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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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구 수필가
  • 승인 2020.09.1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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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어느 때부터인가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면 주름살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마는 그만두고라도 눈 밑에, 입술 옆에. 괜히 짜증이 난다. 어느새 이렇게 되었나 하고. 혹자는 주름살을 인생의 계급장이라고 한다. 계급장은 높은 것일수록 좋은데 주름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꽤 오래전 유치원에 다니는 손자가 할아버지를 그렸다고 자랑스럽게 내민 종이에서 눈에 띄는 것이 이마에 가로줄 세 개를 그린 주름살이었다. 잘 그렸다고 칭찬은 했지만 뭔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미남 미녀를 그려도 이마에 가로줄 서너 개만 그리면 노인이 되는 셈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 삽화는 주름살이 그어져 있다. 할아버지는 머리도 빠진 대머리로 묘사되기도 한다. 늙음의 상투적 표현인가 보다. 몸과 마음이 젊어도 이마에 주름살이 있으면 나이 들어 보인다. 가끔 아내의 화장품을 보면 주름살 개선‘, ’얼굴이 탱탱해지는등의 효과 문구를 본다. ‘보톡스라는 주사는 널리 알려진 지 오래다. 젊게 보여도 마음이 늙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백 세 인생’, ‘내 나이가 어때서’, ‘청춘을 돌려다오등 늙어가도 자신만만함을 말하는 대중가요도 인기가 있다. 겉모양보다는 내면을 중요시한다는 의미 같다.

네이버에서 검색하니(서울대병원 의학정보) 주름살이 생기는 원인으로 햇빛, 피부 건조로 인한 노화, 표정(계속된 근육 수축), 담배, 유전적인 소인, 피부 색깔 등이 주름살 형성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젊은이들보다는 노인이 주름살이 많은 것은 결국 삶이 그 영향 같다. 올해는 연초부터 covid19가 우리 삶을 멍들게 하고 있다. 그러다가 유래 없는 긴 장마와 수해, 전세·월세 등 부동산 문제, 경기 침체로 인한 살림살이 걱정, 뒤이은 폭염과 연이은 태풍으로 우리의 얼굴이 펴질 날이 없었다. 가을을 바라보며 좀 나아지려는가 했더니 이번엔 광화문 발 covid19 재확산으로 더더욱 몸과 마을을 졸아 들게 한다. 근심과 걱정의 릴레이가 계속되고 있다. 찌푸려지는 삶은 계속된 근육 수축으로 주름살을 늘게 했다.

언젠가 시골 농부 할아버지가 벼를 베면서 활짝 웃는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얼굴엔 주름살이 가득했지만, 그 주름살이 보기 싫지 않은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나 TV에 나오는 갑질 사장님들의 얼굴에 보이는 잔주름은 오히려 얄미워 보임은 필자만의 편견일는지.

주름이 꼭 노화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모 TV 방송의 생활의 달인에서는 옷 만들기 전의 원단을 양손으로 꾸겨 잡아 주름을 만드는 모습을 보았다. 밋밋한 옷보다는 주름이 있는 옷이 왠지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 달인은 주름잡기 연습을 위해 수시로 양손을 쥐었다 폈다 한다고 한다. ‘

똑같은 주름임에도 누구는 아름다움이, 누구는 몰인정함이 배어 나오고, 어느 것은 밋밋하나 어느 것은 아름다운 꾸밈이 됨을 볼 때 과연 내 주름은 어느 쪽에 속할까 생각을 해본다. ‘할배파탈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영화 인턴에서는 Robert Anthony De Niro Jr70세의 중후한 노인역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온통 주름살인 그의 얼굴이 왠지 다가가고 싶고, 말을 걸고 싶고, 옆에 있으면 든든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말 멋진 주름살이다.

어느새 가을이다. 추석도 다가온다. 하늘도 파래지며 높아가고 있다. 지난 여덟 달을 우리는 너무도 찌푸린 얼굴로 살아왔다. 장마와 더위와 태풍으로 짜증을 냈다. covid19덕에 외출 한 번 제대로 못 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높아 보인다는 우리 가을 하늘처럼 올가을에는 우리들 주름이 확 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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