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또 비...엎친 데 덮쳐 댐 기습방류까지···옥천지역 곳곳 물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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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또 비...엎친 데 덮쳐 댐 기습방류까지···옥천지역 곳곳 물난리
  • 임요준기자
  • 승인 2020.08.13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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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에다 용담댐 기습방류로
동이·안남·이원면 주택 등 침수

8일 낮 12시 최대방류량 초당
2913톤, 9일 아침 7시 1487톤

피해 주민들 “수위조절 실패,
자연재해 아닌 인재” 분통

 

장대비가 내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또 비가 내렸다. 여기에 태풍 장미가 오더니 용담댐 기습 방류까지...충북 옥천지역 곳곳이 물난리를 겪으면서 주민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긴 장마에다 전북 진안 용담댐의 기습 방류로 충북 옥천이 물바다가 됐다. 애써 가꿔온 논밭은 어디가 어딘지 찾아 볼 수조차 없다. 주말을 맞아 잠시 일을 놓고 쉼을 가질까 했던 주민들은 때 아닌 물난리에 간신히 몸만 빠져 나와야 했다.

용담댐은 지난 8일 오전 10시 초당 1495톤을 내보내기 시작하더니 정오가 돼서는 최대 2913톤을 내보냈다. 오후 4시 경 2909, 다시 오후 10시에는 2905톤을 쏟아냈다. 대량 방류는 다음 날에도 계속됐다. 90시엔 2878, 새벽 42812, 아침 7시엔 1487톤으로 줄었다. 용담댐 수마가 충북 옥천까지 오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8일 오후부터 직접 타격을 받기 시작한 옥천지역은 농지와 주택이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충북 옥천군 동이와 안남면 주민 12세대 25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총 42세대 70명이 대피했다. 군도 9호선 등 도로 4개소가 침수됐고 주택 13동이 침수됐다. 농경지는 46.4ha가 침수됐고 비닐하우스 9(1.8ha), 인삼밭 12필지 3.2ha가 물에 잠겼다.

 

, 하늘이여

지난 10일 물이 빠진 틈을 타 기자는 동이면 적하리 침수현장을 찾았다. 대문 앞엔 아직도 물이 출렁거린다. 장화를 신지 않으면 들어갈 수가 없다. 어렵게 들어선 마당엔 2m 크기 대형 항아리들이 조각난 채 너부러져 있다. 집 앞을 지키던 강아지는 고지대 산 밑으로 피신해 먼 곳에서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바라보고 있다. 주택 외벽 지붕 아래엔 물 자국이 선명하다. 지상에서 어림잡아 2m는 돼 보인다. 당시 어느 정도 물이 차 들어왔는지 짐작케 한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구며 가전제품들이 여기 저기 뒤죽박죽 널려있다. 전쟁터나 다름없다. 집안에선 석유냄새가 진동을 한다. 보일러 기름통이 엎어지면서 안에 있던 기름이 새어 나온 것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전기누전이 우려돼 차단기를 내려놓은 상태다. 수돗물도 끊겼다. “, 하늘이여이곳 주민 고구연·홍범유(62) 씨는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이건 명백한 인재다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지난 8일 오후, 겨우 몸만 빠져 나왔다는 이들은 기자가 도착하기 전에서야 이들도 들어올 수 있었다고.

위아래 집 친구관계로 15년 전 대전에서 이곳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매년 장마 때면 주택까진 아니어도 대문까지 물이 차올라 대전에 또 다른 주거지를 마련해 이중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번엔 용담댐 기습 방류로 주택까지 침수되고 말았다.

이들은 “2002년 태풍 루사 때는 2층까지 침수됐다고 들었다. 이사 오기 전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옥천에 있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 근본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옥천은 외면 받는 곳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번 침수의 근본적 원인은 용담댐의 수위조절 실패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긴 장마에 500mm이상 비가 온다고 했으면 미리미리 적당량 물을 빼냈어야 하는데 갑자기 방류를 하니 하류쪽은 잠길 수밖에 없지 않냐이번 사태는 자연재해가 아닌 명백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신혼 단꿈도 물난리에 휩쓸려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데 흙물이 뒤범벅된 비포장길을 젊은 남녀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이곳에서 민박 적하산장을 운영하는 성기훈(37) 씨 부부다. 이들은 작년 11월 결혼식을 올리고 부모의 뒤를 이어 이곳에서 민박을 운영하고 있었다. 식당도 운영할 계획으로 한창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성 씨 부부는 침수되던 순간에도 이곳을 떠날 수 없었다고 한다. 애써 가꿔온 민박이 물바다에 잠기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고. 2층에 머물던 성 씨 부부는 다행히 물은 그곳까지 차오르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층에 물이 차오를 때 겁이 났다고 했다. 며칠 간 먹을 비상식량을 미리 사뒀는데 태풍 장미가 온다기에 물이 빠진 틈을 타 읍내에 나가 다시 장을 보고 들어오는 길이란다. 자가용은 들어올 수 없어 1km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부부는 비상식량 가방을 각자 어깨에 메고 들어오고 있었다.

이들은 “5년 전 식당을 하려고 들어왔지만 이번 물난리를 보고 앞이 캄캄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수마는 이들 신혼의 단꿈도 함께 쓸어갔다.

 

피해보상 하라

김재종 군수는 지난 12일 한국수자원공사를 항의 방문해 이번 피해에 대해 근본적 해결책과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이번 방문에 박세복 영동군수, 문정우 금산군수, 황인홍 무주군수가 함께 참석했다.

군의회도 나섰다. 같은 날 군의원들은 용담댐지사를 항의 방문해 근본적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장마 때면 반복되는 물난리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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