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동시집에 김묘순 시인 해설 참여
일제 강점기, 일본이 우리 것을 없애려 들었을 때 고고한 학처럼 꾸준히 우리말로 시를 쓰던 사람이 있었다. 수많은 문학가들이 고문과 생명의 위협으로 친일작품을 쓸 때 시를 통해 풍전등화 같은 조국 앞 자신의 무력함을 한없이 참회하고 반성하던 청년이 있었다. 바로 맑은 정신과 굳센 신념을 가졌던 시인, 윤동주이다.
자라나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윤 시인을 닮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나태주 시인이 엄선하고, 김묘순 시인이 해설을 붙인 윤동주 시인의 동시집 ‘나태주 시인이 들려주는 윤동주 동시집’이 출간됐다.
김 시인의 정지용 동시집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에서 나태주 시인이 서문을 쓴 인연이 연장된 것이다. 마치 정지용 시인이 윤동주 시인의 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서문을 썼듯이 시대를 풍미한 시성들의 인연이 그들을 따르고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 또 다른 인연의 다리를 놓아줬다.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에선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해설을 썼던 김 시인이 이번엔 어린이를 위한 해설을 썼다. “해설을 쓸 때 너무 긴장했다”라고 말한 것과 달리 김 시인의 해설은 때론 엄마처럼, 때론 선생님처럼 끊임없이 여러 형태로 독자와 소통하고 교감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김 시인은 해설을 쓰며 “윤동주 시인의 정형시에서 마치 액자를 보는 듯 가지런히 나열된 단어들을 통해 윤동주 시인의 곧은 성품을 유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시인은 좋아했던 시는 ‘만돌이’를 꼽았다. “장난기 넘치는 그 시가 ‘어릴 적 윤 시인의 실화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며 밝게 웃어 보였다.
그는 “윤동주 시인과 나태주 시인, 정말 훌륭하신 분들과 작업을 하게 돼서 너무 영광이고 기뻤다”며 “윤동주 시인의 동시는 읽으면 빙그레 웃음이 나오고 머리가 맑아지는 글이니 단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그의 시를 읽으며 남아있는 동심을 엿볼 수 있기”를 소망했다.
다음은 시 ‘만돌이’의 일부이다.
내일 시험,/다섯 문제에, 세 문제만 하면-/손꼽아 구구를 하여봐도/그냥 육십저이다./볼 거 있나 공 차러 가자. // 그 이튿날 만돌이는/꼼짝못하고 선생님한테/흰 종이를 바쳤을까요./그렇찮으면 정말/육십 점을 맞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