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다이어트를 전쟁으로 표현한다. 그만큼 승리를 위해서는 치열한 욕구와의 싸움이 수반되며 굳건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무엇과의 전쟁일까? 생리적으로 말하자면 ‘인슐린저항성’, ‘렙틴저항성’과의 전쟁이다.
살이 찌는 생리적 배경에는 이 두개의 저항성이 크게 작용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의 작용에 대한 저항성이다. 바로 인슐린과 렙틴이라는 호르몬에 대한 저항성이다.
먼저 인슐린은 췌장(이자)이라는 곳에서 분비된다. 인슐린은 우리가 식사를 할 때 분비된다. 즉 식사의 결과 혈당의 수준이 올라갈 때 인슐린의 분비가 자극된다. 이 인슐린이 하는 역할은 혈당을 세포 안으로 들여보내 주는 역할을 한다. 세포막에는 혈당이 들어가는 문이 있는데, 마치 이 문을 열어주는 열쇠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뇌세포, 간세포, 근육세포, 지방세포, 피부세포 할 것 없이 이 인슐린이 문을 열어주어야 혈당이 세포 안으로 순조롭게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혈당이 세포 내로 잘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열쇠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지만 운동부족과 비만, 특히 복부비만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되면 췌장에서는 점점 더 많은 열쇠, 즉 인슐린을 만들어 내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처럼 인슐린을 많이 만들어내어도 혈당이 세포 안으로 잘 들어가지 못하는 상태를 ‘인슐린저항성’이라고 한다.
인슐린저항성이 지속되면 결과는 두 가지로 나타난다. 그 하나는 혈액 중에 높아진 인슐린이 더 많은 혈당을 지방조직에 지방으로 전환시켜 저장한다. 이렇게 되면 점점 지방조직이 발달하게 되고 비만하게 되는 것이다. 비만해지면 이것 자체가 인슐린저항성을 더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지방조직이라는 에너지 저장창고는 더욱 확장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 다른 나쁜 결과는 이러한 악순환의 과정에서 췌장의 인슐린분비 기능이 점점 감퇴되어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즉 인슐린저항성이 계속 진행되면서 췌장에 대한 인슐린분비의 부담이 지속되고, 마침내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능을 상실하는 인슐린의존형 당뇨병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한편 렙틴이라는 호르몬은 지방조직에서 분비된다. 원래 이 렙틴은 뇌의 식욕중추에서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한다. 즉 우리가 식사를 하고 나서 지방조직에 에너지원이 저장되기 시작하면, 지방조직에서는 렙틴을 분비하기 시작한다. 많은 양의 에너지원이 들어올수록 지방조직에서는 더 많은 렙틴이 분비되면서 뇌의 식욕중추를 억제한다. 그런데 비만한 사람의 경우에는 지방조직도 비대해져 있으므로 렙틴의 분비도 만성적으로 증가하고, 이로 인해 혈액 중 렙틴수준이 오히려 높아진 상태를 보인다.
이렇게 되면 시상하부에 있는 렙틴수용체의 렙틴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게 되고, 이를 만회하려고 지방조직에서는 더 많은 렙틴을 생산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렙틴저항성’이라고 한다. 렙틴저항성이 있으면 많이 먹어도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하니 식욕이 잘 억제되지 못하고 더욱 뚱뚱해지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결국 다이어트의 성패는 이 두 가지 저항성을 낮추는 것에 달려있다. 물론 먹는 것을 건강하게 조절하면서 운동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데 한 가지 꼭 알아야 할 점이 있다. 짧은 기간에 무리하여 체중을 줄였더라도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은 순식간인데, 그 이유는 렙틴저항성과 인슐린저항성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두 저항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은 근본적인 생활습관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정기적인 운동과 병행하여 단순당류의 섭취, 야식이나 과식하는 습관을 고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또 수면부족이 되지 않도록 하고, 생활리듬을 규칙적으로 갖는 것이 이 저항성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 전쟁에서 이긴다면 다이어트는 분명히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