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철이 지나 시들어가는 꽃을 보며 왠지 모를 아쉬움과 쓸쓸함을 느낄 것이다. 철 따라 한껏 피었다가 지는 것이 꽃의 매력이라지만 늘 푸르른 꽃을 보고 싶은 마음도 가슴 한켠에 남아있을 법하다. 시장에 들러 우연히 화분을 가꾸는 한 주부를 보고 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다가 서른 중반에 꽃꽂이를 처음 시작한 임효옥(56) 대표도 같은 마음이었다. 져가는 꽃을 보며 아쉬움을 느끼던 임 대표는 2000년대 중반, 프리저브드라 불리는 보존화를 접하게 됐다.
보통 ‘시들지 않는 꽃’이라고 하면 꽃을 말려 원형을 유지하는 드라이플라워를 생각하기 쉽지만 ‘보존화(프리저브드)’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먼지에 약한 드라이플라워와는 달리 꽃에 약품처리를 해 최대한 생화의 질감을 살리는 것이 보존화의 목적이자 매력이다. 임 대표는 보존화의 매력에 대해 역설하며 “수분과 열기만 조심한다면 5년 이상 보관 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약품 처리 과정에서 꽃의 색도 모두 빠져나가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색으로 꽃을 염색해 개성을 표출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보존화의 특성 덕분에 임 대표가 운영하는 공방 ‘꽃 골짜기’는 무지개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한 다양한 꽃과 풀·열매들로 가득 차 있다. 알밤·콩깍지 등 비교적 구하기 쉬운 재료에서부터 임 대표가 밭에서 기르는 맨드라미·방동사니까지.
“꽃이 가장 예쁘게 피었을 때 작업 해야 최상의 완성품이 나온다”고 주장하는 임 대표지만 꽃과는 별개로 디자인과 색감, 감각을 배우기 위해 쉰이 넘은 나이에도 여기저기 뛰어다니곤 한다. 이런 임 대표의 노력 덕분에 그녀의 작품은 매 해 한국예술문화협회 공모전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고 있다.
고향인 옥천 화계리(꽃이 많은 계곡)의 이름을 따 공방의 이름을 ‘꽃 골짜기’라 지었을 정도로 옥천과 옥천군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임 대표는 “취미로 꽃을 배워왔는데 업이 돼서 좋다”며 “눈 뜨면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어 행복하다”고 꽃과 같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임 대표의 넘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꽃 골짜기’ 공방에선 꽃꽂이 강의, 보존화 취미반·일일강의 등을 제공한다. 특히 보존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한 일일강의는 꽃을 용액과 함께 병에 담아 꾸미는 하바플라리움, 돔 등을 주로 다룬다. 보존화 일일강의는 예약제로 진행되며 5~7일 전 예약을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 할 정도로 팍팍한 요즘, 화사한 꽃과 함께 오후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