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거봉 더 이상 경쟁력 없어 대부분 농가 ‘샤인 머스켓' 으로 대체
상태바
캠벨·거봉 더 이상 경쟁력 없어 대부분 농가 ‘샤인 머스켓' 으로 대체
  • 김병학기자
  • 승인 2020.10.08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용담댐 방류로 침수된 옥천군 동이면 김락종 씨. 김 씨는 이번 침수로 1억 원 이상의 피해를 봤다. 한 번 물에 잠긴 묘목은 잎이 말라 버려 이미 죽은거나 마찬가지다.
용담댐 방류로 침수된 옥천군 동이면 김락종 씨. 김 씨는 이번 침수로 1억 원 이상의 피해를 봤다. 한 번 물에 잠긴 묘목은 잎이 말라 버려 이미 죽은거나 마찬가지다.

1~3년생 묘목 수준

홍수 출하 또 다른 문제

캠벨이나 거봉으로서는 더 이상의 경쟁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차츰샤인 머스캣으로 갈아 타고 있는 중입니다. 실제로 샤인 머스캣이 캠벨이나 거봉보다 가격면에서 월등히 높습니다

옥천군 동이면에서 4,000여 평의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공익용(64) 옥천군샤인머스캣공동선별회장.

40년 전 공 회장이 처음 포도농사를 지을 때 선택한 포도품종은 캠벨 얼리(Campbell early)’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농가가 캠벨을 선호했다. 그땐 캠벨밖에 없었기 때문. 그래서 36년을 캠벨에 매달렸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의 입맛도 변하기 시작했다. 덩달아 포도에 대한 맛도 변했다. 그 틈새를 파고 들어온 것이 바로 샤인 머스캣(Shine Muscat)’이라는 일본산 신품종.

공 씨는 고민에 들어갔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캠벨을 재배할 것인가 아니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샤인 머스캣으로 바꿀 것인가 하고.

 

시대 흐름 거역할 수 없어 품종 갱신

반복되는 고민 끝에 결국 공 씨는 2016샤인 머스캣으로 품종갱신을 결심했다. 아무리 캠벨에 대한 재배 노력이 아깝다 하더라도 시대의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기존의 캠벨 묘목을 모두 없애고 그 자리에 샤인 머스캣을 심었다. 이때부터 공 회장은 군에서 실시하는 샤인 머스캣관련 교육은 물론 틈만 나면 옥천보다 일찍 시작한 경북 상주와 김천 등을 찾아 다니며 재배방법에 대해 많은 노력과 발품을 팔았다.

옥천군 관내에서 샤인 머스캣품종을 재배하는 농가 대부분은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샤인 머스캣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 보니 재배 도중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점도 외지인에게 물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라고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 씨는 옥천군샤인머스캣공동선별회라는 모임도 만들었다.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머리를 맞대면 양질의 정보와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지금은 65농가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에 부딪히기는 마찬가지. 그래도 공 회장은 회원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으려고 이곳저곳 쉼없이 노크를 하고 귀동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군이나 지자체 등에서 실시하는 현지교육도 상당 부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부분 재배가 잘 되고 있는 농가들만 견학을 시키다 보니 정작 실패한 재배농가를 볼 기회가 없습니다. 사실은 성공한 농가보다는 실패한 농가를 봄으로써 그에 대한 원인을 찾아내야 하는데 말입니다

공 회장에게는 또 다른 안타까움이 있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동시에 많은 출하를 하다 보면 자연히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아직까지는 성목(成木)이 아니라 본격적인 출하가 되고 있지 않다고는 하지만 일부 농가들이 취하고 있는 행태를 볼 경우 1~2년 후면 대부분의 묘목이 성목이 될텐데 그때 가서 너도나도 홍수출하를 하게 되면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재배농가에게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게 공 회장의 걱정이다.

 

미숙과 출하로 이미지 실추 걱정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특히 올 해 같이 유례없이 잦은 장마는 재배농가들에게 더없는 악재다. 과일의 특성상 햇빛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높은 당도로 인해 좋은 품질을 얻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흘린 땀에 비해 너무도 초라한 결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올 해가 그랬다. 설상가상 일부 농가들이 미숙과(未熟果)마저 출하할 경우 샤인 머스캣에 대한 이미지 추락으로 갓 시작된 샤인 머스캣재배농가들은 이중삼중으로 힘든 상황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옥천군 동이면에서 2,400평에 샤인 머스캣을 재배하는 김락종 씨(67).

김 씨의 샤인 머스캣재배 역시 앞의 공 회장과 시기를 같이 한다. ‘샤인 머스캣재배 전에는 대단지 국화를 재배했었다. 하지만 2016년 김영란법 시행으로 화훼시장이 종말을 맞이하면서 지금의 작목으로 전환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김영란법은 대한민국 모든 화훼농가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용담댐 방류로 12천만 원 피해

이러한 김 씨는 올 해 뜻하지 않은 재해로 농사를 망쳤다. 본시 농사란 하늘이 도와야 한다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지만 지난 88일 닥친 물 피해는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인근 용담댐 방류로 삽시간에 하우스 1,700여 평이 물에 잠겨 버렸다. 이로 인한 순수 피해액만도 12천만 원에 달했다. 이번 용담댐 방류는 자연재해가 아닌 분명한 인재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생각지도 않은 돌발상황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게 농사다. 자연재해라면 순응할 수 있으나 인재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단순히 (묘목이) 물에 잠긴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한 번 물에 잠긴 묘목은 금세 잎이 말라 버리고 잎이 말라 버린 묘목은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우리같은 농민들은 어디에 대고 하소연을 합니까, 이번 용담댐 방류는 분명한 인재로써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재해보험요? 현실과는 동떨어진 해결책입니다. 저와 같은 피해를 입을 경우 기껏 보상해 주는게 바람에 뜯겨 나간 비닐이나 묘목 정도 뿐 실제 수확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년에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하는 보험료를 어느 농가가 내고 가입하겠습니까.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보험약관을 고쳐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올 해보다는 내년이 더 낫겠지 하는 바램을 가져보는 수 밖에요

20207월 기준 옥천군 관내에는 163 농가가45.2ha(135,600)샤인 머스캣을 재배하고 있으며 묘목 역시 대부분 1년에서 3년생 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최소 5년 이상은 된 성목이라야 재대로 된 상품을 맺을 수 있다.

샤인 머스캣은 일본산과 한국산의 품질 차이가 없으며 이 품종의 수출 국가 또한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다. 일반 거봉 포도에 비해 수출 가격이 약 3배 이상 높은 고급 포도이며 국내에서는 2017년 기준 전국 재배 면적 약 800ha12,000톤을 생산하여 그 중 300톤을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 수출했다.

국내에서는 샤인머스캣의 최초 재배지기도 한 경상북도에서 재배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상주와 김천 같은 기존 포도 주산지를 중심으로 재배 면적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