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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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수업
  • 노덕화 옥천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20.09.1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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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어려운 시기다. 타인과의 대면이 조심스럽고 비대면이 자연스러운, 타인과의 소통이 최소화되어야 하는 삭막한 요즘이다.

기대감으로 맞이했던 새 학기가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되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담임으로 편성된 학급 아이들과는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채 온라인상으로만 소통하게 되었다. 소개 영상을 촬영해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담임 인사를 대신하고 그 어떤 래포 형성도 친밀감도 없으니 형식적인 이야기만 주고받다 4월 온라인 개학을 맞이했다. 네이버 밴드에 일주일 단위로 조회와 종례를 예약하는 것도, 학기 초 쏟아지는 각종 기초 조사를 비롯한 정보들을 카톡을 이용해 온라인 상에서만 수집하고 안내해야 한다는 점도 대면할 때만큼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웠다. 여전히 아이들의 얼굴은 생활기록부에 기록된 사진으로만 간접적으로 접하고 형식적인 온라인 조회와 종례, 코로나19 자가 진단 참여 독촉 등 그 어느 것 하나 수월하지 않았다.

갑작스레 닥친 상황 속에서 교과 수업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던 온라인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막막했고 관련 연수를 수강하면서 다양한 플랫폼들을 시험해봐야 했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부분까지 일일이 신경써야 했고 의구심이 가득한 상태로 직접 강의 영상을 촬영해 처음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다시 온라인 클래스에 연결하는 과정을 거치며 직접 학생처럼 수강 신청을 해 업로드된 강의 수강 방법까지 확인해야 했다. 동료 교사와는 학습 방법, 유용한 앱이나 웹페이지, 전자기기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했다. 매 시간 활동지 제작, 영상 촬영, 과제 제시 및 확인까지... 오프라인 상에서 수업하는 것보다 배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아이들의 수강 여부가 곧 해당 교과의 출석과 연계되기에 일일이 아이들에게 전화하며 수강을 확인해야 하는 일들도 매일 반복되었다. 등교를 안하다 보니 아이들은 밤낮이 바뀌기 일쑤였고 연락이 안되는 아이들은 부모님을 통해 연락을 하는 등 번거로운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5월이 되고 드디어 아이들을 만났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서로 대면하는 상황에서 얼굴을 익히기가 쉽지 않았고 격주 등교로 아이들을 익힐 만하면 다시 온라인 상황이 되어 친밀한 소통을 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웠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아이들끼리 1m 이상 자리를 떨어져 앉도록 지도해야 했고 당시 모둠 활동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침 등교 및 4교시 수업 시간 때 주기적인 발열 측정을 해야 했고 온라인 상에서 수업 수강 후 오프라인 첫 시간에 복습을 하면서 학력 저하를 의심할 만큼 걱정되었다. 온라인보다는 대면 수업의 효과가 더 크고 아이들 역시 등교 수업을 원한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2학기 전면 등교에 대한 가능성이 크다는 말에 모두가 환호했는데 지역 사회의 확산으로 또 다시 전면 등교는 주춤해졌고 아이들은 여전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수업을 듣고 있다. 수업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교사도,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부모님들도 걱정으로 힘들지만 이 시기 가장 힘든 건 역시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창 예쁜 나이에 자유롭게 학교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아이들을 위해 더 철저한 방역과 마스크 쓰고 생활 속 기본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 그것이 가장 빠른 시일 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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