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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진권시인
  • 승인 2020.08.0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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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권시인
송진권시인

 

기억하니

물기 많았던 시절

그래서 더 깊이 패었던 시절

 

 

아직도 생각나니

달구지 타고 맨발 들까부르며

우리 거기에 갈 때

지네뿔에 발굽이 크던 소

양쪽 뿔에 치렁치렁 늘인 칡꽃

질컥한 길에 빗살무늬로 새겨지던 바큇자국

뒤따르던 질경이꽃

햇볕 사려감던 바큇살

어룽대며 곱던 햇발이며

연한 화장품 냄새

 

 

다시 돌아올 사람들과

다시 오지 못할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발을 들까부르며

쇠꼬리에 붙는 파리나 보며 시시덕대던 시절

 

 

물기 많았던

그래서 더 깊이 패었던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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