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만 같아라?
상태바
한가위만 같아라?
  • 동탄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0.09.24 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탄 이흥주 수필가
동탄 이흥주 수필가

 

한가위는 뿌득뿌득 돌아오는데 코로나의 기세는 여전하다. 코로나가 지배하는 세상에 한가위쯤은 잊어줘야 한다. 지금 코로나보다 상전은 없다. 이 녀석은 세상 모든 걸 쥐었다 놓았다 한다. 그 무엇도 이것보다 위에 설순 없다.

예부터 한가위만 같아라 했다. 이 말도 이젠 후줄근히 퇴색하고 말았다. 배가 등에 붙던 시절의 얘기니 지금은 그 말이 맞을 리가 없다. 그 시절엔 아이들이 알록달록 꼬까옷에 아빠 엄마 손잡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는 눈까지 즐겁고 괜히 설렜다. 지금은 좋은 옷에 맛있는 음식이 널렸으니 매일이 한가위고 매일이 명절이다.

오히려 요즘은 한가위나 설을 기피하는 세상이다. 오히려 요즘은 한가위나 설을 기피하는 세상이다. 차들이 넘쳐나 잔뜩 체한 고속도로를 뚫고 가까스로 고향에 가봐야 힘들게 일이나 하는 명절이 반가울 리가 있겠는가. 사흘, 잘하면 닷새씩 생기는 연휴를 그냥 신경 쓰지 않고 관광지에나 나가서 즐기고 싶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해서 미리 성묘를 다녀오는 등 황금연휴를 즐기려는 풍조가 일고 있다.

올해는 오일 간 연휴다. 최고의 행운이다. 한데 고향의 부모님이 명절에 오지 말라고 해도 오일의 연휴를 즐기러 나가지 못하고 방콕이나 해야 할 처지다. 아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 현재 조금 조용해진 코로나가 추석연휴를 계기로 다시 솟아오를지 걱정이 태산이다. 한데 오늘아침 뉴스를 보니 관광지 숙박시설 예약이 폭주하는 모양이다. 코로나 속에 관광지에나 나가려면 부모님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방향을 틀어라.

한치 앞을 못보고 사는 게 인생이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이 고생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일상이 망가지고, 경제가 망가지고, 상식이 망가지고, 내 자유를 박탈당하며 사는 세상이다. 이 사태를 겪으며 개인의 자유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뼈가 저리도록 느끼고 있다. 내가 가고 싶은 곳 가고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는 그 당연한 것을 못하는 지금 우리는 얼마나 숨 막히는가. 우리가 매일 살아오던 가장 평범한 일상이 가장 행복했던 것이었음을 지금 절절하게 느끼는 중이다.

백신이 나와도 감기, 독감처럼 이걸 데리고 살아야 할 것이란 얘기가 많다. 같이 살던, 동거를 하던, 데리고 살던, 빨리 백신이나 나왔으면 좋겠다.

나도 아이들 셋에게 추석에 오지 말라는 문자를 보냈다. 굳이 추석이 아니라도 평소에 자주 다녀가니 이 코로나 속에 추석에 꼭 와야 하나 싶다. 증조할아버지께서 손주 녀석들을 제상 앞에 세우지 못하셔서 서운해 하실 것 같다. 그래도 코로나를 조심해서 건강하기를 바라실 것이다.

올 한가위는 코로나가 아니라도 최악의 명절이 될 것이다. 장마는 역대 가장 길었다. 세 개가 거푸 쫓아와 강타한 태풍으로 수해를 입은 분들의 한숨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나라는 온통 정쟁으로 영일(寧日)이 없다. 햇빛을 못 본 곡식은 녹아내리고 정치에, 코로나에, 수해에 지친 국민들은 전전긍긍이다. 집안이 편해야 뭐가 된다고 나라가 온통 네 편 내편으로 갈라져 앙앙대니 뭔들 될 리가 있겠는가. 코로나가 아니라도 국민들은 피곤하다.

바쁜 삶으로 팽팽했던 긴장감도 잠시 놓아두고 떨어진 가족들 품으로, 품으로 찾아 떠나는 게 명절의 모습이었다. 이젠 사회상의 변화로 그런 명절의 모습은 사라져 가고 있다. 거기에 불청객 코로나로 하여 올 추석은 더욱 초라해졌다. 그래도 아직까지 한가위는 설과 함께 우리의 중요한 명절이다.

마음 아픈 일이지만 이번 한가위는 가족끼리 모여 오순도순 하는 걸 접자. 부모건 자식이건 있는 자리에서 안녕하면 더 바라지 말아야 한다.

어수선한 세상이지만 희망조차 놓을 수는 없다. 삼 개월 조금 넘게 남은 경자 년이 그간이라도 바람 좀 자고 빨리 해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모든 게 정돈되고 평화로워지길 소망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