가 뛰어 놀던 시골길은 사라지고 마을 앞 주막집과 옹기종기 모여 함께 살던 초가지붕 위 달덩이처럼 주렁주렁 열린 둥그런 박과 마당에서 두엄을 뒤지며 먹이를 찾던 장닭의 모습, 옆집의 누렁 황소 울음소리는 들을 수가 없네요

 

닭(마로니에)
닭(마로니에)

 

힘든 시간 버티게 해준 것

시골에서 자란 이 작가의 꿈은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담은 기술자였다. 그는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 열심히 노력하다보니 그의 뜻대로 원자력발전소의 건설기계기술자가 되어 있었다. 최고의 직장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었지만 1997년 뜻하지 않게 IMF가 터지고 말았다. 그가 다니던 회사그룹도 금융위기를 맞고 6,800여명의 직원들이 3년여 동안 가혹한 구조조정을 당해야 했다. 199912월 법원은 회사에 파산선고를 했고 1,800명까지 인원을 축소했다가 다시 1,200명으로 직원을 줄이며 이 작가도 강제퇴직을 당했다. 졸지에 직장을 잃고 참담함은 고스란히 그의 몫이 되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마음을 추슬러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평소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던 그의 발길을 멈춰 서게 했던 곳은 동네 문구사 앞이었다. 그 길로 그림 도구 모두를 장만했다.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를 만큼 쉼 없이 그림만 그렸다. “재학시절 그림을 그려본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무언가 자신을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는 일로 강제퇴직의 아픔을 이겨 낼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도자기(양버즘나무)
도자기(양버즘나무)

 

 

 

작품활동과 소망

이 작가는 향수라는 시화작품을 아낀다. “포도송이가 알알이 익어가는 7월이면 문득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절정에 달합니다. ‘향수작품에는 어릴 때 보았던 청포도를 담았습니다. 포도나무 줄기는 고향을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며 돌아올 사람을 기다리는 듯 하늘로 뻗어 있고 포도송이를 지키는 사마귀는 청개구리를 위협하고 청개구리는 사마귀를 경계하는 가운데 나뭇잎을 갉아 먹는 방아깨비를 그려 넣어 추억을 모아 보았습니다. 매일 달려가고픈 고향이기에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넣어 그리움을 더했구요라고 말하는 이규녕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해 알아본다.

201891회 개인전 서초문화예술회관 20187월 제17회 대한민국기로미술전(입선, 특선) 20189월 제6회 대한민국전통공예대전(특선)

201810월 제16회 한국아카데미미술대전(입선, 특선) 20193월 제393월 국제현대미술전(은상) 20197월 제407월 대한민국창작미술대전(입선, 금상) 201911월 한국서화협회 추천작가

이 작가는 그동안 작업한 작품들이 많이 모아져 1년 전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후 각종 미술대전에 겸손한 마음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작품전이나 공모전에 출품하면 사람들이 나뭇잎 아트라는 조각예술에 대해 관심을 보입니다. 작품을 접하는 분들이 자연이 주는 마음의 평안을 얻기 바라며 나뭇잎 조각 예술이 널리 알려지고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여건과 기회가 되면 저의 고향에서도 전시회를 열고 고향 사람들에게도 작품을 선보이고 싶습니다라는 소망을 밝혔다.

KBS개인전 출품 작품 일부
KBS개인전 출품 작품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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